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24) 인연이 이어준 보물, 꽃게에 빠진 배미숙 씨
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24) 인연이 이어준 보물, 꽃게에 빠진 배미숙 씨
  • 김보연 기자
  • 승인 2017.04.03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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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과 짠 그물 끌어올리며
제2의 인생 꽃피우다

▲ 배미숙 씨 부부

귀어 전 거주지역 : 경북 안동시
귀어지 : 전북 부안군 진서면
귀어 전 직업 : 회사원
귀어연도 : 2013년
나이 : 49세
어업형태 : 어선어업
귀어 초기자본 : 3억 원
                      (자부담 1억+지원금 2억 원)
연간수익 : 2억 5,000만 원

 새로운 인연과 삶, 돌아온 고향
 전북 부안이 자리한 변산반도의 남단엔 부안군과 고창군이 서로 마주보는 사이로 곰소만이 위치해 있다. 배미숙(49세) 씨가 새롭게 터를 마련한 곰소만 북단의 운호리에서 배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멀리 고창군이 보일 정도로 두 곳은 가깝다. 배 위에서 보이는 변산반도 남단이 간직한 아름다운 풍경, 은빛 가득 빛나는 바다를 배 씨가 자랑하는 동안 배를 조종하던 남편 김송수(51세) 씨는 흐뭇하게 웃으며 물길을 가로지른다.

 배미숙 씨는 부안군 진서면 운호리에서 나고 자랐으나, 배 씨가 14살이 되던 해 가족이 인천으로 이사를 가면서 고향을 떠나야 했다.

 그렇게 20여 년을 인천에서 지내다가 안동으로 옮겨 6년 간 회사생활을 하던 중 배미숙 씨에게 연락이 온다. 그는 “친구가 연락을 해서 ‘송수 씨가 내 연락처를 묻더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며 “무슨 일이 있을까 싶은 마음에 연락처를 가르쳐 주라고 했고, 그게 만남의 시작이 됐다”고 살폿한 미소를 짓는다.

 남편 김 씨는 배 씨의 풋풋한 시절 첫사랑이다. 고향을 떠나 오래도록 돌고 도는 동안 서로 다른 인연을 만나고 아쉬운 이별을 겪었다. 그러나 김송수 씨의 용기로 두 사람은 새로운 인연으로 이어졌다. 이미 각기 자녀들이 있지만 마치 처음부터 한 가족이었던 것처럼 재혼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는 두 사람은 가족의 결집력을 바탕으로 청사진을 그려낼 수 있었다.

▲ 몇 년간의 노력으로 마련한 어선이 배미숙 씨에게 꿈꾸는 미래를 위한 기반이 될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시작했던 좌충우돌 귀어 2013년 4월, 배미숙 씨는 남편 김 씨가 터를 잡고 있는 운호리에 자리를 잡았다. 귀어하면서 어렵게 마련한 1억 여원을 들여 2.99톤 작은 선박을 구입, 꽃게와 새우 조업을 시작하게 됐다.

 특히, 꽃게는 큰 수익원이 돼 줬으나 배 씨의 귀어는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한다. 새롭게 다진 의욕에도 불구하고 배미숙 씨에게 귀어는 만만치 않았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인건비라도 줄여 볼 심산으로 어선에서 조업을 도왔던 배 씨는 “매일 멀미약에 의존해 승선할 정도로 뱃멀미가 심했던 내게 어릴 적 친구들이 생강편이 좋다고 알려줬다. 먹고 나니까 멀미가 줄고, 이젠 멀미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어렸을 적 인연을 맺은 고향친구들의 배려는 따뜻했다. 지금도 틈이 날 때마다 모임을 가지며 귀어의 힘겨움을 극복하는 힘을 얻는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서서히 자리잡아가는 귀어
 뱃멀미 이외에도 배미숙 씨를 힘들게 하는 건 근해어선의 연안침범이었다. 작게는 28톤에서 크게는 80톤 이상 나가는 근해조업선들이 먼 바다가 아닌 연안어장의 꽃게들까지 거둬간다는 것이다. 심지어 전국의 바다를 누빌 수 있기에 연안어장 곳곳을 휘젓고 다니는 통에 작은 배로 연안어업부터 시작해야 하는 귀어인들로서는 그들의 등장으로 1년 꽃게잡이가 어려워진다.

▲ 부안에서 잡히는 꽃게는 그 맛이 달고 좋다.
 이에 배 씨는 “꽃게잡이는 그렇다 해도 망가진 그물을 바다에 버리고 가는 것도 다반사였다. 바다도 오염되고 꽃게들의 터전도 망가져 다음해 어업에까지 지장을 초래한다”며 “심지어 우리 부부가 그물을 쳐놓고 수거하러 가는데 누군가 이미 수거해간 적도 있었다. 기지를 발휘해 잡았지만 마을 주민이었기에 더 화도 나고 실망도 컸다”고 밝혔다.

 노동의 강도가 높은 꽃게잡이는 물론 금전적으로도 어려움이 많았던 두 사람은 몸도 마음도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그렇게 귀어 2년이 지나가고 있을 무렵, 귀어자금에 대해 알게 된 배미숙 씨는 “처음부터 귀어자금을 알았더라면 좋았을텐데 마냥 아쉬웠다. 하지만 알고 난 후에도 귀어자금 지원은 쉽지 않았다”라며 “세금을 허투루 쓸 수 없다는 건 이해하지만 서류준비만 몇 개월이 걸리니 정말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러나 죽으란 법은 없다고 하지 않던가. 귀어자금 2억 원을 지원받은 배 씨는 5.8톤 어선을 구매, 부부의 조업 상황은 훨씬 나아져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했다. 꽃게철에 바쁘면 선원 4명과 어업보조인 2명을 고용할 정도로 꽃게조업은 활기를 띤다.

 꽃게조업 시기는 봄(4월 말~6월 20일)과 가을(8월 21일~10월 말)에 진행되며, 금어기는 6월 21일부터 8월 20일까지 제외하고는 날이 좋으면 한 달에 25일까지 나가기도 한다. 가을조업이 아니면 큰 수익이 나진 않지만 연간수입의 70~80%는 가을조업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봄에는 ‘외포란’이라는 알 밴 암게가 많이 잡힌다. 거의 40%가 외포란”이라는 배미숙 씨는 “잡으면 놔둬야 하지만 꽃게가 귀할 때라 시세가 비싸서 안 나갈 수도 없다”며 “꽃게 금어기 땐 자하젓에 들어가는 새우조업에 나가 1,0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려 생활비를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남편과 달리 배 씨는 아직 어촌계 가입이 돼 있지않은 상태이나, 내년이면 어촌계 정관조건을 갖춰 가입이 가능하다. 배미숙 씨는 “큰 혜택이 있는 건 아니지만 비로소 마을주민들과 어우러지는 기회가 된다”며 “그동안 마을의 대소사부터 지신밟기, 풍어제 같은 마을행사까지 참여하며 소통한 노력의 대가인 셈”이라고 밝게 웃는다.

 귀어의 어려움, 귀어인이 가장 잘 알아

▲ 귀어 초기 뱃멀미로 고생했지만 이젠 끄떡없다는 배미숙 씨
 배 씨는 얼마 전 집을 새로 지었다. 천연의 나무빛깔이 가득한 집안으로 밝은 햇살이 들어차면서 따스한 온기까지 채워넣는 듯했다. 낯선 방문객이 보기에도 멋진 이 곳에서 얼마 전 마을사람들이 모여 새뜰마을사업의 일환으로 수지침 강사를 불러 함께 배우는 시간을 가졌
다고 한다.

 연간 소득 2억 5,000만 원으로, 이젠 수익면에서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은 배미숙 씨가 목표로 하는 미래 모습이 궁금해졌다.

 세 아들과 가족기업을 운영하고 싶다는 배 씨는 “운반선을 더 갖춰 어획량을 올리고 자금을 모아 소포장 냉동사업을 할 계획으로, 5년~10년 정도 내다보고 있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더불어 귀어 후배들을 위한 교육활동에도 열의가 있는 배미숙 씨는 “지난 해부터 혹시 뭔가 배우고 싶어하는 귀어인이 있다면 우리에게 보내라고 부안군청 담당공무원과 얘기를 했다”며 “홈스테이 형식의 귀어 교육활동을 내년부터 시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일까. 배 씨는 2016년 12월, 서울에서 열린 귀어귀촌인 전진대회에서 대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러나 배미숙 씨는 우쭐할 틈이 없다.

 오늘도 배씨는 내년 봄과 가을에 쓸 그물과 어구를 다듬으며 다음해 어업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글=김보연 기자, 자료협조=어촌어항협회 귀어귀촌종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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