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四面楚歌)에 휩싸인 수산업
사면초가(四面楚歌)에 휩싸인 수산업
  • 김성욱 현대해양 발행인
  • 승인 2017.03.0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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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욱 현대해양 발행인
대한민국 수산업, 회생의 길은 없는가?

수산업이 어렵다.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위기에 봉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양수산부에 대한 어업인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어획고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해양환경의 변화는 거대한 재앙이 되어 고등어잡이, 멸치잡이 어업이 엄청난 경영위기에 직면해 있고 해수 온도의 변화는 연안 양식어업마저 황폐화시키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겨울 남해안 양식굴은 생육이 늦어 알이 차지 않고 가격도 폭락했다. 노로바이러스도 연례행사처럼 되어 버렸다. 지난해 멸치권현망수협의 위판고는 평년 실적보다 40%나 줄었다. 동해안의 명태와 오징어, 서해안의 조기, 남해안의 고등어 등등 우리나라 전래의 대표어종들이 우리 바다에서 사라지고 있다.

존폐의 기로에 선 한국수산업의 회생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과 수산업계의 희망이 한낱 부질없는 메아리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해양오염과 기후변화, 분별없는 남획과 어업인들의 배타적 이기심, 여기에 더해 중국 어선들의 불법 싹쓸이 조업까지, 우리나라 삼면의 바다는 텅 빈 죽음의 공간으로 변모해 가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 10여 년 동안 계속된 바닷모래 채취로 어장의 황폐화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해수부는 거대한 경제논리에 떠밀리고, 어업인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환경의 엄청난 재앙에 시달리면서도 눈앞의 작은 이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작금의 현실이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절망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아직도 희망은 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잡기만 하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발상의 대전환을 이뤄나가야만 한다. 정치상황이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수산업을 6차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우리의 목표가 더 이상 흔들려서도 안 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는 격언을 가슴에 깊이 되새겨야 할 때다.

 

취임 2주년 맞은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의 도전과 비전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이 오는 25일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운동경기로 치자면 전반전을 마친 셈인데, 이 중차대한 시점에서 김 회장은 위기 아닌 위기와 맞닥뜨리게 되었다. 그의 능력을 시험하는 시험대에 선 것이다.

이미 한 차례 큰 시험이 있었다. 김 회장의 임기 전반기 중 가장 큰 시험은 수협 사업구조 개편이었다. 수협의 체질개선을 위해서는 수협법 개정이 필요했다. 김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수협법 개정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녔다. 그의 노력이 빛났던 건 제19대 국회 마지막 농해수위가 여당 의원들의 불출석으로 파행을 맞은 지난해 5월 10일이었다. 이 날 농해수위가 열리지 못하자 수협 주변에선 ‘결국 수협법 개정안이 상임위에 상정도 되지 못한 채 19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될 것’이라는 식의 추측과 한탄이 터져 나왔다. 이 때 김 회장은 여러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한 끝에 드디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이틀 뒤인 5월 12일 오전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소관법률안에 대한 심사를 펼쳤다. 이날 국회 농해수위를 통과한 법안들은 이후 법사위를 거쳐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전격 처리됐다. 모두들 기적이라 했다. 한편의 드라마를 썼다고 했다.

김임권 회장은 두 번째 시험대에 올랐다. 남해EEZ 골재채취단지 지정 연장에 반대하며 ‘바닷모래 채취 전면중단’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골재채취 허가권자인 국토교통부 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될 뿐만 아니라 해양수산부의 의견과도 상충되는 것이었다. 지난달 27일 해양수산부는 ‘해역이용협의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하며 남해EEZ 골재채취단지에서의 모래 채취를 허가했다. 불과 5일전 부산에서 열린 ‘남해EEZ 바닷모래 채취 제도 개선 정책토론회’에서 김 회장이 언성을 높여가며 ‘절대불가’를 외쳤지만 국토부와 해수부는 기존 의도대로 밀어부쳤던 것이다.

 

해양환경 파괴, 더 이상은 안 된다

2년 전 김임권 회장은 수협중앙회장에 출마하며 ‘강한 수협, 돈 되는 수산’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공약으로는 ‘바다 살리기’ 등을 내놓았다. 그는 전국 조합장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24대 수협중앙회장에 당선됐다. 그리고 어업인들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게 수협의 존재 이유라는 소신을 밝히며, 이를 위해 일할 것을 약속했다.

김 회장은 우리 수산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소방안도 제시했다. 김 회장은 해양오염, 바닷모래 채취, 간척사업, 어업질서 파괴 등 황폐화되어 가고 있는 우리 어장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한 수협’이 돼야 현재의 수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돈이 되는 수산업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슬로건은 곧 수협의 새 비전이 됐다. 수협중앙회는 2015년 5월 8일 어촌과 수협의 가치를 높이고, 수산업을 미래 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전 임직원들의 의지를 담은 ‘강한 수협, 돈 되는 수산’이라는 새로운 수협 비전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또 새 비전 달성을 위해 어촌 활력증진, 수협체질 개선, 수산업 가치 제고라는 3대 전략과 이에 따른 세부적인 경영 과제도 수립했다. 선포된 비전은 수협이 체질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협동조합의 정체성과 자율성을 확립해 수산업 발전을 주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연말에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김 회장은 ‘수산산업계의 가장 큰 현안은 수산산업과 종사자에 대한 배려와 인식의 부족함’을 들었다. 그는 “바닷모래 채취 문제만 해도 육지에 모래가 없는 것도 아닌데 바다에서만 파헤치고 있다며, 바닷모래는 2008년부터 시작해서 계속 연장하려고만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바다 생태계나 어업인 삶의 터전은 안중에도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덧붙여 “해사 채취는 수산자원 산란장을 파괴하고 서식지를 사라지게 하는 심각한 문제의 근원이기 때문에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골재를 수입을 해서라도 바다 생태계 파괴는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풍력발전소 건설 등으로 어업인들에게 피해를 야기하는 개발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이런 것들이 수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망가뜨리고 있다”며 풍력발전소 건설 반대 입장도 내놓았다.

김 회장은 줄곧 바닷모래 채취 반대 의견을 견지해 왔다.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강한 수협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는 가장 큰 도전의 순간에 서 있다. 그의 도전은 수산산업인들의 도전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적자금 지원을 받은 수협의 입장에서는 정부의 도움도 필요한 일이며, 독립 자회사인 수협은행장 선임 등에서 영향력을 얻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명분은 분명한데 갈 길이 평탄치 않은 것 같다.

김 회장이 자존심을 세우고 ‘강한 수협, 돈 되는 수산’으로 가는 길이 곧 어민과 수산업 발전을 위하는 길임을 그를 지지했던 전국의 조합장들과 수산산업인들도 잘 알기에 그와 함께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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