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곡항과 헌화로
심곡항과 헌화로
  • 윤성도 자유기고가
  • 승인 2010.08.1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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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도의 바닷가 이야기>

방송 드라마 때문에 사람들에게 알려진 정동진.
기차역과, 푸른 바다 그리고 긴 모래사장이 한데 어우러지는 정동진은 이제 동해안의 유명 관광지로 모르는 이가 없다. 그러나 정동진에서 남쪽으로 작은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둔 아름다운 포구 심곡항(深谷港)을 아는 이는 드물다. 정동진에서 심곡항까지는 불과 3킬로미터, 짧은 거리지만 도로가 비탈지고 구불거려 사람들의 통행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동진에서 심곡항을 거쳐 금진항으로 이어지는 5킬로미터의 해안도로가 1996년 3월에서야 완공된 탓도 있다.

깎아지른 절벽이 바다와 맞닿는 심곡항은 육지의 바위가 바다 속 까지 이어져, 백사장이 긴정동진과는 사뭇 다른 해양 환경이다. 심곡항의 특산물이 유명한 자연산 돌미역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심곡 미역은 줄기를 그대로 말린다해서 ‘줄기미역’, 미역국물이 뿌옇게 우러난다고 해서 ‘사골미역’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그 맛이 월등히 뛰어나다. 심곡어촌계장 황명대(69)씨는 몇몇 계원들이 자망을 하거나 7월 한 달 ‘창경바리’를 하기도 하지만, 어촌계원 20여명의 주소득원은 돌미역이라 한다.

심곡항은 바로 이웃한 정동진과는 대조적으로 아담하고 조용하다. 바다는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 마을 산 중턱에 시설해놓은 ‘헌화정’에 오르면 멀리로 툭 터진 동해바다 수평선이 한눈에 들어와 가슴까지 뻥 뚫리는 듯하다.

심곡항에서 금진항까지는 2킬로미터에 불과한 거리지만, S자로 구불거리는 해안도로를 따라 해안단구와 기암괴석이 연이어 나타나고, 갯바위에 부딪혀 부셔지는 파도가 절경이어서 2006년 건설교통부가 지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혔다. 이 길은 ‘헌화로(獻花路)’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신라 성덕왕때 강릉태수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해 갈 때 미색이 뛰어난 아내 수로부인도 동행을 했다. 강릉 근처 바닷가에 이르러 암벽 위에 핀 꽃을 보고 수로부인이 주위 사람들에게 꺾어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지만,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 그 때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노인이 철쭉꽃을 꺾어와 부인에게 주며 헌화가를 지어 바쳤다.’는 얘기.

노인이 바친 헌화가는, ‘자주빛 바윗가에, 암소 잡은 손 놓게 하시고,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으신다면 꽃을 꺾어 바치겠나이다’. ‘헌화로(獻花路)’는 신라 성덕왕 때에 지어진 ‘헌화가(獻花歌)’와 관련이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헌화로의 아름다운 경치가 알려지면서 최근 정동진이나 금진항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번잡한 휴가지에서 벗어나 조용히 자연과 벗하며 잠시라도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곳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이 여름 동해안을 찾는 다면 일부로라도 심곡항과 헌화로를 한번 찾아 볼 일이다. 휴가의 참 뜻을 느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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