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권현망수산업협동조합>
[통영=현대해양 박종면 기자] 100년의 역사를 바라보는 멸치권현망수협. 멸치권현망수협은 우리나라 멸치 생산량의 60%를 점유하고 있으며, 미국(LA), 중국 등 세계인의 식탁에 우리 수산물을 올리는 글로벌 수협이다. 멸치권현망수협은 국내 유일의 멸치잡이 업종별 수협으로 고칼슘 천연건강 식품을 공급하고 있다. 또 업종별 수협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수협이자 우리나라 수산업을 대표하는 수협 중 하나이기도 하다.
멸치권현망수협은 지난해 5월 경남 통영의 기선권현망수협에서 이름을 바꿨다. 멸치권현망수협은 1919년 설립된 광도온망어업조합이 그 뿌리다.
바닷모래 채취 등으로 어획량 줄어
멸치수협은 매년 1만 8,000톤가량의 멸치를 어획하고 위판액은 1,200억 원을 넘는 우량 조합이기도 하다. 이런 멸치수협이 최근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멸치수협의 위판고는 평년 실적보다 40%나 줄어 700억 원대에 그쳤다. 멸치수협 조합원들은 “지난해 추석(9월 15일) 전까지만 해도 어획량이 괜찮았던 것이 추석 이후부터 어획이 줄었다”며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중호 멸치권현망수협 조합장은 “52명의 조합원이 경영에 어려움이 있어 해수부에 긴급경영자금을 신청했다”며 업계의 상황을 전했다. 이어 이 조합장은 “멸치가 천둥 번개만 쳐도 잘 안 잡힌다. 원인에 대해 과학적인 연구가 있어야 되는데 그런 연구가 없다”며 관련 연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멸치 어획량 감소에는 바닷모래 채취도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바닷모래가 물고기 산란 서식지인데 과도한 채취가 강행돼 왔다는 것이다. 바닷모래 채취 반대와 관련해 멸치수협은 부산·울산·경남지역 수협과 ‘남해EEZ모래채취대책위원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바닷모래 채취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해상경계 권한쟁의
멸치수협엔 풀어야 할 숙제가 몇 가지 있다. 어획고 감소에 해상경계 권한쟁의, 혼획 갈등 등이 그것이다. 먼저, 해상경계 권한쟁의는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의 조업구역 갈등이다. 지난 2015년 7월 대법원이 멸치수협(당시 기선권현망수협) 조합원 12개 선단을 포함, 17개 선단이 남해군 남방 백서섬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 어업지도선으로부터 단속된 사건에 대해 ‘전남-경남 간 해상 경계가 존재한다’며 유죄 판결을 확정했고, 이 판결에 따라 해상경계가 전남 쪽에서 경남 쪽으로 5㎞ 가량 옮겨지게 됐다.
이에 멸치수협 조합원을 비롯, 어장을 잃고 범법자로 몰리게 된 경남지역 어업인 1,000여 명이 경남연근해어업조업구역대책위원회 출정식과 함께 해상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나아가 경상남도가 2015년 12월 헌법재판소에 해상경계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행한 지형도상 해상경계를 도(道)간 경계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던 것. 그러나 멸치수협 조합원 등 경남 어업인과 경남도 측은 “국토지리정보원도 ‘지형도 상의 경계표시가 행정구역경계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고시했다”며 대법원이 근거로 삼은 도계(道界)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하나의 과제인 잡어 혼획 문제는 멸치 조업 때 다른 어종이 같이 잡히는 것(혼획)을 일부 허용해달라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혼획 관리 강화안’이 신설된 개정 ‘수산업법’ 시행을 앞두고 연안어업인들이 혼획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5% 혼획 허용해야”
이 조합장은 “혼획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연안어업인들과의 협의를 통해 MOU를 맺은 만큼 5%까지는 혼획을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멸치수협 사업규모는 지난해와 같은 900억 원이다. 지난해 위판고가 전년 대비 200억 원 가량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신용사업에서 흑자를 내고 있으니 다행인 셈이다.
이 조합장은 “작년 위판이 전년에 비해 200억 원이 떨어진데다 대손충당금 적립 등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한 뒤 “일이 잘 풀려 조합원 얼굴에 웃음꽃이 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