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25)
염전이 빚어내는 ‘희망’을 보다, 임동진 씨
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25)
염전이 빚어내는 ‘희망’을 보다, 임동진 씨
  • 김보연 기자
  • 승인 2017.05.01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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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햇빛에 영그는 소금,
염전에서 희망을 읽다

▲ 임동진 씨

 

귀어 전 거주지역: 경기도 이천시
귀어지 : 전남 영광군 염산면
귀어 전 직업 : 회사원
귀여연도 : 2015년
나이 : 31세
어업형태 : 수산물 가공유통
귀어 초기자본 : 자본투자 없음(부친소유염전)
연간수익 : 3천만 원

 스트레스 탈피의 길, 귀어귀촌
 귀어 전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9년 동안 일하며 스트레스가 매우 컸던 임동진 씨는 “몸이 힘든 것은 괜찮았다.

 하지만 당시 회사 관리 구조가 피라미드에서 역피라미드로, 아무리 노력해도 늘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며 “그러던 중 염전을 하시는 아버지를 도운 경험이 떠올랐고, 가끔 아버지를 도울 때마다 힘들다는 생각보단 편안하다는 느낌이 컸기에 귀어를 결심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하루를 살아도 마음 편하게 살고자 했던 임 씨는 부친의 염전 사업처럼 ‘본인’만의 사업을 결심하게 된다. 물론, 아내는 편의시설이 부족한 어촌으로 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아이 교육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반기를 들었다. 그러나 그의 결심은 확고했고, 아내는 끝내 마음을 열었다.

 사실 임동진 씨에게 염전은 ‘생면부지’나 마찬가지였다. 가끔 부친 일을 도왔지만 한두 시간 정도일 뿐, 염전의 처음과 끝을 경험하지 못했던 임 씨는 부친 밑에서 1년 동안 일을 배우기로 했다.

 우선 염전을 하려면 바닷가에서 염전을 조성할 수 있는 조건의 땅이 있어야 한다. 또한 요구되는 레벨에 맞춰 토목공사(염전, 둑, 통로 등)와 시설, 설비를 갖추려면 땅값을 제외하고도 시설비만 2~3억 원이 필요하다.

 다행히 그는 부친 염전에서 시작했기에 투자할 일이 없었으며, 부친을 비롯해 주변 지인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만약 아는 사람없이 무조건 내려와 처음부터 시작했다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임동진 씨는 “땅을 사서 시설을 갖추기까지 계속 염부로만 일했다. 아버지 도움이 컸다”며 “그렇다고 노력하지 않으면 이전과 다를 것이 없어서 더 열심히 일했고 1년 만에 일을 배워 혼자 2정(약 2만㎡)의 염전을 일구고 있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 임동진 씨 부친의 정성으로 일궈낸 염전, 염전은 크게 저수지, 증발지, 결정지로 나뉜다. 사진은 결정지다.
 겨울의 혹독함, 아껴야 했다
 염전 일은 전문기관에서 가르쳐주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염부로 일하며 눈치껏 체득(體得)하는 것이 유일한 배움의 길이다. 이에 임 씨는 2015년, 1년 동안 부친을 쫓아다니며 일을 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염전 일을 잘 알고 있었던 그의 부친은 묻는 것에만 답해줄 뿐 체계적으로 가르쳐주진 않았다. 이는 직접 체득해 ‘진짜’가 되라는 임동진 씨 부친의 바람이었던 것이다.

 2015년 겨울부터 2016년 초봄까지 가장 힘들었다는 임씨는 “염전 일은 겨울에 수익이 없기 때문에 이전에 모아놓은 돈이 있어도 아낄 수 있을 때 아껴야 해 답답한 부분이 있었다”며 “2015년엔 아버지 밑에서 적은 돈을 받으며 일을 했기에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미안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는 내가 직접 소금을 생산해서 판매하게 됐고 그 전해보다는 수입이 나아졌다”고 흐뭇한 듯 웃는다.

 소금을 만드는 주체는 자연, 즉 햇빛과 바람이다. 거기에 사람의 부지런한 노력이 더해져야 좋은 소금이 나올 수 있다. 

 때문에 그는 남들 자는 새벽 3시에 나와 결정지에 있는 물을 빼서 해조에 집어넣고 하얗게 가라앉은 석회석을 대패로 갈아서 청소를 한 뒤 해조 안의 물을 다시 결정지에 넣는다. 그 청소 과정이 오전 6~7시에 끝난다. 그 다음 물을 칸마다 내려주고 쉬고를 반복한 뒤 결정지에 물 싣는 일이 끝나면 소금을 넣고 쌓인 것은 한 쪽으로 미는 작업을 10시까지 한다. 새벽부터 쉼 없는 노동의 연속이다. 오후 3시, 한창 소금이 많이 오를 시기다. 햇빛과 바람을 넉넉히 받을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인데, 이 때를 기다렸다가 소금을 거두는 작업에 들어간다. 이 일들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혼자 해야 한다. 보통 4정 기준으로 인부를 쓰는데 하루에 일하는 시간은 4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아 효율적이지 못하다. 그런 이유로 임동진 씨는 힘들어도 홀로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염부에게 주는 인건비가 4정 기준, 한달에 200~220만 원 정도인데다 날씨가 흐리고 비가 많이 오면 수입이 아예 없어진다. ‘아낄수 있을 때 아껴야 한다’는 임 씨의 말은 바로 이 뜻이다.

▲ 임동진 씨의 지난 1년 간의 땀과 노력이 빚은 칠산갯벌 천일염.
 ‘성실근면’이 정답(正答)!
 염전 일은 염전의 노하우를 확실히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던 그는 “아버지가 움직일 때마다 함께 움직이며 눈치껏 일을 배웠고, 모르는 것은 직접 해보며 체득했다. 염전을 혼자 일구며 아버지 일을 돕는 부담감도 컸지만 성실함으로 버텼다”며 “그 결과 작년에 아버지 염전의 생산량과 큰 차이가 없게 됐다. 날씨가 나쁘거나 겨울에 일이 없어지면 불안한 마음이 큰 데, 그때마다 시설 수리등 내실을 다진 결과인 것 같다”고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한편 임동진 씨는 “함께 염전을 시작했던 이들이 실패하는 것을 볼 때 매우 힘들다. 새벽마다 묵묵히 일하던 사람들의 망연자실한 모습을 볼 때면 남의 일같지 않다. 염전은 자연이 하는 일로 인간은 자연이 하는 일에 노동력을 보탤 뿐이기 때문에 나 역시 실패와는 거리가 멀 것이라고 자신할 수 없다”며 “더 부지런히 움직이고, 하나라도 더 배워야 한다. 다행히 아버지 말고도 동네에 배움을 청할 수 있는 지역 주민들이 많다. 전혀 모르는 곳에서 시작했다면 시행착오가 컸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탈수염’, 시장 차별화 꾀해

▲ 결정지의 바닥관리 및 채취작업은 쉽지 않은 일로, 새벽부터 쉼 없는 노동의 연속이다.
 염전은 바닷가와 인접해야 하고 산이 바람을 막기 때문에 근처에 산이 있으면 안 된다. 산이 낮아서 바람이 지나가는데 문제가 없고 염전하기에 좋은 북동풍과 북서풍이 부는 영광군 염산면은 그야말로 염전하기에 최적화된 지역이다. 이는 햇빛과 바람에 따라 염전 생산량이 결정되는 일이므로 매우 중요한 부분일 수밖에 없다. 이에 임 씨는 “내가 잘한 것은 염전하기 좋은 염산으로 귀어를 한 것이다. 햇빛과 바람이 좋은 지형에서 염전을 하는 것은 시작부터 유리하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변수는 생길 수 있다. 날씨가 안 좋거나 질이 안 좋은 소금이 생산됐을 경우 수익이 줄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는 소금 시세가 그 전년보다 낮았다”며 “그런 경우 생산자가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직거래로 보충하긴 했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그때를 놓쳤다면 아마 마이너스였을 것이다. 아버지 염전을 도와 품삯을 받은 것도 가계에 큰 보탬이 됐다”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내년엔 나와 생각이 맞는 사람들과 동업 방식으로 소금가공공장을 운영할 계획인데, 주종목은 ‘탈수염’이다. 요즘은 구운 소금부터, 소금의 종류가 참 다양하다”며 “한 번 씻어내서 건조한 ‘탈수염’으로 차별화할 계획으로 기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

 그동안은 아버지 도움을 받아 귀어한 다른 사람들보다 쉽게 정착했다. 이젠 도움 없이 내 스스로 시장을 개척해 소금가공분야에 도전하려고 한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글=김보연 기자, 자료협조=어촌어항협회 귀어귀촌종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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