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어장 17년간의 기록, 바다의 풍요로움과 분단의 생채기 담아
저도어장 17년간의 기록, 바다의 풍요로움과 분단의 생채기 담아
  • 장은희 기자
  • 승인 2017.01.02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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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왕수협 장공순 상임이사>
납북어부에 도움의 손길…애환의 바다 흑백사진으로 표현해


▲ 죽왕수협 장공순 상임이사
동해의 푸른 바다는 강원도를 찾는 이들의 마음을 빼앗는다. 특히 투명하고 맑은 바다에 떠오르는 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절경이라 할만 하다. 이 아름다운 바다에서 익숙한 풍경 뒤에 가려진 애환의 바다를 기록하는 이가 있다. 사진 경력 20년의 장공순 죽왕수협 상임이사이다.

그는 강원도 최북단 저도어장(猪島漁場)의 이야기를 17년간 사진 속에 기록해왔다. 강원도 고성군 현내명 저진리 산 90번지에 위치한 작은 섬 저도의 주위 해역 일대를 ‘저도어장’이라 부른다. 이곳은 남북군사분계선과 접하고 있는 어장으로 평소에는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나 매년 4월부터 9개월간 고성군 선적 어선에 개방되는데, 풍부한 먹거리를 자랑한다.

장 이사는 “동해안 어부들에게 이 해역은 풍요의 바다요 애환의 바다로 기억된다”고 말한다. 이 어장의 동북방은 과거 명태 주산지이며 납북 어부가 자주 발생하던 비극의 바다였던 이유이다.

북한에 끌려가 60여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못한 어부가 400여명, 우리 어부가 북한함정에 많이 피랍됐던 1957년~1980년은 작은 목선에 나침반 하나로 조업하던 시절로 어로저지선이나 해상 휴전선의 명확한 인식이 어려웠다. 귀환된 어부들의 일부는 수산업법, 사안에 따라 반공법, 국가보안법이 적용돼 고문피해까지 받기도 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특수성 속에 비극으로 물든 저도어장, 어부들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장 이사는 흑백의 사진 속에 담았다. 장 이사는 “이번 사진에서 바다의 풍요로움과 희망, 분단의 생채기를 함께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각각의 사연이 기록된 사진은 ‘저도어장’展을 통해 1월 5일부터 25일까지 서울 강남역 인근 SPACE22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초대전 형식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장공순 이사의 세 번째 개인전으로 어로사진 29점, 납북자 관련 사진 11점 등 40점의 흑백사진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전에 맞춰 ‘저도어장’ 사진집도 출간됐다.

장공순 이사는 “생계의 절박함으로 비극의 바다를 떠나지 못하는 납북어부 가족들과 어선에 올라 거친 파도와 잠수 한계를 극복해 가는 최북단 어부들의 애환과, 그 불굴의 정신이 읽혀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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