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정신이 살아 깃든 세계적 유산 ‘해녀박물관’을 찾아서
제주의 정신이 살아 깃든 세계적 유산 ‘해녀박물관’을 찾아서
  • 현대해양
  • 승인 2008.12.26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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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녀박물관 전경

제주도 제주시는 지난해 6월 9일 구좌읍 상도리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공원 안에 제주해녀의 삶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제주해녀박물관’을 개관했다. 지난 2000년 계획을 수립한 뒤 2003년 12월부터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4,000㎡ 규모의 제주해녀박물관 건립 공사에 들어가 2년 6개월 만에 100억 원을 들여 완공했다.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가고 있는 제주 해녀의 숨결과 삶의 체취가 배어 있는 제주해녀박물관 개관을 늦게나마 축하하며 해녀들의 과거와 현재를 찾아가 본다.

제주해녀의 일생과 어촌마을의 풍경을 한눈에

 지난 1932년 1월 구좌, 성산, 우도 일대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여성항일운동이 일어났다. 일제의 식민지수탈 정책과 민족적 차별에 항거한 이 운동은 여성주도의 유일한 항일운동으로 그 의의가 크다.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해녀들의 2차 집결지였던 이곳 구좌읍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공원 안에 해녀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기자가 찾은 시간은 오후 4시. 관람을 막 끝내고 나오는 관광객들로 주차장이 시끌벅적하다. “참 잘 만들어놨네. 아이들 교육에도 좋을 것 같고 해녀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돼는구먼….” 그들 중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관광객이 내뱉은 말이다. 그 말을 들은 기자는 혼잣말을 한다. “그래? 그럼 어디한번 들어가 볼까?”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우선 잘 정돈된 야외공원이 손님을 맞이한다. 그곳엔 제주항일운동기념탑, 해녀광장, 야외전시물, 운동장 등이 조성되어 있다. 그저 관람만하고 왔다가는 장소가 아닌 언제든, 누구나 찾아와 즐기고 쉬어갈 수 있는 다목적 문화공간으로 조성돼 있다. 공원의 조각을 하나 둘 감상하며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오름의 아름다운 선과 방사탑을 형상화해서 만든 ‘제주해녀박물관’이 나온다. 박물관은 1·2·3전시관, 뮤지엄 샵, 어린이해녀체험관, 전망대로 나뉘어져 있다.

 제1전시실은 해녀의 탄생, 성장과정, 결혼, 신앙, 농사 등 해녀의 삶을 표현한 공간이다. 해녀의 집이 원형대로 복원돼 있어 그들의 생활상을 들여다 볼 수 있으며 해산물을 이용한 다양한 음식 모형과 의식주 생활도구 등이 전시되어있다. 제주에는 ‘반농반어’라는 말이 있는데 물때에 맞춰 해산물을 채취하고, 물질을 하지 않는 날은 밭에서 농사일을 하는 해녀들의 삶을 일컫는 말이다. 1전시실은 이러한 제주어촌의 모습과 세시풍속 등을 살필 수 있는 곳이다.

 제2전시실은 불턱과 배를 타고 나가는 뱃물질의 모형, 태왁망사리, 나잠어구 등 물질할 때 필요한 도구와 옷들이 전시되어있다. 그중 기자의 눈을 끄는 것이 있었으니 물질할 때 입는 ‘소중이’라는 옷인데 옷에는 ‘xx밀가루’ 란 단어가 씌여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옛날 천으로 만든 밀가루 자루를 이용해 소중이를 만들어 입은 것이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그 시절 밀가루 자루는 한 낱 쓰레기가 아닌 물질에 꼭 필요한 용품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또 하나 제주해녀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불턱’이 원형 복원돼 있다. 불턱은 물질이 끝난 해녀들이 모여 앉아 불을 피워 몸을 녹이고 잡아 올린 해산물을 처분하는 장소다. 이곳에서는 정보교류도 이뤄지는데 마을의 대소사가 이곳을 통해 전파된다. 참으로 재미있는 공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공간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공중에 메달린 제주의 전통배인 테우가 인상깊은 제 3전시실은 해녀들의 남편인 어부들의 삶의 모습과 어로문화를 전시한 공간이다. 테우를 이용한 자리잡이, 멸치잡이, 구엄 ‘돌’염전 등을 복원해 놓았으며 사진자료들은 해녀 삶의 이해도를 높여준다. 또한 제주의 대표적인 민요 ‘해녀노래’와 ‘멸치후리는 노래’도 들을 수 있다. 박물관에는 어린이에게 제주의 전통문화를 이해시키고 해양문화교육을 위해 해녀체험관도 마련되어있다.

 기자가 찾았을 때도 유치원생들이 체험교육을 받고 있었는데 이것저것 신기해하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해양문화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박물관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이곳 4층에 위치한 전망대는 제주의 아름다운 바다와 해녀들의 물질 모습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으며 누구든 찾아와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폭 넓은 해양문화 교육에 힘쓸 터

 “현재 2,900여명의 해녀들 중 50대 후반에서 70대가 2,500여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10여년 후면 해녀가 사라질 것”이라는 김창화 소장은 “그래도 이렇게 해녀들의 문화를 보존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다행”이라며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려 애쓴다.

 그는 또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해녀문화인 만큼 일본에도 사설 박물관이 있으나 제주해녀박물관처럼 짜임새 있게 공공박물관을 만든 것은 제주가 유일 하다”며 뿌듯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현재 박물관은 하루 평균 400~500여명이 방문하고 있으며 여행업계와 협조해 제주여행 필수 코스로 알린다는 계획이다.

 “앞으로는 이어도 및 해양관련 교육을 더욱 강화해 나갈것”이라는 김 소장은 해녀들의 문화를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더 나아가 폭 넓은 해양문화 교육에 대한 포부를 품고 있었다.

 

 해녀문화 전승·보존하는 문화공간으로의 역할

 제주 해녀들은 좀녀, 좀수, 잠수라 불려지며 오랜 세월 물질을 해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아주 희귀한 존재로 주목받고 있는 제주해녀는 현재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제주를 지칭하는 바람의 섬, 신화의 섬 등 수 많은 단어가 있지만 ‘제주해녀’만큼 강인함을 생각나게 하는 단어도 없을 듯하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가족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여성의 몸으로 거친 바다와 싸워가며 물질해온 제주해녀.

 이제 그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곳 해녀박물관이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해녀문화를 전승·보존하는 문화공간으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해줄 것을 바라는 바이다.

2007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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