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 감치는 구수한 맛, 생우럭탕
입안 감치는 구수한 맛, 생우럭탕
  • 윤성도 자유기고가
  • 승인 2010.09.0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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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도의 바닷가 이야기>


△ 우럭탕의 참 맛을 내는 살아있는 우럭

 횟집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어류가 넙치와 우럭이다. 손님상에 오르는 횟감 중 십중팔구가 우럭 아니면 넙치다.

 인공종묘 생산의 성공으로 양식산업이 발달되고 치어방류 사업으로 연안자원도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넙치와 우럭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양식어종. 양식산업의 발달은 우럭의 생산 증대를 가져 왔고 생산 증대는 소비증가로 이어져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우럭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생산 증대가 소비 증가로
 생선횟집에서 회를 시키면 회를 뜬 나머지 대가리와 뼈로 탕을 끓여내는 것이 보통이다. 우럭 회를 뜨지 않고 통째 탕으로 끓이면 어떤 맛일까.

 감칠맛 나는 생우럭탕으로 소문난 전문식당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선재도 ‘바다향기’를 찾았다. 조리경력 20년의 최무용(47)실장은 생선요리의 참맛은 뭐니 뭐니 해도 싱싱한 재료의 선택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재료가 되는 우럭은 말 할 것 없고, 곁들이는 부재료 하나하나까지 주재료 못지않게 신경을 써야 좋은 맛이 난다고 강조한다. 활어관리를 갯바닥에서 뽑아 올린 지하 해수로 하며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하는 것도 좋은 재료를 관리하는 한 방법이라 한다.

 매운탕과 맑은탕은 조리 과정이 같다. 매운탕은 끓이는 과정에서 고춧가루가 들어가는 것이 다를 뿐이다. 어떤 이는 고추장을 풀어 넣기도 하는데, 고추장이 들어가면 텁텁한 맛이 나 우럭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없다.

 펄떡거리는 활우럭의 배를 갈라 간은 그대로 두고 느끼한 맛을 내는 기름내장은 버린다. 납작 썬 무와 콩나물을 깔고, 특별히 만든 육수를 붓고 집 된장을 살짝 풀어 끓인다. 디포리, 다시마, 대파, 명태 등을 넣어 끓여낸 육수와 된장이 함께 생우럭탕의 기본 맛을 잡아주는 것이 이집의 노하우. 한소끔 끓기 시작하면 마늘, 고니, 생 바지락 등을 넣고 한 번 더 끓인다. 이 때 바지락을 너무 많이 넣으면 우럭 맛이 죽는다.

 된장과 육수로 내는 기본 맛
 고기가 고루 익게 뒤집어주면서 탕 위에 떠오르는 생선기름기 등 허옇게 낀 이물질은 걷어낸다. 이 거품을 걷어내지 않으면 탕 맛이 깔끔하지 않다는 것이 최실장 얘기다. 무가 읽기 전에 대파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한다. 매운탕은 이쯤에서 고춧가루를 넣는다. 손님상에 나가기 직전, 후추와 레몬으로 잡냄새를 없애고, 미나리, 쑥갓, 팽이버섯 등을 넣는다.

 

△ 우럭 맑은 탕

 

 

△ 우럭 매운탕

 

 

 

 

 

 

 

 대체로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맵고 칼칼한 매운탕을 즐기고, 매운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이 맑은탕을 찾는데, 생우럭탕의 맛을 제대로 즐기려는 사람도 맑은탕 쪽에 손을 든다. 우럭탕의 참맛을 음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다향기’의 생우럭 맑은탕은 그냥 우럭탕이라기 보다 ‘우럭곰탕’으로 부르는 것이 더 알맞은 표현일 듯싶다. 육수에 푹 고와낸 우럭탕이 마치 진한 곰탕을 먹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큼직한 우럭 대가리와 뼈, 육질에서 우러나온 시원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국물, 그 국물에 넉넉하게 잠긴 하얀 육질은 푸짐하고, 씹히는 맛은 담백하고 구수하다. 

 

△ 김연용씨
우럭곰탕으로 부르는 맑은탕
 ‘바다향기’의 젊은 주인 김연용(35)씨는 우럭탕의 재료로 꼭 활어를 사용하는 까닭에 대해 냉동우럭이나 선어는 활우럭과 그 맛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 한다. 김 씨는 수년전, 눈이 먼 아버지의 바닷 일과 그 아버지를 뒷바라지 하는 내용을 다룬 KBS 인간극장의 ‘아버지의 바다’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사람. 사진작가이기도 한 김 씨는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서해안 특산물 우럭의 참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한다. 어민이 되기 위해 도시생활을 접고 고향어촌으로 돌아온 젊은이라 그의 말에 더욱 믿음이 가고 듬직한 마음이 든다.

 

 우럭은 우리와 친숙한 어종이다. 부담 없는 가격이 더욱 우리를 가깝게 한다. 그래서 그 맛까지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바다향기’의 생우럭탕을 한번 먹어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우럭의 참맛을 새롭게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초가을 소슬바람이 부는 계절이다. 생우럭 맑은탕, 아니 감칠맛 나는 생우럭 곰탕으로 여름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슬러 보는 것은 어떨지.

   ■ 바다향기 : (032-889-8300)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선재리 1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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