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장관은 어느 부처 장관인가”…‘바닷모래 채취 반대 결의안’ 무시 질타
의원들, “장관은 어느 부처 장관인가”…‘바닷모래 채취 반대 결의안’ 무시 질타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7.04.0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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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 “‘무조건 중단하겠다고 말씀 못 드려 죄송”
<해양수산부 국회 현안보고>
▲ 김영춘 국회 농해수위원장이 지난달 8일 제350회 국회 임시회 제1차 농해수위 전체회의를 열고 김영석 해수부 장관으로부터 긴급 현안보고를 받고 있다. ⓒ박종면

[현대해양 박종면 기자] 바닷모래 채취 문제가 수산계 최대 이슈로 부각한 가운데 지난달 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가 제350회 국회 임시회 제1차 농해수위 전체회의를 열고 김영석 해수부 장관으로부터 긴급 현안보고를 받았다. 이날 보고 안건은 남해 EEZ 바닷모래 채취 문제, 연근해 어족자원 고갈 문제, 한일 어업협정 체결 지연 문제 등이었다. 그러나 사실 이날의 현안은 남해 EEZ 바닷모래 채취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 이유는 지난 2월 23일 농해수위 위원 만장일치로 ‘남해 및 서해 배타적경제수역 모래채취 중단 촉구 결의문’을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수부가 4일 뒤 국토교통부에 바닷모래 채취 기간 연장 합의를 해주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해수부 무용론 지적
포문은 김영춘 농해수위원장으로부터 열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개의를 선언하자마자 “최근에 회부된 법률안 등 보고사항은 배부해 드린 유인물을 참조하라”며 발언을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현안보고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위원장으로서 한 말씀 드리겠다”고 전제한 뒤 “2월 27일 국회와 어업인, 수산업계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어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수산자원을 황폐화시키는 바닷모래 채취 연장에 동의함으로써 이번 달부터 또다시 남해 EEZ에서 모래 채취가 개시될 예정”이라며 “국토부에 해역 이용 협의를 통보하며 어업인과 수산업계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해수부의 정책결정은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어민의 눈에 비친 해수부의 모습은 있으나 마나한 해수부를 넘어서 오히려 해양과 수산에 해악을 끼치는 해수부로 전락해 버렸다. 해수부 무용론의 확산을 해수부가 자초하는 행태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심정이다. 국토부와 상부의 지시에 그대로 따르는 국토부 이중대의 모습이 농해수위원장으로서는 개탄스럽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장관이 직접 보고하라” 
상세보고 직전에도 김 위원장은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김영석 장관이 주요 현안과제를 보고한 후 “상세한 내용은 기획조정실장으로 하여금 보고 드리도록 하겠다”고 양해를 구했으나 김 위원장은 “상세보고도 장관이 직접 하라. 양해 못 한다”며 잘라버렸다. 평소와 완전 다른 분위기였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국회가 정부를 배려하고 존중하면 정부도 국회를 존중해야지 국회가 결의안을 채택해서 보낸 지 며칠 만에 덜렁 잉크도 마르기 전에 상임위 결의안 자체를 무시해 버리는 그런 정부를 왜 국회가 존중해야 되느냐”며 양해하지 않았다.

장관은 계속된 보고에서 “지난해 9월부터 6개월간 조건부로 협의한 340만㎥ 물량이 모두 소진됨에 따라 즉각적인 대체 골재원 확보가 어렵고 바닷모래 공급 중단에 따른 지역 및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고려하여 불가피하게 국토부의 당초 신청 내용을 조정해 기간을 금년 3월부터 내년 2월까지 1년간 채취물량을 650만㎥로 해역이용 협의 의견을 국토부에 통보했다. 국토부에 협의 의견 통보 시 해양환경 피해 최소화에 필요한 조치와 상임위 결의문의 주요 내용이 포함되도록 11개의 협의 이행 조건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해수위 결의안을 무시하고 일방적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김영석 해수부 장관에게 묻고 있다. ⓒ박종면
▲ 김영석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동안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이 답답한 듯 물을 마시고 있다. ⓒ박종면

“의안 통과 나흘 만에 X무시”
현안 보고가 끝나자 김 위원장은 “결재라인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은 뒤 “바닷모래 채취를 하는데 허가권을 가진 주무부처도 해양수산부가 아니라 국토부고 관리자도 수자원공사, 그것도 잘못되어 있는데 또 해양수산부 안에서도 어장 생태계와 직결되는 문제를 다루는 중요한 의사결정의 결재라인에 수산정책을 다루는 부서는 없다”고 개탄했다.

바닷모래 채취에 반대하는 어민의 입장에 대한 보고도 있었다. 어업인 대표로 나온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은 “바닷모래는 어업인의 논밭이다. 각종 어류의 산란장, 서식지, 회유 경로로써 만약 어장이 황폐화된다면 아무것도 건질 수 없는 텅 빈 바다가 되어 수산산업은 더 이상 존속할 수 없게 된다”고 호소했다.

본격적인 위원들의 질의에서 김철민 위원은 “해수부가 2013년 3월 부활한 이래로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다들 인정하고 있다”며 “해운산업 구조조정도 주도하지 못했고 세월호 특조위 활동 훼방까지 놓았고 선체 인양도 1년 가까이 미루어 왔다. 해수부의 무사안일 행태에서 전혀 변화가 없어 보이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이런 바닷모래 채취 연장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나 걱정스럽다고”고 우려했다.

 

김 장관 “모래채취 최소화 하겠다”
김철민 위원은 “결의안 채택이 23일인데 불과 나흘 뒤에 국토부장관에게 협의의견을 통보했는데 우리가 결의서를 작성할 때 이미 해수부 내부에서는 동의하기로 결정을 한 상태에서 결의문을 받았지 않았나”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김 장관은 “완전 중단이라는 그러한 조치를 못 한 것에 대해서는 국회의 의견을 받들지 못해서 죄송하다”며 “기타 국토교통부에서 요구했던 물량의 절반 수준으로 차감을 하고 나머지 결의문까지 있었던 모든 저희들의 요구조건까지 포함해서 11개의 조건을 붙여서 제출한 데에 대하여 이해를 해 주시기 바란다”고 양해를 구했다.

심지어 김현권 위원은 김 장관에게 “어느 부처의 장관이냐”고 물었다. 김현권 위원은 “상임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통과시켰는데 나흘 만에 개무시하고 다른 결정을 내리는 게 무시하는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 김영석 해수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를 괴로운듯 경청하고 있다. ⓒ박종면

“결재라인에 수산정책 다루는 부서 없어”
박완주 위원은 “추가로 연장해 준 금액으로 따지면 대략 1,000억 정도 이익을 보려고 하는데, 그러면 이 지역 복구되는 데는 얼마 걸릴 거라고 예측하느냐”고 물은 뒤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자 주먹구구식임을 따졌다. 이어 “황교안 권한대행은 뭐라고 했느냐”고 추궁했다. 그러자 김 장관은 “한수총을 중심으로 해서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 그럼에도 골재나 건설 쪽에서는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내용을 최소화해서 아무튼 의견 조정을 한번 해 보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권한대행께서는 가능한 한 갈등이 계속되지 않도록 노력을 해 달라는 말씀을 하셨다”며 일각에서 나오는 황 대행 지시 의혹을 일축했다.

이외에도 이만희, 위성곤, 이양수, 김태흠, 김성찬, 이개호, 황주홍, 권석창 위원이 바닷모래 채취의 부당함을 계속 따졌다. 위원들은 바닷모래 채취 반대 결의안이 무시된 점과, 어장 환경 파괴를 깊이 우려했다.

 

▲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이 바닷모래 채취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종면

그러나 김 장관은 이날 해사 채취를 전면 중단시키겠다는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 ‘최소화’를 강조했다. 김 장관은 “‘무조건 중단하겠다’라고 말씀을 못 드리는 것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해사 채취를 중단할 수 없음을 밝혔다. 반면 김임권 회장은 “바닷모래는 어민과 수산업 발전을 위해서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우리가 여기서 물러서면 어업인들은 설 자리가 없다”고 호소했다.

김영춘 위원장은 회의를 마치며 “장관이 정부 조직의 일원으로서 협조를 해야 된다는 말은 나름 이유가 있는 말이기는 하나 해수부는 어민들, 수산인들의 권익을 대표하고 대변해야 한다”며 해수부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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