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 프런티어 ⑬ 박주형 이화정송어장 대표
수산 프런티어 ⑬ 박주형 이화정송어장 대표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7.03.10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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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면 어업 미래 송어양식에서 찾아…대서양 연어·은연어·바다송어 생산
한국형 순환여과식 양식시스템 최초 상용화

▲ 이화정송어장 박주형 대표. ⓒ박종면
[경북 상주=현대해양 박종면 기자] 지난해 11월 8일 강원도 고성군 봉포항에서는 아시아 최초의 양식 연어 출하식이 열렸다. 어업회사법인 ㈜동해STF가 주관한 기념식이었다. 동해STF는 해양수산부, 강원도 등의 지원을 받아 20ha어장에 가두리 10기를 설치했으며, 육상에서 부화시킨 200g의 치어를 입식해 20개월 동안 4~5㎏의 성어로 키워낸 것이었다.

 이날 아시아 최초의 양식 연어 출하는 양어장에서 공급한 치어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 연어 치어는 강원도 인근에서 공급된 것이 아니라 멀리 경북 상주의 종묘 생산장에서 공수된 은연어다.

 양어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내륙 경북 상주시 공성면 이화리에 위치한 이화정송어장이 바로 연어 종묘 생산지이다. 연어류는 국내에서 광어 다음으로 소비가 많은 어종이지만 국내 수요의 98% 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생육 최적수온이 17℃ 이하인 한해성 어종으로 우리 바다에서는 양식하기 어려운 어종이었다.

 은연어 치어 공급
 박주형 대표는 우리 동해 외해에서의 연어 양식 성공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수온이 올라가는 여름나기에 성공한 것과 소량이라도 꾸준히 생산할 수 있는다는 것에 긍정적 평가를 했다. 그는 “국내 양식 연어는 경쟁력이 있다. 노르웨이, 칠레에서 대량으로 수입되는 냉장 냉동 연어에 비해 유통시간이 짧아 신선도가 좋고 특히 활어로도 소비자 입맛을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화정송어장은 말 그대로 송어 양식장이다. 여기서 은연어와 송어, 대서양연어, 바다송어, 철갑상어를 길러낸다. 횟집도 직접 운영한다. 횟집은 상주는 물론 인근 김천 등지에서도 신선하고 맛있는 송어회를 먹을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많이 찾는 편이다. 연간 송어 생산량은 약 150톤으로 종묘생산과 양성을 함께 하고 있다.

 이화정은 1984년부터 2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역사 깊은 양어장이다. 9,900㎡ 부지에서 박주형 대표 부친이 송어양식을 시작했고, 이어 1987년 박 대표가 대학 시절 급작스럽게 아버님을 잃고 가업으로 이어가게 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구에서 무역학과를 다니다 군 복무 중이었다. 홀로 양식장을 운영해야 하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 제대하자마자 바로 양식업에 뛰어들었다. 가업을 잇기로 결심한 뒤 그는 다시 부경대 양식학과에 진학했다. 그리고 내친 김에 대학원까지 진학했다.

▲ 송어 양식 전문가 박주형 대표는 “나만의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자신이 기르는 품종에 대한 자긍심을 잃지 않는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면
 ‘바이오플락’ 시스템 최초 도입
 이화정송어장에서는 연간 80만 마리의 치어를 전국에 공급하고 있다. 양어장이 밀집되어 있는 강원도를 비롯한 다른 지방에 비해 양식환경이 좋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형 순환여과식 양식시스템을 도입, 최초로 상용화 했다. 여기에는 지도교수님들의 도움이 컸다. 말하자면 ‘바이오플락’ 시스템을 먼저 도입한 것이었다.

 바이오플락 기술(Biofloc Technology)은 양식생물의 사육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설물 및 사료찌꺼기를 미생물, 식물플랑크톤 등을 활용해 정화시킨 후 이를 다시 양식생물의 먹이로 이용하는 생태계 순환기술로 다른 양식 시스템보다 생산비용이 낮고, 질병 억제 효과와 생산성이 높은 친환경 기술이다.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배출수도 발생하지 않는다. 그는 수량의 한계를 한국형 친환경순환여과시스템으로 극복해 용수 사용량을 3분의 1로 줄이고 비용을 절감했다. 2009년에는 송어 양식업계 최초로 햅섭(HACCP) 인증을 획득했다.

 앞서 2002년에는 암컷 송어수정란 100만 마리를 부화시켜 기르는데 성공했다. 송어는 암컷의 성장이 빠르고 질병에 강하다. 또 맛도 좋아 선호하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 대량생산이 어려워 전량 미국에서 수입해왔다. 이 기술로 치어 수입을 대체하고 전국 송어양식장에 암송어 치어를 공급할 수 있었다.

 아버지 대를 이어 3대가 양식
 그는 지금의 이화장송어장이 있기까지 물고기를 잡아주는 게 아니라 고기 낚는 법을 알려주신 아버지, 한국형 친환경순환여과시스템을 상용화하는 데 도움을 주신 모교 교수님께 감사하고 있다.

 박 대표는 말보다 실천을 중시한다. 막연히 ‘될 것이다’, ‘가능할 것이다’라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그는 “말은 필요없다. 실물로 보여주어야 한다”며 도전을 말로 설명하려 하지 않고 실천으로 보여주려고 늘 노력한다. 예를 들어 종묘를 생산하지도 않고 일단 기를 테니 계약금을 달라는 식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단 소량이라도 보여주고 미래를 약속한다. 그는 바다송어 양식에 관심이 많다. 전국 지방에 산재해 있는 대형 육상 수조를 활용해 바다송어 양식을 제대로 하고 싶다고. 그래서 일정량을 꾸준히 유지해 자체 시장을 형성하면 수입에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주형 대표는 지난 2015년 송어양식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도 적극 참여해 송어양식 발전을 이끌었다. ⓒ박종면
 송어양식 50주년 행사 주도
 그는 계속 변신을 시도한다. 현재의 양어장을 체험형 양어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겨울에 하는 송어축제를 여름에도 열어보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우선 양어장을 생산공간에서 보고 즐기는 레저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여름의 송어축제다. 송어축제는 추운 겨울에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다. 겨울 송어축제를 통해 소비되는 송어의 양이 상당한데 그 양을 100% 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수 여름으로 끌어 올 수 있다면 송어양식 어가에 큰 경제적 도움이 될 것이고 국민들에게 여름철특별한 체험이 될 것이라는 것.

 박 대표는 대외활동도 열심이다. 지난 2006년 그는 41세에 한국송어양식협회장에 취임해 내리 6년간 협회를 이끌었다. 그리고 2015년 송어양식 50주년을 앞두고 행사추진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행사 주제어를 ‘맑은 물 깨끗한 송어, 창조와 기술로 미래를 열어가다’로 정하고 2015년엔 국제학술심포지엄, 기념 조형물 건립을, 2016년엔 ‘한국송어양식 50년사’ 출판기념회를 충북 제천 서울관광호텔 로즈홀에서 여는 것까지 50주년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 박주형 대표는 송어양식업계 최초로 2009년 당시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햅썹(HACCP) 인증을 획득했다. ⓒ박종면
 “아들과 수산업 발전 논하고 싶어”
 박 대표는 농촌지역에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농업과 수산업을 비교하곤 한다. 그는 “농업에 비해 수산업은 관심과 지원이 적다. 내수면 어업은 더욱 그렇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어민 스스로도 정부의 지원만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 미래를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의 꿈은 자신이 어린 나이에 가업을 물려받았듯 아들도 가업을 이어가기를 바란다. 이런 아버지의 마음을 읽은 아들도 수산대학 양식학과에 진학했다. 3대째 대를 이을 준비가 된 셈이다. 그는 “아들과 함께 내수면 어업의 미래를 얘기하고 대한민국 수산업의 발전을 함께 토론하고 싶다”며 “힘들었던 일이 있었다면 그것까지도 아들과 함께 변화를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나만의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자신이 기르는 품종에 대한 자긍심을 잃지 않는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며 “저 또한 초심을 잃지 않고 이화장 송어가 최고라는 자부심을 잃지 않도록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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