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 배합사료 의무화' 좁혀지지 않는 현장과의 온도차
'양식 배합사료 의무화' 좁혀지지 않는 현장과의 온도차
  • 장은희 기자
  • 승인 2016.11.0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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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 배합사료 의무화로 가는 길>
해양생태 보존하고 안전 수산물 생산하는 ‘배합사료 의무화’

 

 

 


높은 가격, 품질 불신 등 현장의 과제가 우선
저어분 사료 개발, 배합사료 사용 양식 수산물 인식 제고, 판로 확대 등 다각도 노력 중


지속가능성이 산업 전반에 중심 기제로 발휘되고 있는 가운데 수산업에서도 수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다각도의 논의, 대안 마련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해양의 자정능력의 한계를 넘어선 무분별한 어획과개발로 인해 수산업은 자원 고갈, 해양오염 등의 문제에 당착해 있어 장기적인 대안이 시급하게 요구된다.

특히 양식어업의 경우 수산자원 감소와 달리 수산물 소비가 증가하고 있어 미래 식량을 책임질 중요한 산업으로 꼽히며,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오는 2030년 양식어류가 전세계에서 식탁에 오르는 어류의 3분의 2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까지 했다.

양식 배합사료는 이와 같은 흐름의 한 축이다. 양식장의 생산비 절반 가량을 차지하며, 양식되는 어류의 품질과도 연결되는 사료는 양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양식장에서 수산물을 기르기 위해서는 생사료를 사용해 왔다. 생사료는 고등어, 까나리, 정어리 등의 어린고기 ‘잡어’와 냉동어류 등을 어가에서 직접 가공해서 이용한다.

하지만 생사료 이용에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생사료는 어린고기를 원료로 사용함에 따른 수산자원 감소를 야기한다. 또한 생사료가 물에 가라앉아 연안환경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문제도 있다. 생사료 사용 양식장 인근 해역에는 영양염류 배출이 많고 이는 적조 등의 환경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적조의 원인은 육상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영양염, 수온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으나 해마다 적조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곳이 양식장 밀집 지역이라는 점에서 미뤄볼 때 생사료 이용의 영향이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이는 생사료 이용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양식장에서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위생 또한 생사료 사용의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사료에 대한 검사나 관리가 없고 급속 냉동 시설 한계로 인해 사료 생산 과정 중에 선도 저하가 발생할 수 있으며, 질병 발생 가능성이 높아 약품사용이 많고, 폐사 가능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어 식품 안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 배합사료는 어분을 비롯해, 어분 대체 단백질, 지질, 탄수화물 원료 등을 어류의 영양 요구량이 맞춰 일정한 비율로 섞은 혼합물을 펠릿 형태로 성형해 건조한 것이다. ⓒ박종면

2004년부터 배합사료 보급화 위한 구매자금 지원 사업 추진 중

이에 반해 배합사료는 어분을 비롯해 육상 가축 부산물을 이용한 동물성 단백질과 두, 채총 등 기름을 제거한 남은 부산물을 이용한 식물성 단백질 등 어분 대체 단백질을 사용하며 단백질, 지질, 탄수화물 원료 등을 어류의 영양 요구량에 맞춰 일정한 비율로 섞은 혼합물을 펠릿(pellet) 형태로 성형, 수분함량을 10% 미만으로 건조해 만든 것이다.

정부는 생사료 사용으로 인한 양식 어류 위생문제, 어장확경 악화를 막고 양식산업의 표준화와 규모화를 이루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배합사료 의무화를 위한 준비를 해왔다. 2004년 배합사료 사용 확대를 위해 양식어가의 배합사료 구매자금 보조 및 융자 지원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해 2008년부터 국립수산과학원을 중심으로 배합사료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배합사료 품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양식어가 배합사료 구매자금 지원사업은 수협 이차보전 형식으로 올해 사업자금은 770억원 이었으며 보조 지원사업비와 융자사업비 합계, 한 가구당 2억원 한도로 지원으로 운용됐다. 배합사료 구매자금 융자지원은 금리 1%의 자금을 지원한다.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환경친화형 배합사료 지원 사업’은 시범지역 양식장에 대해 치어기부터 출하기까지 배합사료를 사용한 양식을 지원하는 것으로 국고 30%, 지방비 20%, 자담 50%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배합사료 공장 건립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이상 배합사료 지원 관련 세 개의 사업에 총 199억 4,800만원의 예산이 편성됐으며 환경친화형 배합사료 지원에 114억 5,200만원, 수산금융자금이차보전 사업에 포함된 양식어가 배합사료 구매자금 지원 사업에는 전년 이월액을 포함한 71억 3,200만원 중 38억 8,600만원이 이차보전으로 집행되는 등 배합사료의 보급화를 위한 지원 사업에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생사료 대비 3배의 높은 가격, 수입 어분 가격에 따라 변동 커

준비 과정을 포함하면 10여년이 지났음에도 그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국내 양어사료 생산량 대비 배합사료 생산량 비중은 2012년 13.1%, 2013년 12.5%, 2014년 14.4%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양식 사료 중 배합사료는 23.1%를 차지하는 14만 1,828톤에 불과했으며 올해의 경우에도 상반기 사료 급여량은 24만 7,353톤으로 전년 동기 21만 8,647톤 대비 2만 8,706톤, 13.1% 증가했으나 배합사료 비중은 12.0%에 그쳤다. 한편 숭어류, 가자미 류 등의 양식에서는 95% 정도 배합사료가 사용돼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올해 기준 생사료는 1kg당 700~800원인데 비해 배합사료는 1,800원~3,000원 수준으로 약 3배에 달한다. 또한 어업인들은 배합사료를 사용해 기른 어류가 생사료를 사용한 것보다 출하월령이 두 달 가량 늦다고 말한다. 이에 양식장에서는 아직도 생사료를 선호하고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배합사료 사용량은 올해 상반기 전체 사료 급여량의 12% 수준에 그쳤다.
배합사료가 보급화 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비싼 사료비와 품질에 대한 의문이 꼽힌다. 생사료와 달리 단계별 사료가 공급돼야 한다는 점에서 어업인들에 대한 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점도 이야기된다.

2016년 기준 생사료는 1㎏당 700원~800원인데 비해 배합사료는 1,800원~3,000원 수준으로 약 3배에 달한다. 즉 배합사료 사용에 어업인의 부담이 큰 것이다.

해수부에서는 우럭 한 마리를 1kg으로 키우는데 생사료는 6~7kg이 필요하지만, 배합사료는 1.8kg이 필요하므로 가격의 단순한 비교가 어렵다고 이야기하나, 품질에 대한 불신이 있는 상황에서 결국 비슷한 수준의 비용을 부담해야한다면 기존의 방법보다 체감상 더 비싸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배합사료 가격이 높은 이유로 지목되는 것은 주원료인 어분 가격 급등과 작은 시장 규모가 꼽힌다. 배합사료에서 어분은 약 70%를 차지함에 따라 어분 가격이 변동하면 사료가격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분 주요 수출국인 칠레산 어분 가격은 2005년 7월에서 2006년 7월까지 1톤당 어분 가격이 694달러에서 1,379달러까지 급등했으며 2010년 4월에는 1,961달러, 지난해 5월에는 2,400달러까지 치솟았다. 10년 사이에 어분 가격이 3배까지 오른 것이다.

칠레를 포함한 세계 어분 가격의 급상승은 어분 원료어인 부어류가 자연변동으로 생산이 감소해 공급이 정체됐으나 양식업과 축산 부문의 수요가 증가해 어분 수급 불균형이 초래하고 있는 것이 지목된다. 특히 양식업 생산이 가파르게 증가함에 따라 지난 2010년에는 세계 어분소비에서 양식업이 73.0%를 차지하는 등 어분 소비와 양식업은 더 긴밀한 연결을 가지게 됐다.

국내산 어분이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고, 대부분 가공부산물로 만들어지고 있는 특성상 선도 저하, 이물질 혼입, 성분함량 균질설 문제 들을 가지고 있어 양어배합사료에 이용률이 낮고 많은 부분은 수입에 의존해야하는 상황에서 수입산 어분의 가격 변동은 배합사료 가격이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생사료를 선호하는 분위기로 배합사료 시장이 작다는 점도 배합사료의 높은 가격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작은 시장 규모는 사료업자들의 투자를 위축 시키고 이는 높은 가격은 물론, 낮은 품질로 연결되는 상황이다.

양어용 배합사료 생산량은 양계, 양돈, 낙농, 한육우 등 4대 축종 중 생산량이 가장 적은 낙동사료 생산량과 비교해도 20배 이상 규모가 작다. 특히나 양식어류의 경우 사료가 공급되는 시기가 한정돼 있어 판매시기 또한 한정된다는 한계점은 사료업체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사주는 이가 없는 상품 시장이 활성화 되고 가격경쟁력, 품질경쟁력이 생길리 만무하다.

배합사료, 생사료보다 출하월령 약 2개월 늘어나

가격이 높고 불편이 있더라도 생산물의 상품성이 높아진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나, 현장의 어업인들은 배합사료로 키운 양어의 품질이 생사료를 사용했을 때보다 떨어진다고 이야기 한다.

어업인들에게 출하시기에 맞춘 상품성의 확보는 어가 수입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대부분 지역별로 출하시기에 가장 높은 가격이 형성되고 판매가 이뤄지므로 이 시기에 맞는 성장률을 보여야하는 것이다. 배합사료를 사용하더라도 성장률이 비슷하다고 하나, 어업인들은 출하월령에서 1~2개월의 차이를 보인다고 말한다. 양식어업에서 1~2개월의 사육기간 차이는 수익이 큰 영향을 미치게된다는 점에서 아직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 자료에 따르면 생사료 대비 배합사료의 생산성은 어종에 따라 85~99% 수준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의 넙치 대상 현장 실험 결과에서도 생사료를 사용한 경우 사육 5개월 시기에 급격히 체중이 증가해 6개월 이후에는 체중 변화가 크지 않은 반면, 배합사료는 사육 7개월 시기에 생사료로 사육한 개체보다 체중이 92~94%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사료에 근접한 성장률이 확보되는 고품질의 배합사료가 의무화의 가장 큰 선결 과제인 이유이다.

또한 생사료와 배합사료의 급이방식과 개체관리 방식이 다르다는 점도 현장에서 배합사료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이다. 생사료의 경우는 보통 수조마다 사료를 충분히 뿌려주는 방식으로 급이를 하고 있으나, 배합사료는 성장단계에 따른 적정량의 사료 공급이 필요하다. 수분함량의 차이도 있는데, 생사료는 수분함량이 70% 수준이나 배합사료는 10% 내외로 과잉공급이 될 경우 소화불량 등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오랜기간 생사료를 주로 이용해온 양식장에서는 이와 같은 차이를 인지하기 어렵다. 양식 어업인들은 이를 알고 있고 배합사료를 구매한다 한들 가족 규모나 1인 규모로 운영되는 양식장에서 배합사료을 적절한 때에 적절한 양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인력이용에 있어서도 제반시설 운용에 있어서도 큰 차이가 있어 별도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 현장에서도 이제 생사료만을 고집할 수는 없는 상황임을 인식하고 있다. 세계 소비 트렌드가 식품이력과 안전성, 친환경으로 나아가며 양식수산물에 대한 잣대도 엄격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합사료 의무화 거부할 수 없는 흐름

어업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결국은 소득 감소이다. 생사료 대비 높은 가격의 배합사료를 먹이기 위해 양식 시스템을 바꾸고 노력을 한다 한들, 출하시기 맞춰 상품성 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간의 투자가 수포로 돌아가는 것으로, 생계 위협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의무화를 반대하는 것 또한 이같은 우려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현장에서도 이제 생사료만을 고집할 수는 없는 상황임을 인식하고 있다. 세계 소비 트렌드가 식품이력과 안전성, 친환경으로 나아가며 양식수산물에 대한 잣대도 엄격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렵과 미국 등에서는 배합사료로 키운 수산물만 유통할 수 있어 생사료 사용이 수출의 걸림돌이 될 수 있으며, 내수시장 역시 수산물 안전성에 소비자들이 예민해져 어디서, 어떻게 길러졌는지를 확인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배합사료 사용 의무화 역시 거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미래지향성을 이유로 어업인들의 희생을 요구할 수는 없다.

정부에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2004년, 지금의 국립수산과학원 사료연구센터인 동해수산연구소 양식사료연구센터를 설립하고 고품질의 배합사료를 개발·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고효율 배합사료 개발과 보급 그리고 표준화 연구 △대체 사료원료와 기능성 사료 개발 △양식배합사료 검정 및 품질관리 연구 등을 골자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성과로 지난 2014년에는 전략 수입하던 해삼 배합사료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센터에서 개발한 배합사료는 중국산의 주 원료인 고가의 지충이와 펄을 안전하고 저렴한 국산 원료로 사용해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실험 결과 같은 기간에 46% 이상의 성장 촉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받기도 했다.

 

 

 

 

 

 

▲ 배합사료 공급프로그램(앱)

저어분 배합사료 개발, 판로 확보 지원 등 의무화 철저한 의무화 준비 필요

가장 시급한 것은 경제적 부담을 줄여 많은 양식장에서 배합사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배합사료의 가격을 결정하는 큰 요소인 어분 함량을 줄이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수산과학원에서는 어분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하는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어가 소득과 직결되는 소비 문제를 해소하고 양식어가의 안정적인 판로 확보를 위해 해수부에서는 대형 유통업계과의 연결 등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 지난해에는 롯데마트에서 배합사료를 먹은 안전한 광어만을 취급키로 하는 등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한 수산과학원은 배합사료로 키운 양식 수산물의 맛, 영양, 품질의 우수성과 안전성, 친환경적인 면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소책자를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현장의 어려움 중에 하나였던 배합사료 급이의 불편사항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지난해 수산과학원 사료연구센터는 스마트폰,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사료공급량을 계산할 수 있는 ‘배합사료 공급프로그램’을 개선했다.

실험실 규모가 아닌 양식현장의 성장도 시험 결과를 반영함으로써, 실제 양식 현장에서 사료공급량의 오차를 줄이고 적정량의 사료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두 차례나 연기된 도입 시기에 대한 정부와 어업인, 관계자간의 충분한 논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 양어용 배합사료 의무화 도입시기로 처음 계획한 것은 2008년이었다. 그러나 제도적 준비 등의 이유로 무산이되고 다시 ‘양어용 배합사료 활성화 방안’을 통해 2016년 시행을 준비했으나 이 또한 관련 법안인 ‘양식산업발전법’(가칭)의 국회 계류, 현장 준비 부족 등으로 추진되지 못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배합사료 의무화는 관련 법의 정비가 필요한데, 양식산업발전법이 지난해 통과되지 못함에 따라 아직 정확한 시기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배합사료 의무화 시기 및 방법이 포함될 예정인 양식산업발전법은 수산업법 전부 개정과 더불어 다시 제정이 추진 중에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법령이 마련되면 이에 따라 하위 법령을 마련하고 배합사료 의무화를 준비할 계획이며, 품목별로 단계별로 추진해 혼란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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