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몸이 아니라 생각을 바꾸는 것
혁신, 몸이 아니라 생각을 바꾸는 것
  • 이준후/시인, 산업은행 제주지점장
  • 승인 2010.08.1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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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독일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렸습니다. 세계적인 스포츠용품사인 나이키가 이 마라톤대회를 스폰서 했습니다. 물론 상위 기록을 갖고 있는 대부분의 선수가 나이키가 후원하는 선수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마라톤 대회를 나이키가 후원했고, 주요선수도 나이키의 후원을 받는 선수이니 이 마라톤 대회는 당연히 나이키 판이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아디다스가 답답할 노릇이었겠지요.

독일은 아디다스의 본 고장입니다. 자신의 안방에서 나이키가 잔치판을 벌이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나이키처럼 대규모로 스폰서를 할 수도 없고, 아디다스의 후원을 받는 선수도 많지 않으니 마라톤 대회가 끝나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만약 여러분이 아디다스의 마켓팅 담당자였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무언가 상황을 반전시킬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노력을 했을까요? 아니면 대회가 끝나기를 기다렸을까요? 당시의 아디다스 마켓팅 담당자는 아주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에 접근했습니다. 다시 말해, 새로운 관점으로 마라톤을 재해석한 것입니다.

이들이 재해석한 마라톤은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자신과의 경쟁’이라는 컨셉입니다. 미처 생각하지는 못했지만 듣고 보면 아주 공감이 가는 해석입니다. 그들은 먼저 가장 힘들게 자신과 경쟁을 펼치는 사람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 사람은 당연히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최고령자였습니다.아디다스는 그 노인을 찾아 광고모델을 제안하고 훈련과 대회과정을 스폰서하면서, 다음과 같은 메세지를 던졌습니다."마라톤은 타인과의 싸움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아디다스는 이 노인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 드리겠습니다. 그것이 스포츠의 정신입니다. 스포츠는 살아있다 - 아디다스!"간단한 메세지입니다. 그러나 아주 명료합니다. 이전의 관점과는 매우 다른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재해석의 힘이 느껴집니다.

이 노인은 5시간 15분 정도에 결승점에 들어왔다고 합니다.아디다스는 다시 이런 메세지를 보냈습니다."우리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이 노인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그것이 스포츠의 정신입니다. Sports is alive - 아디다스!"이 메세지 하나로 아디다스는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나이키로서는 당연히 낭패를 보았구요. 돈은 돈대로 들어갔는데 소비자들의 관심은 아디다스와 노인에게 돌아갔습니다. 아디다스는 나이키가 만들어 놓은 파도를 타고 신나는 게임을 즐긴 것이지요.그렇습니다. 아디다스는 자신의 이미지를 혁신하였고 이를 성공시켰습니다.


혁신은 말 그대로 가죽 革에 새 新, 즉, 새로운 가죽을 돋게 하는 행위, 낡은 몸을 벗기고 새 몸을 짠다는 의미이겠습니다. 몸을 바꾼다는 거,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요새 솔개의 혁신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솔개는 한 40년을 산답니다. 솔개 나이 마흔 살이 되면 날카롭던 발톱은 엉성해지고, 부리도 길게 자라고 무디어져 참새 한 마리 잡기가 어려워집니다. 가볍던 깃털도 두터워져 하늘로 날아오르기가 힘들어집니다. 한마디로 죽을 때가 된 것이죠.

이때 용감한 솔개는 혁신을 시도합니다.

남은 힘을 다해 높은 산 정상으로 올라가 둥지를 만듭니다. 그리고는 부리로 바위를 쪼아댑니다. 부리가 깨지고 빠지도록 말입니다. 사람으로 비유한다면 그냥 생이빨 뽑는 것이지요.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놀랍게도 새로운 부리가 돋아납니다. 그러면 이제 새로 돋은 부리로 발톱을 모두 뽑아냅니다. 또 발톱이 새로 돋아나겠지요. 새로운 발톱이 돋아나면 이번엔 날개의 두터워진 깃털을 하나하나씩 뽑아냅니다. 이러한 혁신의 과정에 대략 6개월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렇게 약 반 년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돋아난 부리, 발톱, 깃털... 새로워진 솔개로 변신하여 30년을 더 살아간다고 합니다.

솔개의 혁신은 사실 여부를 떠나서 혁신의 至難함을 비유적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혁신은 언제 하는 것일까요. 솔개의 예가 그 시기를 시사해 주고 있습니다. 부리는 낡고 발톱은 뭉툭해져 먹거리를 찾기 어렵고 날개는 축 쳐져 한숨만 나오는 상황, 지금이 그 때 아닐까요? 생각을 혁신하면 몸과 마음도 새로워짐을 느끼게 됩니다. 지금 아닐까요? 아디다스와 같이 생각을 혁신해야 할 때 말입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스페인이 우승했지요? 아디다스가 스페인을 후원했고 준우승한 네델란드는 나이키가 후원했답니다. 사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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