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게 모듬 물회
성게 모듬 물회
  • 윤성도 자유기고가
  • 승인 2010.08.1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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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도의 바닷가 이야기>

밤송이를 닮은 보라성게가 가장 실하고 맛이 있을 때다.
성게는 고급 횟집의 메뉴에서나 볼 수 있는 수산물인데다, 생산량 대부분이 일본으로 수출되어 수 년 전까지만 해도 마음 놓고 맛보기 어려운 식품이었다.

일본으로 수출되던 고급 수산물

그러나 우리나라 성게가 값싼 중국산으로 대체되면서 우리 성게의 수출 물량은 크게 줄어들었다. 성게를 채취하지 않자 성게의 개체 수는 급격히 늘어났고, 성게의 왕성한 먹이활동은 미역, 다시마 등 각종 해조류를 마구잡이로 먹어치워 바다를 황폐화시키기도 했다. 성게가 해적생물로 바뀐 것이다.

동해 바다에 넘치는 성게의 활용 방법을 찾게 되었고, 몇몇 전문 식당을 통해 성게비빔밥, 성게칼국수, 성게알밥, 성게물회, 성게미역국 등 성게 요리가 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은 많은 사람들에게 성게요리는 낯선 메뉴에 속한다. 비싸고 고급이라는 인식 때문에 우리 식탁과 친숙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채취 인력이 부족한 데에도 원인이 있다.

성게 채취는 반드시 해녀들이나 잠수사의 손을 거쳐야 하고, 잡은 성게는 일일이 하나하나 손으로 까야 하는데, 그 정성이 예삿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듬물회로 소문난 속초 시청 건너편 ‘봉포머구리집’을 찾았다.
집주인 이광조(50)씨는 30년째 ‘머구리’ 작업을 하고 있는 베테랑 잠수사. 식당 안에 진열해 놓은 투구식 잠수장비가 바다와의 긴 사연을 들려주는 듯하다. 이 씨는 서남해안에서만 나는 것으로 알았던 개불을 동해안에서 최초로 채취한 사람이기도 하다.

‘봉포머구리집’은 이 씨가 잡은 해산물을 주재료로 사용한다. 그래서 늘 싱싱하고 넉넉하다. 평일인데도 손님들로 붐비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최근 동해안 인기 음식은 성게물회. 여름철 별미음식 성게모듬물회를 시켰다.

 
한여름 별미 성게모듬물회

물회는 동해안의 대표적인 회요리다. 어류나 해삼, 멍게에 각종 야채를 잘게 썰어 넣고 양념 고추장에 물을 부어 먹는 요리다. 물회요리는 계절이 따로 없이 즐기지만 이때쯤 먹는 여름 물회는 더위를 식히고 입맛을 돋우는데 그만이다.

여기에 성게가 들어가면 그 맛을 배가 된다. 성게 알(생식소)은 약간 쌉싸래하면서 고소한 맛이 난다. 입안에 넣으면 사르르 녹으며 내는 감칠맛이 독특한 성게는 알을 그대로 먹기도 하고 익혀먹기도 한다. 성게는 맛이 뛰어나 날것은 날것대로, 익힌 것은 익힌 그대로 어느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봉포머구리집의 안주인 한은숙(51)씨의 손을 거쳐 큼직한 그릇에 담겨 나온 성게모듬물회가 그야말로 푸짐하다. ‘속초낚시레저마트’ 이종환 사장은 4년 전 값으로 먹을 수 있는 곳은 이곳밖에 없다고 한다. 또 뱃사람의 아내로 살아온 한 씨의 음식솜씨가 보통이 아니라 한다.

한 씨는 신선한 재료가 맛깔 내는 음식의 기본이라며 겸손해한다. 바깥양반이 잡아 오는 해산물을 주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항상 한결같은 맛을 낼 수 있고, 직접 잡아 유통비용이 적게 들어 손님상에도 푸짐하게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성게모듬물회는 성게를 비롯해서 광어, 가자미, 해삼, 멍게, 개불 등을 기본으로 하고 그때그때 생산되는 수산물을 추가한다. 감칠맛 나는 물회 맛내기에는 초장소스도 한 몫을 한다. 사과와 배즙, 매실, 키위 등등의 과일의 소스를 기본으로 자체개발한 초장을 풀어 살얼음 상태로 슬러시기에 위생 보관한다. 양배추와 부추, 청양고추에 다진 마늘을 넣고 슬러시기에 넣어 두었던 초장소스를 채운다. 다시 상추를 넣고 빙수기에 갈아낸 얼음을 상추 위에 얹는다. 얼음위에 광어회, 가자미회를 깔고 성게, 산오징어, 멍게, 해삼, 개불에 방어회까지 올라간다. 차림상에 올라온 물회의 재료가 소스위로 한 눈에 보인다. 한 씨는 소스에 물회를 섞지 않는 것은 먹기전에 손님들이 물회 재료를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도록 하고, 눈으로 보는 즐거움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별미음식, 웰빙음식

새콤달콤하면서 가슴까지 시원하게 하는 물회소스, 입안에 씹히는 갖가지 해산물의 감칠맛이 황홀지경으로 이끈다. 신선한 야채가 듬뿍 들어가 더욱 상큼한 물회 맛을 어찌 한 번으로 끝낼 수 있을까.

물회는 원래 뱃사람 음식. 조업 중 출출하면 잡은 고기를 잘게 썰어 넣고 초장을 물에 타서 먹던 음식이다. 흔들리는 배에서 짧은 시간에 허기를 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 음식이 시대를 쫓아 즐거움을 주는 별미음식, 웰빙음식으로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 봉포머구리집 : (033-631-2021) 강원도 속초시 중앙동 468-11(속초시청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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