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관이나 책임자는 낮은 자세로 솔선해야지 군림해선 안 돼”
“모든 기관이나 책임자는 낮은 자세로 솔선해야지 군림해선 안 돼”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6.10.31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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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수산업협동조합 홍석용 조합장>
매년 1,200억 대 위판고 유지…신뢰로 5선 기록


▲ 삼천포수협 홍석용 조합장.
경제사업에서 벌어 지도사업에 쓴다. 흔히들 얘기하는 가장 이상적인 수협 운영 방법이다. 하지만 현실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조합들이 상호금융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삼천포수협은 해마다 위판고 1,200억원대를 유지하는 경제사업 중심 수협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홍석용 조합장은 “우리가 어선세력이나 수협 위치가 불리하다. 통영, 부산, 마산이 앞으로 나와 있기 때문에 경비가 많이 나가고 시간이 많이 걸리다보니 특별한 사유 없이 이리 오고 싶지않아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간 1,200억에서 많게는 1,400억 원대(2011년)까지 위판고를 올릴 수 있는 비결은 무얼까? 홍 조합장은 어가를 보장해주기 위해, 그리고 서해 등으로 멀리 나갔던 배들이 돌아와 상장을 할 수 있도록 운반비 등 경비 일정부분을 지원해주고 있다. 위판 수수료 수입은 좀 줄더라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입장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서해까지 오징어잡이를 나갔던 배들이 어장 가까운 위판장에 상장하지 않고 냉동차로 운반해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 가격 안정을 위한 매취사업을 통한 어가 보장, 경비 지원 등이 상대적으로 위판장이 불리한 위치에 있음에도 높은 위판고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었던 것이다.

취임 3년 만에 자본잠식 탈피

올해 사정은 어떨까. 홍 조합장은 “금년에 바다 사정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 수온도 안 맞고, 덥고, 비도 안 오고 어려운 여름이었다”면서도 “두고 봐야 알겠지만 금년에도 1,200억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삼천포수협 당기순이익은 5억원(세후), 올 상반기에는 신용사업 손실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 3억 원(가결산)을 기록했다. 수협 규모에 비해 이익은 적은 편이다.

홍 조합장은 “위판사업을 크게 하니까 사업성 경비가 많이 나 흑자는 매년 하지만 큰 흑자는 못 낸다”며 “실속있게 이익내고 연말에 결산해서 출자배당, 이용고 배당하는 식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삼천포수협의 경제사업 규모는 전국 3위 정도다. 홍 조합장 취임 이전에는 삼천포수협의 위판고가 700억 원에 불과했다. 취임 첫해 900억 원의 위판고에 이어 해마다 1,000억 원대를 넘겼다.

조합장이 직접 부산이나 마산, 통영 등지를 다니며 선주들을 만나서 경매 유치를 위해 많은 애를 썼다. 사실 16년 전 홍 조합장이 처음 취임했을 때는 자본이 잠식되었던 때였다. 700억 대 위판고를 900억 대로 올리고 그 이후 계속 1,000억 이상을 기록했다. 그렇게 3년 만에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업 규모는 슬림화했다. 상호금융 점포가 (옛)삼천포에 4개, 진주에 2개, 사천에 하나 총 7개 있던 걸 4개로 줄였다. 180명에 육박하던 직원도 구조조정을 통해 반으로 줄였다.

삼천포수협은 신용사업보다 경제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음을 조직 구성만 보고도 쉽게 알 수 있다. 다른 수협과 달리 판매과가 3개에 달하며, 지도상무 1명에 경제상무가 2명이 있다.

▲ 삼천포수협 경매.

홍 조합장은 5선 관록의 조합장이다. 최다선 7선 조합장을 제외하면 5선 조합장은 김제수협, 서남해수어류양식수협 조합장 정도로 압축된다. 홍 조합장에게 5선 비결을 물으면 답은 간단하다. ‘신뢰’다.

“큰 지구별 수협이 전국에 7~8개 있는데 내가 들어왔을 때(초선 때) 다른 수협에선 (조합장을) 두 번 못하고 물러났다”고 홍 조합장은 말했다.

조합원들이 신뢰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투명하게 운영을 잘 하기 때문이리라.

“강제상장제 실시해야”

그럼 신뢰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모든 기관이나 책임자는 낮은 자세로 솔선해야지 요즘은 군림해서는 안 되고 어민이 필요한 게 뭔지 알고 어민 위해 먼저 일을 해야 한다”고 홍 조합장은 말한다.

현장을 잘 아는 그인 만큼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신용사업이 1금융권과의 경쟁이라는 악조건속에서 견디려면 절감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임의상장제의 폐단을 지적한다. 임의상장제는 거래 기록을 남기지 않으니 탈세의 온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통계의 부정확성을 지적한다. 임의상장제 시행으로 통계에 기록되지 않는 것이 많다보니 생산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기도 어렵고 수산정책을 펴는데도 어려움이 많다는 의견이다. 그는 “고등어, 오징어, 멸치, 갈치 등 주요품목만이라도 강제상장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위판사업을 주로 하는 전국 수협도 경쟁력도 있고 유통질서가 좋아진다는 것. 실제로 홍 조합장은 이런 내용을 담은 건의서를 만들어 행정부, 청와대 등에 보내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홍 조합장은 침체돼 가는 수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어업인 소득을 증대시키는 등 수산도시의 지도자로서의 공을 인정받아 2012년 경남수산업경영인대회에서 경남 수산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홍 조합장은 수협중앙회 비상임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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