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등을 가진 위장술의 대가 ‘고등어’
푸른 등을 가진 위장술의 대가 ‘고등어’
  • 황선도 FIRA 대외협력실장
  • 승인 2016.10.05 15: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고등어


등은 푸르고 배는 하얀, 떠살이 물고기의 위장술

고등어는 평균 시속 3~9킬로미터로 헤엄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물보다 저항이 적은 육상에서 42.195킬로미터를 2시간대에 달린 황영조 선수보다는 느리지만, 같은 물속에서 1500미터를 14분대에 헤엄치는 박태환 선수와는 맞먹는 빠르기이다. 더군다나 하루 종일 계속 헤엄쳐도 지치지 않는 지구력이 있으니 고등어와는 수영 시합을 해봐야 손해다.

풀 위에 사는 풀벌레는 풀색을 띠고, 바다 및 모래 바닥에 사는 가자미는 모래와 같은 색을 띠어 포식자의 눈에 뜨지 않게 위장할 수 있다. 그러나 고등어를 비롯한 참치, 삼치, 정어리 등과 같이 평생을 물에 떠서 사는 표영어류(떠살이 물고기)는 위아래, 전후좌우 모두가 투명한 3차원 공간에 노출되어 있어 숨을 곳이 없다. 그래서 이들 떠살이 물고기는 대체로 등 쪽이 푸르고 배 쪽은 은백색이다. 등 색깔이 푸른 것은 먹잇감을 찾아 배회하는 바닷새가 하늘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바다색과 구별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특히 고등어 등에 있는 녹청색의 물결무늬는 물결이 어른거리는 자국과 같은 모양이다. 그리고 물 밑에서 수면을 보면 햇빛이 투과되어 은백색으로 보이는데, 고등어 또한 배가 은백색이어서 물 밑에 있는 포식자가 위를 쳐다보았을 때 분간하기 힘들다. 이와 같이 약육강식의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변 환경에 적응하여 자신을 숨기는 고등어의 보호색은 훌륭한 위장술이다.

▲ 고등어 초밥.

영양가 높고 값싼 '고등한 물고기'

정어리가 '바다의 쌀'이라면 전갱이와 고등어는 '바다의 보리'라고 불린다. 보리처럼 영양가가 높고 값이 싸서 서민에게 친근한 생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흔해서 가치만큼 대접을 받지 못했으나, 최근 들어 고등어 같은 등 푸른 생선이 머리를 좋게 한다고 해서 인기를 끌면서 그 값이 치솟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육류 섭취량이 늘면서 성인병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고등'한 물고기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필수영양분으로 단백질이 필요한데 육류보다는 수산물의 단백질이 좋고, 그중에 지느러미를 가진 생선, 특히 등 푸른 생선에 이로운 영양 요소가 많이 들어있다. 그런 면에서 지느러미를 가진 생선이면서 등 푸른 생선의 대명사인 고등어는 참 '고등한 물고기'라 아니할 수 없다. 최근 식품영양학에서 밝힌 바로는 고등어에는 머리를 좋아지게 하는 뇌세포 활성 물질인 DHA가 풍부한데, 이는 자라나는 어린이와 수험생에서 꼭 필요한 영양소란다. 또 EPA 같은 고도 불포화 지방산은 다이어트에 좋고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콜레스테롤을 낮춰 동맥경화와 뇌졸중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라 하니 많이들 애용하시라.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중에서
황선도 지음 / 부키 출판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