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을 중심으로 해양레저체험단지를 조성!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해양레저체험단지를 조성!
  • 서병규 국토해양부 해양환경정책관
  • 승인 2010.08.16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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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찾아왔다. 바다가 그리운 계절이다. 물론 여름이 아니더라도 언제나 바다는 동경과 꿈의 대상이고 모험과 판타지를 품고 있지만, 무더운 여름이 오면 푸른 파도와 하얀 백사장, 끼룩끼룩 울며 나는 백색의 갈매기, 점점이 떠 있는 작은 배, 때로는 수평선 가까이 꿈을 싣고 떠나는 외항선... 이 있는 바다가 더욱 생각난다. 해변의 텐트아래서 싱싱한 회와 뽀글뽀글 끓는 매운탕,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들이 함께 백사장을 달리고 물을 끼얹으며 까르르 웃는 소리가 파도소리와 더불어 해변에 퍼지는 모습을 상상하면 절로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바다에서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가볍게 백사장을 걷는 것에서부터 수영, 낚시, 스킨, 스쿠버, 조개잡이, 자맥질을 통한 해산물 채취, 해안 암반 타기, 보트타기, 수상 패러글라이딩, 수상스키, 카약, 유람선, 요트, 크루즈까지... 이 밖에도 얼마든지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실제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여름이면 1억 명(2회 이상 방문 포함)이 넘는 사람들이 바다를 찾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바다에서 실제로 즐기는 것은 매우 한정되어 있다. 여름에 바다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수욕장을 간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인 해운대의 모습을 보자. 해안선으로부터 수 십 미터 너비로 안전선을 설치하고, 백사장은 파라솔로 가득차고, 사람들은 파라솔 아래서 바다를 바라보고 선탠을 하고, 때로는 물에 들어가 몸을 적시고 튜브에 몸을 싣고 파도를 타고, 모래찜질을 하고, 더러는 바나나보트를 타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붐비던 해수욕장도 8월 중순이 지나면 썰물이 지나간 듯 바다가 한산해진다.

여름이 지나면 바닷가가 한산해지는 것은 우리나라의 날씨, 해양여건이나 휴가문화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겠지만 실제로 바다에서 할 수 있는 스포츠나 휴양의 형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더위를 식히는 것이 주된 목적인 해수욕은 기온이 조금 떨어지거나 물이 차가워지기 시작하면 꺼리게 된다. 그러나 물이 어느 정도 차가워도 즐길 수 있는 다른 해양레저도 많다. 카약이나 요트는 물에 직접 닿는 시간이 적고, 즐기는 목적도 다르기 때문에 봄부터 가을까지 즐길 수 있고, 스킨스쿠버의 경우도 훨씬 넓은 범위의 수온에서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수온의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레저 활동을 보급한다면 해양레저 활동의 기간과 범위를 크게 넓힐 수 있다.

전에는 바다낚시가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많은 여성들이 바다낚시를 즐긴다. 스킨 스쿠버를 즐기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고, 요트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 증가속도는 기대나 예상치 만큼 빠르지 못하다. 물론 IMF위기나 미국발 금융위기로 중요한 시점에 관광 레저시장이 후퇴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말이다. 이는 시민들이 쉽고 편하게 이들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지 못한 공공부문과 업계에 책임의 일단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처럼 인구밀도가 높고 삼면이 바다여서 여름철에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바다로 몰리는 이 시기야말로 해양레저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때는 교육과 체험을 위하여 일부러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바다에서 2-3일을 머물면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바닷물에 잠시 몸을 담그고 모래밭을 거니는 것이 대부분인 관광객들에게 남는 시간을 다양하게 보낼 수 있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오히려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해양레저시장을 확산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해수욕장마다 카약이나 스킨장비를 비치하여 두고 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잠재적인 수요자 층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영외의 해양레저 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고, 비용이 많이 드는데 비해, 실제로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잘 알지도 못하는 것을 위해 선뜻 투자를 하는 것이 어렵다. 시장이 작다보니 자연 비용도 높기에 시장이 확장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과 달리 레저 활동을 강제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대학생들이 가장 하고 싶은 레저유형이 스킨스쿠버라는 조사도 있고,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 해양스포츠를 많이 즐긴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욕구와 수요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황해를 사이에 두고 중국의 동해안에 부유층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어느 시점이 되면 한중일 삼국의 해양레저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때를 대비하여 미리 저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앞으로 바다가 인류의 생존을 위해 중요하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해양개척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력이 부족한 것이 국가적 고민이 되고 있는데 이는 어려서부터 물과 바다를 자주 접하고 좋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 것에 기인하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미래 국가성장 동력인 해양산업을 이끌어 나갈 인력 양성기반을 조성한다는 차원에서도 해양레저에 대한 공적인 역할은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안을 하자면 남해안이나 동해안 해수욕장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카약, 보트, 스킨 등 일반인이 배우기 쉬운 레저용 장비를 다량으로 확보하여 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대여함으로써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이나 단체 등에서 연수 등을 위해 원하는 경우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해양레저 체험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그러면 장비를 효율적으로 활용(초보자가 스킨스쿠버, 카약 등 장비를 소유 활용할 경우 비용에 비하여 활용할 기회가 적고 관리에 어려움을 느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런 공적 기회를 통하여 자신이 직접 소유하여 활용할 필요성을 충분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남으로써 관련 산업의 저변을 확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로서는 그 지역을 해양레저체험의 메카로 육성해 간다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레저인구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학교나 기업의 단체연수 등이 많은 점을 고려할 때 일시에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이러한 수요를 흡수한다면 그 자체로 수익성 있는 모델로서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구상이 가까운 시일내에 실현되어 앞으로는 해수욕장을 찾는 많은 시민들이 다양한 해양레저 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이런 기회를 통하여 해양레저를 경험한 청소년들이 장보고의 후예로서 바다를 개척하는 훌륭한 해양인으로 성장하여 아시아의 해양레저시장을 이끌어 나감으로써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고, 세계의 바다를 호령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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