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생산량 감소,
수산업의 가치와 자부심으로 극복하자
어업생산량 감소,
수산업의 가치와 자부심으로 극복하자
  • 손재학 국립해양박물관장
  • 승인 2017.05.01 13: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손재학 국립해양박물관장
 ‘칠산 바다 조기 뛰니 제주 바다 복어 뛴다’, ‘눈 본 대구요, 비 본 청어다’, ‘가을 새우는 굽은 허리도 펴게 한다’,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한 되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라는 특성상, 각 해역에서 나는 어종과 관련된 속담과 표현들이 많다. 절기의 변화에 따라 대표적인 어종들이 달라지기에 이를 가리키는 표현들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눈 본 대구’라는 말은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 대구가 많이 나기도 하지만 이때야말로 대구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렇듯 우리의 생활과 함께하는 수산업은 항상 ‘물 반, 고기 반’이라는 기대를 안고 출어의 깃발을 높이 세운다.

 그러나 올해 초 통계청의 발표는 우리를 심란하게 만들었다. 2016년 전체 어업생산량은 325만 7,000톤으로 전년 대비 2.6% 감소했고, 특히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44년 만에 상징적 하한선인 100만 톤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91만 6,000톤, 13.4% 하락).

 원양어업 또한 포클랜드 오징어 영향으로 21.5%의 감소폭을 보였다. 물론 어업생산금액이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7조 4,257억 원을 기록한 것을 위안삼을 수는 있다.

 우리는 수산물이 웰빙식품이라는 인식의 확산과 소비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전환의 계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기후변화 속에서도 수산 생태계를 보존하면서 지속 가능한 어업을 영위하고 양식업을 국제적 경쟁력을 갖도록 육성하는 일, 어촌의 정주환경을 개선하면서 수산업의 부가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수산식품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일, 그리고 이러한 일의 기초가 되는 통계체제를 제대로 갖추는 것 등은 그 누구도 이견을 제기하지 않을 기본적인 과제이다. 우리는 수산업의 산업적 가치와 수산인의 자긍심을 높여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안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국가승인통계로 지정된 ‘수산업 실태조사’를 통해 연관산업을 포함한 수산업 전반의 현황을 조사해 최근 발표한 바 있다. 그 결과 수산업 분야 전체 종사자 수는 104만 4,000명, 전체 매출액은 65조 9,000억 원으로 국가 전체 매출액의 1.2%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사자 수를 부문별로 보면, 일반 수산업 부문 83만 1,000명(79.6%), 연관산업 부문 21만 3,000명(20.4%)이며, 업종별로는 수산물 생산업 종사자가 64만 5,000명으로 전체의 61.7%를 차지했다.

 반면 매출액은 수산물 유통업이 가장 컸다. 전체 매출액 65조 9,000억 원 중 수산물 유통업 매출액은 28조 4,000억 원으로 43.1%를 차지했다. 이어 수산물 생산업과 수산물 가공업이 각각 16.7%와 15.7%로 집계됐다.

 또한 해양수산부는 지난 수산인의 날(4월 1일) 기념행사를 통해 수산업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수산업이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발돋움해서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을 갖도록 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 1957년 지남호 출항 기념식
 작은 파도가 배의 전진 막을 수 없다
 국립해양박물관도 이러한 맥락에서 수산업과 관련된 상설전시를 통해 관람객에게 우리나라 수산업 역사를 전하고 있으며,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 청소년들이 수산에 대한 관심을 갖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원양어업 진출 60주년’을 기념해 6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특별전시도 개최할 계획이다. 이번 전시는 과거 산업화 초기에 외화 획득을 이끈 대표적 산업이자 도전의 상징이었던 원양어업의 역사를 돌아보고, 원양어선에 승선하셨던 분들의 노고를 기억하고자 하는 전시이다. 이러한 문화적인 접근을 통해 수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수산인의 자부심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사실 우리나라 최초의 원양어선인 ‘지남호(指南號)’는 1957년 6월 29일 출항해 한 달 반 동안 아무런 어획도 하지 못하다 8월 15일에 드디어 첫 어획(새치) 실적을 올리며, 우리나라 원양어업의 거대한 도전의 문을 열었다. 이때 올렸던 0.5톤의 실적은 그 이후 우리 수산업 발전의 초석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 우리나라는 오대양을 누비며 세계 상위의 원양어업국으로 성장했고, 지금은 국제적인 관리체제 속에서도 여전히 주요한 원양어업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잠시의 어업생산량 감소라는 작은 파도가 우리나라 수산업이라는 큰 배의 전진을 막을 수는 없다. 60년 전 부산항 제1부두를 떠나 인도양으로 향했던 원양어선의 이름 ‘지남호’는 ‘남쪽으로 뱃머리를 돌려 그 쪽에서 부를 건져오라’는 의미를 담아 명명된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수산업이 그동안 많은 시련을 딛고 성장해 오늘에 이른 만큼 우리는 계속 새로운 도전을 통해 더 큰 부와 성장의 힘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확신해본다.

PROFILE
손재학 국립해양박물관 관장
손재학 관장은 부산동성고, 부산수산대 자원생물학과, 국방대학원(국제관계학석사), 부경대 대학원(해양산업경영학 박사)을 졸업했으며, 농림수산식품부 어업자원관, 수산정책관, 국립수산과학원장, 부활 해수부 초대 차관, 부경대 석좌교수 등을 역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