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새만금의 모순
대통령과 새만금의 모순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7.06.07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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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해양 박종면 기자] 지난 5월 31일 제22회 바다의 날 행사가 바다를 막아 만들어진 새만금 신시도 간척지에서 개최됐다.

수산업계, 환경단체 등에서는 바다를 막은 뒤 많은 것을 잃었다고 탄식한다. 갯벌도, 실뱀장어도, 도요새도, 어부도 사라졌다고,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 위로 공해를 내뿜는 자동차들만 달린다고.

박근혜 정부가 불명예스럽게 막을 내리고 조기 대선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다를 막아 만든 간척지에서 ‘해양강국’을 외쳤다. 새만금에서 행사를 하기로 한 것은 박근혜 정부에서였지만 새만금에서 재조해양(再造海洋), 해양강국을 외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토목, 건설업자들의 입장에서 바다를 막는 것은 국토의 확장이자 개발일 수 있다. 그러나 수산인의 입장에서 보면 매립은 해양생태 파괴와 해양영토 손실, 어장 파괴, 삶의 터전 붕괴이다.

문 대통령은 바다의 날 기념사에서 “바다를 살리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 어장 회복과 함께 세제 지원으로 어업인 소득을 높이고 살기 좋은 어촌을 만들어 일하고 싶고 물려주고 싶은 산업으로 체질을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 직제개편에서 해양수산 비서관이 폐지됐다. 정부는 대통령 비서실의 직제 개편을 단행하면서 경제수석 산하의 해양수산 비서관과 농축산식품 비서관을 통합, 농어업 비서관으로 재편한 것이다. 해양수산 비서관이 폐지됨에 따라 수산업을 농어업 비서관이 맡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해양수산 분야를 강화하겠다고 하고 정책의 통합적인 접근을 위한 비서관을 폐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또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 새만금 매립사업 속도를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신항만과 도로 등의 핵심 인프라를 빠른 시일 내에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이 또한 모순이다.

바다의 날 행사를 바다를 죽이고 만들어진 간척지에서 개최하는 것, 해양수산 분야를 강화하겠다면서 해양수산 비서관을 폐지하는 것, 바다를 살리겠다 해놓고 매립을 서두르겠다는 것 등 넌센스가 넘쳐난다.

심지어 문 대통령은 이날 “역사 이래 바다를 포기하고 강국이 된 나라는 없다”고 까지 했다. 이는 고위 공직자 인선 5대 원칙을 정해놓고 어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 만든 덫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스스로 모순을 양산하면 안 된다. 말이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문 대통령이 지난 정권 그들보다 훨씬 더 소탈하고 친국민적이라는 건 많은 이들이 인정한다. 그럼에도 자꾸 어패가 생긴다. 다 잘 하려고 하다가 그런건지, 모두 직접 챙기려고 하다 보니 실수가 생기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모순점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의도는 좋으나 실천할 수 없는 발언은 삼가는 게 좋겠다. 진심이 진심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해양수산 정책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공약들이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학수고대(鶴首苦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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