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재업자 운송비 부담 왜 해수부가 앞장서 걱정하나” 바닷모래 채취 피해 어민들 반발
“골재업자 운송비 부담 왜 해수부가 앞장서 걱정하나” 바닷모래 채취 피해 어민들 반발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7.03.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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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EEZ골재채취단지’ 지정 연장 규탄

 

▲ 통영 바다모래 채취 반대 기자회견

 수산업계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도 바닷모래 채취를 반대하고 나섰다. 또 어민들은 국토부가 바닷모래채취를 강행할 경우 총궐기를 예고하며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난달 20일 경남 통영 강구안 문화마당에 통영·욕지·남해·대형기선저인망 등 12개 수협과 통영 · 거제환경운동연합 등 통영시민사회단체연대모임은 ‘바다모래 채취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대체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국토교통부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지난 8일(수) 부산공동어시장에서도 바다모래 채취 반대 기자회견에 동참한데 이어 오늘 통영에서도 바다모래 채취 연장 반대를 위한 목소리에 함께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바다모래의 지속적인 채취는 어자원 고갈과 환경파괴를 유발해 어업생산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게 될 것”이라며 “어업생산량이 감소하며 결국 수산물 가격 상승으로 국민들까지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연근해 어업 생산량이 44년 만에 처음으로 100만 톤이 붕괴되는 등 극심한 조업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취하지 않아 어민들과 수협의 분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또한 당초 국책사업 용도로 바다모래를 채취했지만 국내 건설 분야 내수 공급용 골재수요 확대에 따라 2010년부터 민간에도 공급하기 시작한 이후 국책용과 민수용의 구분마저 없애버려 기존의 취지가 변질됐다.

 대책위 관계자는 “바닷모래 사용 확대는 염분기가 많아 부실공사 우려가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라도 골재수급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다. 지난달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윈회 김영춘 위원장, 국토교통위원회 최인호 위원, 전현희 위원 주최로 ‘바닷모래 채취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고 여기에서 국토교통부 관계자가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뒤늦게 반대를 들고 나오는지 이해가 어렵다’는 취지로 공개 발언한 것이 알려지며 전국 어민들이 격분하고 있다.

 어민들은 “2008년 첫 시작 때 국책사업에 쓰겠다며 한시적으로 하겠다고 했던 골재채취가 곧 끝날 것처럼 하며 연장을 반복하고 민간에 모래를 대량으로 판매한 국토부가 기만적이고 비열한 행위를 해놓고 적반하장 식으로 나온다”며 여과 없이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어민들은 국토교통부의 현실 인식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판단에 따라 바닷모래 채취 현안 전반에 대해 공개적 입장표명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에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와 수협중앙회 등은 어민들의 입장과 의견을 청취한 후 국토교통부에 공식 질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협 관계자에 따르면 “국토부 관계자 발언에 어민들이 대단히 큰 충격을 받았다”며 “어민들은 크게 다음과 같은 5~6가지 의문점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아 한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책용으로 한시적 채취라더니

 

 

▲ 바닷모래 채취 반대 규탄에는 어민, 수산단체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도 함께 하고 있다. 사진은 '바닷모래 채취 제도 개선 정책토론회'에서 어민과 연대 투쟁을 선언하고 있는 박인호 부산항발전위원회 대표. ⓒ박종면

 첫째, 당초 국책용으로 한시적 채취라던 것과 달리 연장을 반복하고 현재 90%를 민간에 판매하는 이유는 무언가? 어민들은 당초 정부가 국책용으로 4년 가량 하겠다던 골재 채취가 3~4차례나 연장되며 현재 대부분 민간용으로 공급되는 것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한다.

 

 지금까지 파낸 모래양은 서해와 남해를 통틀어 1억495만㎥, 63빌딩 160여 개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문제는 이 모래를 민간업자들이 상당 부분 공급해 왔고 최근에는 90% 가량이 국책사업과 관계없이 아파트 건설 등 민간업체 수요 충당에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애초부터 10년 이상, 민간 공급 목적이라고 밝혔다면 절대 허용할 수 없을 입장이었을 텐데 점진적 단계적으로 조건을 바꿔간 대목이 어민 반발을 피하려는 의도적인 접근 방법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수협 측은 “금방 끝날 것처럼 말하면서 약속된 기간이 되면 연장을 반복한 점, 국책용으로 양해를 구해놓고 지금은 민간용 모래 판매사업으로 전락한 점에 대해 국토부가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4대강 모래를 쓸 수 없다?
 두 번째, 어민들은 당장 4대강 사업으로 채취한 하천 골재가 산더미처럼 적치돼있는데도 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따지고 있지만 국토부는 “수요처에서 50km이상 떨어지면 운송비 문제로 경제성이 없다”며 이유로 바닷모래 채취를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부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정부 측 관계자들은 ‘50km’ 기준만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며 골재업자들의 운송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업계를 대변해 빈축을 샀다.

 어민들은 “골재업자들 운송비 부담 증가를 왜 정부가 나서서 걱정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다.

 수협 관계자는 “결국 바닷모래가 싸니까 그것만 써야 한다는 골재업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에 급급하다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원가 변동 요인이 있으면 반영하는 것이 시장경제논리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개별 업종과 사업자들이 원가 부담 요인이 크다며 바닷모래 공급을 앞장서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수협 관계자는 “또 현재 4대강 사업으로 쌓인 하천 골재로 인해 경기도 여주시에서는 농민들의 민원이 발생하고 관리비용에도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지는데도 이는 수수방관한 채 바닷모래 파기에만 골몰하는 정부의 행정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어민들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염분 많은 바닷모래를 골재로 쓴다?
 셋째, 건축용으로 부적절한 바닷모래를 정부가 나서서 대량 공급하는 것의 타당성과 실질적 경제성 문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바다모래를 건축용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염분과 조개껍질 같은 불순물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멘트는 여러 혼합물들이 뭉쳐 굳으며 한 덩어리로 굳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여기에 수분에 잘 녹는 염분이 섞이게 되면 풍화작용을 촉진시켜 시멘트의 결합력을 떨어뜨린다. 아울러 조개껍질은 모래에 비해 입자가 크기 때문에 시멘트 입자의 균질성을 저해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앞장서서 바닷모래를 공급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수협 측은 “정부가 싸다고 바닷모래가 경제적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애초부터 건축에 적합하지 않은 골재가 쓰인 구조물의 수명이 짧아져 오히려 더 큰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어민들도 “좋은 모래를 써서 100년 이상 쓸 수 있는 튼튼한 건물들을 지어야 하는데 당장 싸다고 바닷모래를 써서 수십 년 쓰고 허물어야 할 건물을 만들면 그게 과연 경제적인 것이냐?”고 반문한다.

 수협 관계자는 “바닷모래를 건축에 사용한 것에 대한 안전성과 실질적 경제성에 대해 국토부가 정량적인 자료와 근거를 갖추어 설명해줄 것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어업인들은 해상 시위를 벌여서라도 바닷모래 채취 연장을 막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사진은 '바닷모래 채취 반대'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건 대형선망어선의 출어모습. ⓒ박종면

 환경비용 등 빠진 바닷모래 원가 산정
 넷째, 환경비용, 어민피해비용 누락된 바닷모래 원가 산정의 적정성 문제다. 국토부는 운송비 문제를 들어 ‘반경 50km 이내에서 채취해야만 경제성 있다’는 논리를 펴고 바닷모래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바닷모래 원가에 환경비용과 어민피해 등이 감안되지 않았기 때문에 싸게 보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4대강 준설토를 두고도 바닷모래를 이용하는 근거는 싸다는 것인데, 이는 바닷모래 사용 시 발생하는 환경적인 비용을 모래가격에 흡수하지 않고 외부로 배출시켜버렸기 때문”이라며 “이는 대표적인 외부불경제효과로 원칙적으로 봤을 때 바닷모래 채취해역을 복원하는 비용을 모래 가격으로 산정할 경우 강모래 등 다른 골재보다 싸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수협 관계자는 “바닷모래 채취에 따른 어업피해, 영구적인 수산자원 감소 등 여러 가지 비용요인을 감안해야 하는데 현재는 단지 채취에 소요되는 비용만 반영해 가격이 왜곡되어 있다”며 “국토부가 이 부분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체골재 사용 시 비용 증감의 실체성
 모래가 전체 건설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대체골재 사용시 비용 증감의 실체성의 문제다. 어민들 반발로 지난 1월 15일부로 바닷모래 채취가 중단되자 골재업자와 건설업체들이 ‘도산 위기’ 운운하는 등 어민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민들은 “모래가 건설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고, 바닷모래 말고 다른 골재를 쓰면 얼마나 비용이 늘어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수협 관계자는 “수협중앙회가 자체적으로 건축하고 있는 대형건물을 기준으로 모래 원가를 따져봤을 때 전체 건설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바닷모래보다 두 배 세 배 비싼 모래를 써도 건설비용은 거의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어민들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토부가 객관적으로 자료를 제시해서 건설업계의 ‘도산위기설’이 사실인지 아닌지 가려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MI “모래채취 해역 원상복구가 사실상 불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지난달 21일 발표한 ‘KMI 동향분석’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에 의하면 바다모래 채취로 인해 변형된 해저지형은 원상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KMI는 동향분석 자료에서 △ 남해의 퇴적된 모래는 약 1만 5천 년 전의 간빙기부터 현재까지 육상 환경에서 퇴적된 퇴적물이라는 점 △ 모래의 퇴적이 멈춘 상태에서 모래를 준설하면 복원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 일본의 조사결과에서도 바다모래는 오랜 세월에 걸쳐 퇴적되어 화석자원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채취에 따른 해저지형의 변화는 회복이 매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해저지형의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은 현재 채취단지내 광구별 휴식년제로서는 모래채취의 피해를 극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본 오카야마 현의 경우, 1970년대 바다모래 채취가 급증하면서 까나리의 어획량이 급감하였고 2003년 4월부터 모래채취가 전면 금지되면서부터 어획량이 반등하여 바다모래 채취로 인한 어업피해 및 채취 금지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점을 들어 어업 피해와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과관계를 고려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협은 이 같은 KMI 발표 내용에 대해 국토교통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수협 관계자는 “연구 사례나 해외 사례 등을 보아도 바닷모래를 채취해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국토부가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면 합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이와 같은 분석자료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종면 기자>

 

 

▲ 산적치된 강모래. 4대강사업의 부산물인 준설토가 수북이 쌓여있음에도 '바닷모래를 계속 채취해야 한다'는 국토부와 레미콘업계 주장에 해수부가 동의한 이유가 무엇인지 어민들은 묻고 있다. 사진은 당산·여주 내양·여주 적금·준설토 주차장(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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