해수온도 상승에 따른 해양생태계 변화와 국내 대책
해수온도 상승에 따른 해양생태계 변화와 국내 대책
  • 명정구/한국해양연구원
  • 승인 2010.10.1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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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따뜻해지면 추위 걱정을 없애는 선 정도에서 간단히 설명되면 좋겠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북극의 빙하나 남극의 얼음덩어리가 녹아서 해수면이 상승하여 남태평야의 산호초 국가들의 땅들이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등 심각한 현상이 뒤따를 것이라 한다. 그 외에도 지구상의  많은 생물종들이 사라지고, 기상 상태는 가뭄, 홍수가 심해지고 태풍이 지금보다 더 강해질 것이라는 등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상황들이 예견되고 있다. 필자가 기상학자가 아니라 지구 온난화란 단어에 그리 익숙하지 않지만 최근 방송되는 뉴스에서는 종종 한반도가 뜨거워지고 있다, 열대 바다로 변해가는 우리 바다 등 관련된 추측(?)을 할 수 있는 보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과연 우리나라 바다 속은 어떻게 변할까? 

바다에 관한 한 그동안 우리들은 지구 전체 규모의 환경 변화보다는 남획, 부정어업, 자원고갈 등  인간의 활동이나 문명화에 따라 수중 세계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 문제성 단어들에 대하여 이를 치유하거나 선진국의 예를 들어 교육적인 자료를 정비하기에 급급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남획의 문제였다. 우리나라 연안에 약 1,000종의 물고기 가족이 있지만 우리들이 어시장이나 식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친숙한 종은 불과 100~200여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등어, 갈치, 꽁치, 명태, 조기 등 수산어종에 대한 연안 자원고갈에 대한 해법을 찾느라 연안 자원보호, 부정어업 근절, 산란기, 산란장 보호, 어획허용량에 대한 제도개선(TAC) 등으로 연안 수산자원 회복에 많은 노력을 기울려 왔다. 수중에는 훨씬 다양한 종이 살고 있고 그들 사이에는 먹이 사슬이라는 엄격한 생태계 질서가 있지만 인간들이 추구하는 수산자원이란 늘 그러하듯이 경제적인 활동으로서의 수산업이 오랫동안 진행되어 온 결과 남획, 자원고갈이라는 단어가 더 친숙해진 것이다.

바다는 무한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는 이제 옛 말이 되었다. 유명한 과학학술지인 Nature 지(2003)에 따르면 태평양 주요 수산어종은 이미 80%이상 남획이 되었다고 한다.  인간이 개발한 어군탐지기는 지난 수천만년동안 작은 고기들이 큰 고기를 피해 살아남기 위하여 떼(school)를 짓는 습성을 좇아서 대량 어획을 가능하게 하였으며 대형화 되면서 힘이 좋아진 어선들은 연안을 떠나 먼 바다의 가자미, 넙치, 대구, 명태뿐만 아니라 남극해의 크릴, 물고기 자원까지 개발, 남획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연안의 수산자원 역시 인간의 활동에 따른 영향이 어쩌면 지금 얘기하는 기후변화보다 훨씬 더 심각한 당면 과제일 것이다.

아무튼 바다가 따뜻해지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해역에 따라 어업 자원이 변할 것은 물론이고 생산성 높은 산호초와 같은 서식처의 파괴와 함께 여러 가지의 변화들을 예측할 수 있다. 사이언스지 보도에 따르면 2048년까지 천연 어패류가 사라져버린다는 무시무시한 보고도 있었고 또 다른 학자들은 2050년경에는 50% 이상의 어족 자원 자체가 바뀔 것이라 한다.

우리 연안은 과연 어떻게 변할까? 필자가 80년대 중반부터 남해안을 중심으로 수중을 들여다 본 기록, 90년대 말부터 시작한 시범 바다목장 사업을 위한 연안 조사, 인공어초사업의 평가를 목적으로 우리나라 연안을 조사했고 그 외 여러 프로그램에 동참하면서 남태평양, 일본 가고시마 등지의 바다를 조사한 결과를 요약해 보려 한다.

다른 매체에서 여러 번 다루었던 한반도 주변 바다가 따뜻하게 되는 현상은 필자의 조사결과에서도 언급된다. 즉, 최근 2000년대 들어서도 동해의 수온이 상승하였다는 사실을 국립수산과학원에서 발표한 바 있으며 이러한 동해의 수온 상승은 남쪽에서 북상하는 대마난류의 한 가지인 동한난류의 세력이 강했기 때문이라 한다. 아무튼 우리나라 영향을 미치는 대마난류의 세력이 강해지면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안의 외곽도서, 동해의 왕돌초, 울릉도, 독도의 연안 생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난류의 영향은 우리나라 연안에 출현하는 어종들의 북방 서식처의 한계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필자가 수중에서 만나거나 낚시, 수산업계에서 보고되는 몇몇 현상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2001년 남해안으로부터 동해 속초에 이르는 해역에 출현한 아열대종인 독가시치 떼의 출현하였다. 2004년 6월 30cm 급 독가시치가 전남 안도에서 채포된 바 있으며 부산 형제섬, 전남 금오열도에서도 30cm급 출현하였다. 같은 해에 경남 통영 앞바다 유조에서는 치어(2~3cm)들이  다량 출현한 바 있다.  

2) 충남 연안에 황줄깜정이, 벵에돔, 만새기 등 난류를 따라 이동하는 어종들이 최초 출현(2002년)

3) 경남 격포 연안과 동해안에 감당돔 최초 출현(2002년)

4) 90년대 후반부터 경남 산양면 연안에 자리돔, 청황베도라치, 청줄돔 서식확인

5) 2000년대 동해 울진 앞바다 수중암초인 왕돌암에서의 쏠베감펭, 제비활치 등 난류성 어종 확인


6) 전남 신안군 가거도에서의 노랑자리돔 발견(2002년)

7) 속초 연안에서의 줄도화돔 확인(2003년) 

8) 군산 앞바다에 불볼락 최초 발견(2004년)

9) 경남 국도, 구을비도, 고암 등 남해안 연안에서 대형 벵에돔(50cm 급)이 확인됨(2004년)     (예전에는 경남 홍도에서만 대형급이 발견됨)

그 외에도 난류세력이 확장함에 따라 처음을 발견되는 어종들이 있었고 그러한 사실을 필자는 아열대, 열대 어종의 북상이란 말로 대신하였었다.

경상남도 통영 연안을 보면 자리돔이 80년대에는 욕지도 남쪽 연안에서 볼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연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종이 되었고 서호시장, 중앙시장에서는 활어로 팔리고 있어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사실이며 이는 새로운 종이 연안의 수산생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필자가 관찰한 자리돔의 서식 여부를 간단한 수치로 표시한다면 (대마난류의 방향을 고려할 때 직접적인 수치로 표시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경남지방에서 지난 15~20년간 자리돔은 연간 약 수 Km씩 그 서식 해역을 넓혀 현재에 이른 것처럼 생각된다. 그 외 청줄돔 유어, 청황베도라치 등 일부 제주도에서나 흔히 볼 수 있었던 어종들이 통영연안에서 확인되는 점도 지난 20여 년간의 변화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연안 바다의 수온이 계속 상승한다면 차가운 물을 좋아하는 생물종들의 상당수는 북쪽으로 그 서식처를 이동하게 될 것이다. 또는 지구적 규모에서는 그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부 예민한 종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즉, 북극의 찬 바다에 살아온 많은 종들은 장기적으로 변하겠지만 수온의 상승에 견디지 못하는 종부터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연안에서도 살고 있는 대구와 같은 한대성 어족들은 남쪽 분포한계선 이 점차 북쪽으로 올라가 자신들이 살아남기에 적합한 북쪽 해역으로 이동해 갈 것이고 그에 따른 어장의 변화도 예상된다. 그러나 아직은 우리나라의 대구에서 그런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반대로 4~5년 전부터 대구는 경남지방으로 알을 낳기 위하여 산란장으로 오는 대구의 수가 증가하여 풍어가 계속되고 있고 수십 경남 앞바다에서 볼 수 없었던 청어 떼가 겨울이면 떼로 나타나서 지방인들을 놀래게 하고 있다. 대구나 청어는 전형적인 한 대성 어종인데 경남 지방에 나타나 몇 년간 어시장에 모습을 덜어내고 있다. 작년에는 7월까지 통영 앞바다의 멸치잡이 권현망에 청어 새끼들이 들어서 어민들의 미움을 사고 있었던 기억이 있다.

또 반대로 보면 제주도 서귀포 앞바다의 문섬에는 매년 새로운 열대 어종들이 발견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필자의 조사나 현지 다이버들의 기록에서 발견된다. 한 예로 작년 12월 제주도 남부지역 정치망에서 잡힌 바리류(Epinephelus lanceolatus)는 영어권에서 giant grouper라 불리는 몸길이가 3.6m로 자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쿤 대형 바리이다(지난 봄 어류학회에 대왕바리란 이름으로 발표하였다). 난류를 따라 흘러들어오는 열대어종이 아니고 큰 몸집으로 헤엄쳐 서식하고 있는 대형종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은 최근의 일이기도 하고 주목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삼면이 대마난류, 북한한류, 황해 냉수대 등 다양한 물덩이로 둘러싸여 있고 그런 이유로 동해, 남해, 서해, 제주도 연안 환경이 크게 다를 뿐만 아니라 사계절이 뚜렷하여 겨울이면 저수온 물덩이가 확장하여 연안 수온을 하강시킨다. 이러한 연안 특성 때문에 여름, 가을 수고온기에는 마치 아열대 바다로 되는 것 같지만 겨울이면 난류성 어종들이 죽거나 서식처를 옮기는 회유 현상이 뚜렷해진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지난 이십년간 연안 어종들은 북상하거나 서식처가 북쪽으로 확장되었음을 느낄 수는 있지만 겨울철이면 대구, 청어의 풍어 사실처럼 반대 현상도 뚜렷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기후변화에 따른 어족 자원의 변화를 예측하기에는 필자의 경험이 짧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러한 변화들이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정반대의 현상도 보이면서 서서히 변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연안 환경을 장기적으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으며 그 한 방법으로 연안 외과도서들을 대상으로 표준 관찰 정점을 정해 두고 장기적으로 같은 방법으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하고 싶다. 그래서 동해 연안의 정점과 울릉도, 독도를 포함하여 경남 홍도, 매물도, 전남 거문도, 추자도, 제주도 마라도, 가파도, 소혹산도, 어청도, 백령도를 잇는 외곽도서의 연안 생태지도 작성과 표준화된 자료의 축적만이 과학적으로 우리나라 연안 생태변화를 알고 그 변화에 대응하는 방안을 준비할 척도가 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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