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21) 전남 진도군 김대동 씨
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21) 전남 진도군 김대동 씨
  • 장은희 기자
  • 승인 2017.01.02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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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도, 갯지렁이에서 미래를 발견하다

▲ 전남 진도군 김대동 씨. <자료협조=한국어촌어항협회 귀어귀촌종합센터>

귀어 전 거주 지역 : 전남
귀어지 : 전남 진도군
귀어 전 직업 : 양식업체 법률자문
귀어연도 : 2012년
나이 : 35세
귀어초기자본 : 귀어귀촌 창업자금, 저축 및 대출 등
                            4억 5,000만원
연간 순수익 : 약 7,500만원


휴식을 위해 찾은 진도에서 새로운 시작

때로는 쉼표가 또다른 시작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전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사법고시생에서 갯지렁이 양식인이 된 젊은 귀어인 김대동 씨의 이야기도 그렇게 시작된다.

부산에서 태어나 주변에서 영특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지역 명문대 법학과에 입학해 군대를 제대하고 4년여의 고시생활. 직접 경험해보지 않더라도 모두가 익히 알고 있듯 사법고시의 벽은 높았다. 언제까지 공부와 알바를 병행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야할지 모르는 막막함. 김 씨는 스스로 결정한 마지막 시험에서 아쉽게 낙방하게된다.

오랜 고시생활로 지친 몸과 마음. 현재 장인의 추천으로 김대동 씨는 진도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낯선 이름과 얼굴을 한 ‘갯지렁이’를 만났다.

진도에서 장인이 투자한 갯지렁이양식 경양영어조합에 방문한 김대동 씨는 신기한 바다생물 갯지렁이에게서 미래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판로만 뚫는다면 비교적 적은 투자비와 노동력으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김 씨는 갯지렁이의 가치를 직접 확인해 보고자 마음 먹는다.

갯지렁이에 비전이 있다고 생각했으나 귀어를 쉽게 생각한 것은 아니다. 스스로 확인하고 공부하고 익혀가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 김대동 씨의 지론. 2010년부터 김 씨는 귀어, 그리고 자신의 새로운 진로를 결정하기 위한 또다른 싸움을 시작했다. 휴식이 새로운 기회가 된 셈이다.

당시 오랜 연인이었던 부인의 반대도 있었다. 서로 오가는 것이 불편하고 보편화돼 산업적으로, 기술적으로 기반이 마련돼있는 다른 양식품종들과 달리, 갯지렁이는 아직 안정화 되지 않았다는 것도 불안 요인이었다.
그러나 그의 결심은 단호했다. 사업의 가능성에 대해서 꾸준히 설득했고, 갯지렁이 양식에 뛰어들게 된다.

▲ 김대동 씨는 귀어는 육지에서의 사업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땅을 사고 양식장을 차리는 것이 순서가 아니라 먼저 현지에 가서 직접 사업의 타당성을 확인하고 적응하는 과정이 2~3년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인의 추천으로 휴식을 위해 찾았던 진도에서 갯지렁이의 가능성을 발견한 김 씨는 영어조합법인에서 일하며 생산부터 유통의 전 과정을 체득했다. 또한 동갑내기 선배 양식인과의 연이 이어져 지금도 서로를 지원해주고 있다. 선배 어업인 박주열 씨와 김대동 씨가 갯지렁이 채취 작업 중이다. <자료협조=한국어촌어항협회 귀어귀촌종합센터>

사업의 타당성을 확인하고 마을의 일원이 된 2년

김대동 씨는 양식장 등 자신의 시설을 먼저 꾸린 것이 아니라 다른 양식장에서 일을 배우는 것으로 귀어의 첫 단추를 뀄다. 오랜 벗이었던 책들 대신 방수작업복 차림에 지렁이들을 손이 쥐었다.

영어조합법인에 법률자문으로 참여하게됐으나, 그에게는 책상에 앉은 날보다 발로 뛰는 날이 많았다. 그렇게 새벽에 일어나 밤까지 양식수조 안에서 갯지렁이와 동고동락한 시간이 2년여. 낚시점 영업에서부터 양식 보조까지 양식장을 운영하며 필요한 많은 것들을 익히고 진도에 적응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는 귀어를 준비하는 이들에게도 이런 시간이 꼭 필요함을 강조한다. 그는 “도시에서와 같이 땅을 사고 양식장을 지어 그것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귀어하기 전에 현지에서 2~3년 생활하면서 배워가는 과정을 통해 사업의 타당성도 확인하고 현지에 적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지원군들을 얻었다. 아직 양식이 보편화되지 않아 기술 습득이 어려운 갯지렁이 양식에 대해 곁에서 알려준 동갑내기 선배 어업인. 또 다른 동료는 함께 지내며 현지에 적응하고 어려운 부분을 풀어나갈 수 있게 조언해줬다. 이제는 친형, 친동생과도 같은 사이이다.

단순히 시간을 지나보내는 것만으로 얻어진 것은 아니었다. 마을에서는 김 씨가 언제든 떠날 사람으로 생각했고, 마을의 일원이라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법학도였다는 그가 궂은 일을 묵묵히 해내고 웃으며 인사를 건내는 모습에 편견과 오해를 지우고 마음을 연 것이다.

▲ 선별과 세척과정을 거친 갯지렁이는 신선한 해수에 포장, 스티로폼 상자에 담겨 각지로 출하된다. 유통도 오롯이 김대동 씨의 몫. 1kg당 가격이 소고기 도매가보다 높은 고부가가치 품종이나 아직 국내 양식은 많지 않아 중국에서 많은 양 수입하고 있는 상황. 김 씨는 생산표준화를 통해 국내 수요는 물론 해외 수출까지 노리고 있다. <자료협조=한국어촌어항협회 귀어귀촌종합센터>
갯지렁이 생산 표준화를 향한 젊은 어업인의 꿈


그리고 오랜 배움의 시간 끝에 귀어귀촌 창업자금과 저축한 돈, 가족들의 지원금으로 진도군 고군면에 자신의 양식장 ‘대현수산’을 꾸리게됐다. 부지면적 5,950㎡에 수면적 1,107㎡로 1,000㎡규모의 양식장은 최대 연간 3톤의 갯지렁이 생산이 가능한 육상수조 양식장이다.

양식장을 짓는 과정에서 경제적인 부분도 중요했으나 인근의 도로, 마을 사람들과의 협의 등이 더 어려운 문제였다. 양식장을 시작한 후에 생각보다 수입이 부진했던 점도 걱정거리였다.


그러나 그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언젠가 잘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이끌어왔다”는 것이 그의 힘이 됐다. 이미 양식장을 시작하기 전에 갯지렁이 유통만으로 한 해에 6,000만원의 성과를 올리고 이듬해에는 별도로 대일 수출 물량도 2,000만원을 기록했으니 그의 긍정적인 마음이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또한 갯지렁이가 가진 희소성탓에 선배 양식어업인들의 조언을 듣기 어렵지만 지금도 어디든 가리지 않고 갯지렁이 양식을 배우기 위해 찾아다니고 있다.

1kg당 가격이 소고기 도매가보다 비싼 고부가가치 품종이라고 하지만, 그만큼 예민하고 신경을 기울여야하는 것이 갯지렁이. 수조에 3cm 크기의 치충을 넣고 아침저녁으로 사료를 주고 신선한 해수를 정기적으로 교체해가며 2년여를 키워야 판매하기 적정한 성충이 된다.

그러나 이 과정 중에 민물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빗물은 독이 되는데, 빗물이 닿으면 움직여 피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죽어버릴 정도라고 한다. 이를 고려해 육상수조 공사에서도 지붕부분 마감은 특별히 신경써야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또한 유생에서 치충에 이르는 3~4개월간은 녹아 없어지는 경우가 많아 이 기간동안은 더 각별히 관리해야 한다. 이렇게 공을 들여 기른 갯지렁이는 직접 해수와 함께 비닐에 담고 다시 스티로폼 박스에 넣어 터미널으로 유통까지 도맡아하고 있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 갯지렁이 양식은 아직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김대동 씨 같은 젊은 어업인들이 앞으로 해나가야할 과제일 것이다.

그는 갯지렁이 종묘생산 안정화와 생산표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한다. 중국에서 상당부분 수입되고 있는 갯지렁이를 국내 수요 뿐만 아니라 해외로 수출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는 김대동 씨. 새로운 길을 헤쳐나가는 그의 열정을 응원한다. <자료협조=한국어촌어항협회 귀어귀촌종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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