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 인구’의 경제학
‘5천만 인구’의 경제학
  • 이준후/시인, 산업은행 제주지점장
  • 승인 2010.10.1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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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말이면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을 넘는다고 합니다. 역사상 최대의 인구이지요. 그러나 이것도 잠시뿐, 저출산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2018년부터는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할 거라고 하네요. 2018년이면 8년 후가 됩니다. 2050년에는 지금보다 641만 명이나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고 합니다.

작년말 기준으로 세계 인구는 약 68억3,000만 명. 중국이 13억5,000만으로 1위를 차지하고, 인도(12억), 미국(3억2,000만), 인도네시아(2억3,000만)가 뒤를 잇습니다. 우리나라는 4,875만명으로 26위이며 북한은 2,390만, 남북한을 합한 인구는 7,265만 명으로 19위입니다. 하지만 2050년 한국 인구는 지금보다 641만 감소한 4,234만으로 46위로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2050년 세계인구는 91억5,000만으로 추정되고 인도(16억1,000만)가 중국(14억2,000만)을 제치고 1위에 오를 거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인구감소는 인구성장률 둔화 탓이고 인구성장률 둔화는 무엇보다 낮은 출산율 때문이지요. 1970년 우리나라 출산율은 4.53명이었습니다. 그 전에는 물론 이보다 높았습니다. 그러던 것이 1980년 2.82명, 1990년 1.56명, 2000년 1.47명, 2007년 1.25명, 2008년 1.19명, 2009년 1.15명으로 지속적으로 그리고 대폭적으로 줄었습니다. 2004년에는 1.08명으로 전 세계에서 홍콩 다음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1945년 해방과 더불어 우리나라도 인구가 증가할 계기가 되었지만 1950년 한국전쟁으로 우리나라의 베이비붐은 지연되어 50년대 후반부터 베이비붐이 시작되었습니다. 농업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던 경제여건상 중년과 노년인구의 감소가 가져온 노동력의 부족을 보충하기 위하여 각 가정의 출산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정부도 정책적으로 다산을 장려하는 한편 보건환경 개선에 나서 영아사망률을 큰 폭으로 떨어뜨려 베이비붐의 규모를 더욱 확대하였습니다. 이 시기 출산된 인력이 이후 경제개발과 고도성장기의 주역이 되었던 것은 언급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우리나라 출산율을 세계 최저수준으로 떨어뜨린 요인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진 가장 직접적인 이유로 베이비부머들이 아이를 적게 낳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베이비부머의 출산을 ‘에코붐’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에코붐은 1988~2000년 짧은 기간으로 끝나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왜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소득증가’ 때문이랍니다.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증가는 여성의 사회진출을 촉진하였고 사회에 진출한 여성은 우리사회의 여성에 대한 차별, 즉 출산=퇴사라는 사회적 차별을 극복하기 위하여 출산시기를 뒤로 늦추거나 아예 출산 자체를 기피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였다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들이 저출산의 원인으로 교육비의 부담을 꼽을 수 있습니다. 교육비 지출은 지난 외환위기를 비롯한 국가적인 위기에도 거의 영향을 받지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가계를 더욱 괴롭히는 것은 사교육비의 부담이라 하죠? 자산을 열심히 축적해 다가올 노후를 준비해야 할 30~40대 인구의 교육비 부담이 대단히 높다는 점입니다. 이를 지켜보는 20~30대의 부부들의 출산기피 현상은 합리적인 행동으로 불 수 밖에 없습니다.

저출산은 한 때의 유행이 아니고 이미 추세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추세는 한 세대의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적어도 30년 정도는 계속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추세를 돌이키기 위해 정부는 2015년까지 점진적으로 출산율을 회복하는 기반을 구축하고 2030년까지는 OECD 평균수준의 출산율을 회복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 계획이 달성되면 인구감소를 14년가량 늦출 수 있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2009년을 기준으로 OECD 출산율이 평균 1.71명이니 합계출산율을 0.59%포인트 즉 현재보다 49% 가량이나 끌어올려야 합니다.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경제의 근본은 노동력이라 하겠습니다. 노동력은 인구의 다른 표현이고 인구는 출산의 결과이니 출산이 국가 성쇠에서 나아가 존망의 문제라 하겠습니다. 출산을 각 가정의 판단에 만 맡길 수 없음이 여기에 있습니다.

지난 선거에서 무상급식이 화두가 되었습지요. 저출산 추세를 돌이키기 위해서는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은 물론 취업여성을 위한 무상보육이 보다 앞서는 문제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정부예산에서 보육부문이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강 살리기’보다 ‘출산율 살리기’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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