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三伏) 더위에 열받는 이야기
삼복(三伏) 더위에 열받는 이야기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10.08.1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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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三伏) 더위에 열받는 이야기

요즘 행세깨나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심경이나 결의를 단호하게 표현할 때면 으레 중국의 고사성어 한마디 쯤 곁들이는 것이 유행처럼 되어버렸다. 연말연시(年末年始)에는 교수집단에서도 올해의 사자성어(四字成語)를 그럴 듯하게 골라내는 것이 통과의례처럼 된 지 오래고, 하다못해 월드컵에 나선 감독의 입에서도 파부침주(破釜沈舟)-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올 배를 가라앉힌다는, 죽음을 각오한 항전의지를 중국 사기(史記)에 나오는 이 고사성어로 표현할 정도가 되었으니 중국문화의 영향력이 정말 유구(悠久)하고 뿌리 깊다는 사실에 씁쓸함마저 느끼게 된다.

하기야 영어 몇 마디 곁들이지 못하면 젠틀맨(Gentleman) 소리 못 듣던 시절도 있었으니 강대국 사이에서 생존전략을 짜야만 하는 우리나라의 지증학적 한계에 또 다른 비애를 느낄 법도하다. 천안함사태 이후 중국의 대국답지 못한 이상한 행태와 한반도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사·외교적 책략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한데, 손바닥을 들어 하늘을 가리려는 한상렬목사와 같은 친북좌파 세력들의 어처구니없는 준동에 이 여름 찜통더위가 한층 더 무덥게만 느껴진다.

“남녘 조국, 남녘 동포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님의 어른을 공경하는 겸손한 자세, 풍부한 유머, 지혜와 결단력, 밝은 웃음 등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한상렬목사의 김정일을 향한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에 식은땀이 흐른다. 아무리 지구가 더워진다 해도 눈 부릅뜨고 깨어 있지않으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지 못한다는 위기의식을 단단히 가져야 할 것 같다.

뜨거워지는 지구, 종말이 오는가?

7월 복(伏) 더위에 대구가 웬 말인가? 지난달 동해안 포구에 겨울의 진객(珍客) 대구가 파시를 이룬다는 해괴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예년 같았으면 차가운 해류를 타고 알류샨열도와 알라스카해역으로 헤엄쳐 다녀야 할 대구무리가 이 삼복더위에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느긋하게 휴가(?)를 즐기고 있다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

동해안 해수온도가 회복되지 못하고 저수온상태가 계속된 것이 그 원인이긴 하지만, 기상이변에 따라 앞으로 어떠한 변화와 재앙이 우리 인류에게 닥쳐올 것인지, 불안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다.

2004년 6월에 개봉한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이 영화는 북극지방의 빙하가 붕괴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수박만한 우박이 일본 도쿄를 강타하고 LA에는 최악의 토네이도가 닥쳐 도시전체가 초토화된다. 뉴욕 맨해튼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해일이 밀어닥쳐 하늘을 찌르던 거대한 마천루들이 파도에 붕괴되고 자유의 여신상은 엄청난 파도 속으로 산산조각이 난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폭발하고 캘리포니아가 갈라져 내려앉는다. 자연재해 앞에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는 인간의 모습이 처참하고 가련하기 이를 데 없다. 인간의 오만과 어리석음이 빚어낸 자연의 복수 앞에 회한의 눈물이 어린다.

기상학자들은 기상이변에 의한 이러한 재난이 실제로 닥칠 수도 있다고 전한다. 지금 우리 지구는 빠른 속도로 더워지고 있다. 북극의 얼음이 지난 한 달 동안 남한 면적에 육박하는 8만8,000km² 가 녹아 사라졌다.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산호섬들이 물속에 잠기기 시작했다. 참치어장으로 유명한 키리바시 해안에도 바닷물이 빠른 속도로 차오르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지구의 표면온도가 4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6월의 지표면 온도가 16.2도로 188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라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경제학’이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지구 온도가 섭씨 3도가 올라가면 최대 40억명이 물 부족에 허덕이게 되고, 기근 피해자도 5억명이나 증가하고 이 가운데 300만명 이상이 죽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보다 더 심각하고 공포스러운 일은 현존하는 지구 생물의 50%가 멸종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원인이야 어떻든간에 우리 지구는 분명히 더워지고 있고 이 지구상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생존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음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같다. 물론 해수면의 온도상승도 인류와 해양생명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인류의 생존시계가 제로(Zero) 순간을 향하여 쉼 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에 식은땀이 흐른다.

지구 온난화에서 수산중흥의 길을 찾는다

수산생물은 기후변화에 더 취약하다. 수산동식물의 서식과 회유를 결정짓는 요소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이 바로 수온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주변해역의 평균수온은 지난 40년간 1.3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00년간 지구 전체의 해양평균수온이 0.5℃ 상승한 것에 비하면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주변수역은 특히 겨울철에 수온상승이 빠르게 나타나고 수심 0~5m 표층에서 그 변화가 더 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수온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 수산물생산의 주종을 이루는 멸치, 고등어, 오징어의 어획량이 1970년대 40%에서 1990년대 이후 부터는 전체 이획고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반면에 동해안에서는 몇 년째 한류성 어종인 명태가 사라졌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인공부화를 위해 어미명태에 현상금까지 걸었다니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정말 헷갈린다.

뿐만 아니라 제주도 연안에서만 주로 어획되던 자리돔, 황놀래기, 줄도화돔 등 아열대성어종이 독도주변해역에서도 잡히고 대형선망에 참다랑어가 대량으로 어획되는 기현상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음을 볼 때 1~2℃의 수온변화가 해양생태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게되는지 실감하게된다.

이제 전국의 식당 메뉴에 아열대성어종인 민전갱이, 남방주걱치, 납작금눈돔, 백미돔, 날새기 등등 그동안 우리 국민들이 들어보지도 못한 생소한 어류들이 버젓이 자리잡게 될 날도 머지않은 것같다.

여기서 고사성어 한마디 젊잖게해야 할 것같다. 인간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했던가. 잃어버린 말이 새로운 짝을 데리고 나타나듯이 우리나라 수산계에도 수온변화에 따라 또다른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조업구역의 재조정과 어선어업별 세력을 재현하는 등 성제적 조치를 한시바삐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뿐만아니라 참치를 비롯한 난류성 고금어종에 대한 외해가두리 양식의 획기적 지원책을 마련하고 그동안 월동(越冬)의 한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도미 등 고가어종에 대한 양식 기술도 보다 적극적으로 보급해나가야 할 것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는 온다고 했다. 위기를 또다른 기회로 만들어 나가는 지혜가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때다. 천안함 문제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요, 위기의 수산업은 새옹지마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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