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 바다에 가슴 설레는 ‘거문도’
쪽빛 바다에 가슴 설레는 ‘거문도’
  • 양이진 기자
  • 승인 2010.07.0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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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

하루 세끼 밥을 챙겨 먹듯 의무는 아니지만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섬을 찾는 일이 그렇다. 누구나 갈 수 있지만 아무나 갈 수 없는 곳. 바로 섬. 시간의 여유만큼이나 마음을 내야 갈 수 있는 곳. 특히 연안의 가까운 섬이라면 모를까 배로 1~2시간 거리라면 내심 속으로 멀미와 사고 걱정부터 하게 되니 심적 거리는 그 배가 되고도 남는다. 하지만 섬을 찾는 이들이라면 모두 안다. 그 힘듦을 참고 섬을 찾는 이유는 바로 하늘이 내려준 최고의 선물인 자연을 보고 배우기 위함임을. 그 자연 위에 오늘도 내 발자욱 하나 소리 없이 남겨둔다.

3개의 섬이 이룬 천혜의 항구

이른 아침 여수항이 북적이기 시작한다. 낚시도구를 점검하는 사람들과 오랜만에 뭍으로 나와 한가득 시장바구니를 챙기는 섬사람들, 배낭하나씩 짊어지고 두 손 꼭 잡은 연인들. 아직 때 이른 휴가철로 비교적 한가로이 배에 오른다.

거문도는 여수에서 남서쪽으로 114.7㎞, 고흥반도에서 남쪽으로 약 40㎞ 떨어져 있으며 여수에서 쾌속선으로 2시간20분이 소요된다.

여수항을 떠나 징검다리처럼 이어지는 다도해의 나로도와 손죽, 초도 의성, 서도를 거쳐 제주도와 여수의 중간위치에 있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최남단 거문항에 도착한다.  

늘 왜적의 침입이 끊이지 않았기에 가슴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거문도는 물 맑고, 인심 좋고, 인재 많은 섬으로 서도, 동도, 고도의 세 개 섬으로 이뤄져 있으며 고도와 서도는 연도교인 삼호교로 연결되어 있다.

이 세 개의 섬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어 100만평에 이르는 천연 자연항만이 호수처럼 형성된 도내해(만내)는 거친 파도도 내항에만 들어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바다가 잔잔해져 옛날에는 러시아, 영국, 미국, 일본 등의 열강이 탐냈던 천혜의 항구였다.

옛 이름은 삼도, 거마도 등이었으나 중국 청나라 제독 정여창이 이 섬에 학문이 뛰어난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문장가들이 많다는 뜻인 ‘거문도(巨文島)’로 개칭하도록 건의해 거문도가 됐다는 일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100여년 된 등대로 가는 길

거문도에서 꼭 들러봐야 할 필수코스가 있으니 바로 등대다. 1905년 준공, 점등된 등대가 서도 수월산 정상에 우뚝 서 있다. 해발 196m에 위치한 등대를 보러 가는 1㎞의 길은 가장 운치 있는 곳으로 꼽힌다.

고도 여객선터미널에서 삼호교를 건너 수월산의 등대까지 가는 길은 넉넉히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활처럼 휜 아름다운 유림해수욕장을 지나고 전수월산과 수월산을 이어주는 길목에 태풍이나 해일이 있을 경우 바닷물이 넘나든다는 ‘목넘어’를 지나니 동백나무로 우거진 수풀이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빽빽한 숲길은 마치 동굴 같아 지친 걸음에 시원함을 선물해 준다. 여름에는 시원함을 선물하지만 겨울에는 그 많은 동백나무에서 붉은 꽃을 피워내니 자연산 ‘레드카펫’이 따로 없다고 한다.


동백나무 숲길이 지나면 탁 트인 시야에 쪽빛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발밑으로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선바위가 보이고 그 끝에 하얀 거문도 등대가 든든한 위용을 자랑한다.

수월산 남쪽 끝에 자리한 거문도등대는 1905년 4월 남해안에서 첫 번째로 세워져 항해선박들에게 희망의 불빛을 밝히기 시작했다. 100여년 동안 남해안 뱃길을 안내한 등탑은 이제 그 역사만을 간직한 채 바로 옆으로 2006년 1월 새로운 등탑이 세워져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거문도 비경, 발아래 두다

거문도 산행은 해발 200m 정도로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어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최고의 절경을 감상하며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등산코스는 녹산등대에서 서도리, 불탄봉을 거쳐 억새군락지, 기와집몰랑, 신선바위, 거문도등대를 거치는 A코스(6시간)를 비롯해 불탄봉에서 신선바위, 보로봉, 거문도등대를 가로지르는 B코스(4시간), 덕천리에서 신선바위, 거문도등대까지의 C코스(3시간), 유림해수욕장에서 신선바위, 거문도등대를 거치는 D코스(2시간)가 있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1885년 영국함대가 불법 점령했던 흔적인 영국군묘지가 있으며 동쪽으로 28㎞떨어진 백도는 우리나라의 마지막 비경으로 관광객들이 꼭 찾는 명소중의 명소다.

39개의 크고 작은 무인도로 이뤄진 백도 일원은 명승지 제 7호로 지정돼 있으며 생태계보존을 위해 일반인들의 상륙은 금지돼 있다.

거문도 가는 길
※오션호프해운(주)(나로도 경유)
여수 출발 07:40, 13:40 / 거문도 출발 10:30, 16:30

※(주)청해진해운(나로도, 손죽, 의성 경유)
여수 출발 07:40, 14:00 / 거문도 출발 10:10, 16:40
녹동 출발 08:00, 14:00 / 거문도 출발 10:00, 16:00

 
양이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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