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톡 쏘는 맛에 숨겨진 과학
‘홍어’ 톡 쏘는 맛에 숨겨진 과학
  • 황선도 FIRA 대외협력실장
  • 승인 2016.11.0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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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어

삭힌 홍어에 숨은 발효 과학

바다에 사는 경골어류는 체내의 염도가 1.5퍼센트로, 3.5퍼센트인 해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그래서 배추를 소금에 절일 때처럼 어류 속의 염도 낮은 액체가 반투막을 통해 몸 밖으로 빠져나와 바닷물 속으로 이동하는 삼투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런 탈수를 막기 위해 해수어는 짠물을 많이 마시고 오줌을 조금 싸며 아가미에 있는 염세포를 통해 과잉의 염분을 밖으로 배출하는 삼투 조절을 한다. 물론 민물에 사는 담수어는 이와 반대이다.

그러나 참홍어와 같은 연골어류는 삼투 조절 방식이 경골어류와 다르게 진화하였다. 특이하게도 참홍어는 혈액 속에 요소와 요소 이전의 물질인 크리메틸아민산이 많이 들어 있어 체내 삼투압이 해수와 거의 같고 오히려 신장으로부터 요소를 배출하지 않고 재흡수하여 높은 삼투압을 유지한다. 참홍어가 죽으면 몸속의 요소가 암모니아와 트리메틸아민으로 분해되면서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데, 이 두 물질이 코 끝을 톡 쏘는 맛의 원인 물질이다. 그러니까 참홍어의 맛은 삼투조절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참홍어는 항아리에서 오래 발효시킬수록 쏘는 맛이 강해지고 살이 부드러워진다. 삭히는 기간은 보통 사나흘에서 1주일. 끈적끈적한 액체가 많이 묻어 있을수록 신선한 참홍어를 썼다는 증거다. 참홍어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 냄새는 자체의 요소 성분이 분해되어 나오는 것이지, 부패 과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먹어도 뒤탈이 나지 않을뿐더러 맛이나 소화, 영양도 발효시켰을 때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의 전통 식문화가 맛뿐만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 참홍어 새끼 부화

한 번에 낳는 알 4~6개뿐, 금어기 정해 어미 보호

건강에 좋고 맛도 훌륭한 참홍어이지만 누구나 쉽게 즐기기에는 가격이 만만치 않다. 당연히 어획량이 적어서 그런 것인데, 참홍어의 군내 생산량은 1992년에 약 3000톤으로 정점을 이룬뒤 계속 감소하여 수백 톤까지 줄었다. 2008년에는 1000여 톤까지 회복되었으나 여전히 어획량이 많지 않다. 반면 칠레, 아르헨티나, 중국 등 세계 각국으로부터의 홍어류 수입량은 1만톤 수준이다.

어획량이 줄어든 이유는 무엇보다 자원의 재생산량에 비해 너무 많이 잡아서이다. 이는 다른 어종과는 다른 참홍어의 생태적 특성과 관련있다. 보통 어류는 1회 산란할 때 수만~수십만 개의 알을 낳아 재생산력이 높지만, 참홍어는 한 번에 2개의 난각을 만들고 그 안에 4~6개의 알만을 낳기 때문에 자원이 회복되는 시간이 다른 어류에 비해 몇배나 오래 걸린다. 최근에는 산란할 수 있는 참홍어의 어미를 보호하기 위해 6월 1일부터 7월 15일까지를 금어기로 정하고 체반 폭 42센티미터 미만의 어린 개체는 못 잡게 하는 포획 금지 체장을 법규에 정하여 자원을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중에서
황선도 지음 / 부키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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