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행, 독립 아닌 독립에 힘겨운 출발…행장도 뜻대로 못 뽑아
수협은행, 독립 아닌 독립에 힘겨운 출발…행장도 뜻대로 못 뽑아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7.05.01 18: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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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를 위한 반대, 힘겨루기로 결국 새 정부에서 결판날 듯
지난해 12월 수협중앙회에서 자회사로 분리된 수협은행이 정부의 지나친 간섭으로 새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박종면

[현대해양 박종면 기자] 지난해 12월 54년 만에 수협중앙회에서 자회사로 분리된 수협은행 초대 은행장 선출에 진통을 겪고 있다.

수협은행장 추천위원회(행추위)는 지난달 27일 수협은행 다동 청사에서 행장 후보자 선정을 위한 11번째 회의를 속개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또 파행을 맞았다. 다음 회의 날짜도 잡지 못했다. 결국 이달 9일 차기 대통령 선거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수협은행은 은행장 공백에 따른 장기 파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행추위는 지난달 27일도 정부 측 위원과 수협 측 위원들이 서로 종래의 입장을 굽히지 않은 채 회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 독립 후 첫 은행장 선출부터 삐걱거리면서 수협은행의 앞날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수협은행은 직무대행 체제로는 일상업무 범위 안에서만 업무수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임시 이사회를 열고 권재철 수석 부행장을 일시이사로 선정, 지난달 13일 관할 법원에 승인 신청했다. 은행은 일시이사를 성사시키기 위해 국내 최고 로펌으로 꼽히는 김&장 법무법인을 대행 변호사로 선임하는 강수를 뒀다. 그만큼 행장 선출이 절박함을 입증한다. 그러나 법원이 신청을 승인할지는 미지수다.

 

행장 재공모로 힘겨루기 시작

그럼 왜 이렇게 수협은행장 선출에 어려움을 겪게 됐을까? 애초에는 첫 독립법인 CEO에 내부 출신이 유력한 것으로 내다봤었다. 4월 12일로 임기가 끝나는 이원태 은행장 후임을 정하기 위해 지난 2월 22일 은행장추천위원회(기획재정부, 해양수산부, 금융위원회 추천 각 1명 등 정부 측 위원 3명, 수협 측 위원 2명)도 일찌감치 구성됐다.

행추위는 2월 23일 은행장 후보 공모를 공시했다. 3월 3일 공모 마감 결과 5명이 지원했다. 이원태 은행장도 지원 의사를 접음으로써 내부 인물 발탁 가능성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은행장 후보 공모에 수협 내부 출신 2명과 민간 은행 출신 2명, 비금융권 1명 등 총 5명이 지원했다가 본부장(부은행장) 출신의 수협중앙회 상임이사가 곧바로 철회 의사를 밝힘에 따라 사실상 내부 출신 1명, 외부 출신 3명의 대결구도로 압축됐다.

이 때 내부 출신이 행장이 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특히 금융노조와 수협은행 노조가 행장 인선과 관련, 성명을 내고 ‘관료 출신의 관리형 낙하산 인사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으며, 철저한 인사검증을 촉구했다.

그런데 3월 9일 후보 추천 재논의 후 재공모가 결정되면서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행장 후보 선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7명이 추가 지원해서 총 11명의 후보군이 형성됐다. 여기에는 1차 공모에 지원하지 않았던 이원태 행장도 가세했다. 이 때문에 정부 측에서 이 행장의 연임을 희망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강하게 나돌았다.

11명의 후보군에서 행추위는 3명으로 후보를 압축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것이다. 수협 측 추천인사 1명, 정부 측 추천인사 2명 등 총 3명의 후보군에서 더 좁혀지지 않은 것. 여기에 해수부가 지지하는 후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 왜 계속 파행을 맞았던 것일까? 해수부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행추위원에 따르면 3배수로 압축된 후보 중에 해수부가 지지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수협이 원하는 인물은 안 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 이유는 수협은행에 2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상태라 이를 상환하기 위한 책임경영을 위해서는 정부 측 인사의 관리 하에 있어야 한다는 논리였고, 수협 측은 중앙회에서 분리된 만큼 독립성을 보장해주면서 수협이라는 특수성을 잘 알고 개혁의지가 강한 내부 출신이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계속 맞서왔었던 것이다.

 

수협은행장 선출 파행 과정. ⓒ현대해양

대안 없는 해수부가 반대만 한다?

한 행추위원은 후보 선정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정부 위원도 의견이 두 사람으로 나눠져 있다”며 정부 위원들 간에도 의견이 일치되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수협은행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수협중앙회 김임권 회장은 “가장 큰 문제는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가 대안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임권 회장은 “해수부에서 미는 사람은 없지만 수협이 원하는 사람은 안 된다고 한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결국 힘겨루기인 것이다. 수협은 “공적자금 투입 이후 이원태 행장까지 줄곧 소위 관료 출신의 낙하산이 관리를 했으니 이제는 독립성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자율적으로 단합을 하고 조화를 이루고 자율적으로 조직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결국 내부 출신 행장이라야 가능하다”는 논리고 정부 측은 “공적 자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독립성 보장은 시기상조임”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행추위원 구성과 결정 구조도 평행선을 달리게 하는 데 한 몫을 했다. 즉 정부측 위원 3명에 수협 측 위원 2명으로 구성된 행추위에 위원의 2/3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 구조가 타협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12월 새로운 출발한 수협은행이 독립법인 첫 수장 선출도 못한 채 정부 힘에 휘둘리고 있다. 결국 새 정부에서나 새 은행장 선출을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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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신 2017-05-02 10:10:06
지난 3월 31일 남대서양에서 초대형 상선 스텔라데이지호가 사고를 당하여 한국인 8명 필피핀인 14명이 구조작업 중에 있습니다. 아직 성과가 없어 외교부나 선사가 애초부터 미온적인 구조작업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할 수 있도록 관심과 협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