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 뒤치락 ‘꽁치’와 ‘청어’
엎치락 뒤치락 ‘꽁치’와 ‘청어’
  • 황선도 FIRA 대외협력실장
  • 승인 2016.12.0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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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꽁치와 청어


동짓달 추운 겨울, 재래식 부엌 살창에는 짚으로 끈을 만들어 엮어 놓은 청어가 줄줄이 걸려 있었다. 소금도 치지 않고 내장도 빼지 않은 채로 겨우내 말렸다. 아궁이 불을 떼서 밥 짓는 동안은 그 열기에 풀렸다가 이내 겨울 추위에 굳었다. 솔가지와 솔잎을 때는 동안에는 솔잎 연기에 훈제되었다. 이렇게 굳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겨울을 나고 이른 봄이 되면 청어는 어느새 반쯤 마른 쫀득한 과메기가 되어있었다.

이처럼 과메기는 청어나 꽁치를 짚으로 엮어 그늘에서 말린 것이다. 경북 포함과 구룡포, 영덕, 감포 지역에서 주로 만들어진다. 원래는 청어를 원료로 만들었다. 과메기의 주산지가 포항 인근 지역인 것도 과거 이곳에서 청어가 많이 어획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청어가 잡히지 않으면서 대신 꽁치로 과메기를 만들기 시작했고 지금은 구덕구덕하게 말린 꽁치를 과메기라고 한다.

청어가 늘면 정어리가 줄고, 정어리가 늘면 청어가 준다?

▲ 꽁치 과메기
영국의 해양생물학자인 러셀(F. S. Russell)은 플리머스 연안에서 1942년부터 1972년까지 오랜 기간 동안 플랑크톤을 조사한 결과, 해양 생물의 군집 변동에 대한 중요한 현상을 발견했다. 1930년대 겨울철 해수에 녹아 있는 인의 농도가 떨어지면서 대형 동물 플랑크톤과 청어가 감소하고 반대로 정어리가 증가한 것. 그러다가 1960년대 후반부터는 청어와 정어리의 흥망성쇠가 반대 양상을 보이는 주기적인 교대 현상이 나타났다. 이처럼 해양의 생물종이 수십년의 주기를 갖고 함께 변동하는 현상을 ‘러셀 주기(Russell cycle)’라고 한다.

러셀 주기는 대양의 순환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만 짐작할 뿐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지, 그 정확한 기작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또 이것이 주기적인 현상인지, 우연한 역전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해양생물의 군집 구조는 안정된 상태로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라졌던 과메기의 원조인 청어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니, 이 시점에서 정어리 변동 또한 주시할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전세계적으로 속 시원하게 밝히지 못했던 자연현상 하나를 우리가 한번 해결해보면 어떨까?

세상은 돌고 도나 보다. 언제부터인가 그 흔하던 꽁치도 잘 잡히지 않더니 급기야 이제는 언 꽁치를 수입해서 과메기를 만든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자취를 감추었던 청어가 요즘 다시 출현한다니, 조만간 다시 전설의 청어 과메기를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중에서
황선도 지음 / 부키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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