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형 질병 콜레라와 수산인 죽이는 정부
후진국형 질병 콜레라와 수산인 죽이는 정부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6.09.18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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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국 인디언 호피족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온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올여름을 강타한 콜레라(cholerae)균을 찾기 위해 경남 거제, 통영 등 남해안 156곳의 채수 지점에서 총 662번에 걸쳐 채수 검사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9월 8일 거제시 대계항 인근 바다에서 그것을 찾아내는데 마침내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즉시 콜레라 발병의 온상이 거제시와 해산물이라는 인식이 성립됐다.

거제와 거제 인근 도시의 횟집이 문을 닫거나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손님 발길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그 영향은 비단 횟집에 제한되는 것은 아니었다. 전국적으로 수산물 기피현상이 심해졌다. 어업인 등 생산자는 물론 중도매인, 수산물 유통인 등 수산업계 전체가 직격탄을 맞아 마비되다시피 했다. 추석 특수도 없었다.

생계가 막막해진 수산인들이 질병관리본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콜레라균 검출 발표에 반발하고 있다. 수산인들은 “짜맞추기식 면피용”이라며 “결과를 믿을 수 없으니 수산업계가 참여한 검사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콜레라를 죽을병으로 인식되도록 하는 바람에 수산업계가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질본의 발표로 정화조의 분변이나 생활하수가 바다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 선박 평형수나 해류(난류)에 의해 해외에서 콜레라균이 유입됐을 가능성과 SNS에서는 4대강사업으로 오염된 낙동강에서 발생한 콜레라균이 대계항까지 확산됐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바다 오염 원인을 근원부터 막아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것 가장 큰 문제다. 해수에서 콜레라균이 발견됐다는 발표만 했지 왜 그것이 그곳에서 검출됐을까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15년 전에도, 11년 전에도 콜레라균이 검출됐지만(환자는 발생하지 않음)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지나쳐왔다. 질본 발표 이후 거제시가 같은 장소에서 채수한 바닷물에서는 콜레라균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 그 균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갔단 말인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에는 메르스 대응 미숙으로, 올해는 수산물이 콜레라 주범인 것처럼 섣불리 발표해 수산업을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원성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는 환경부가 미세먼지 주범이 고등어인 것처럼 오해토록 하고, 폭염으로 양식어류가 대량 폐사하는 등 수산업계는 초상집이 되어 있다. 여기에 콜레라 책임까지 수산물이 뒤집어쓰고 동네북인양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는 상황이 되니 ‘수산인 죽이는 정부’라는 말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는 후진국형 질병 원인균 발견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발생 원인을 찾는데 주력해야 한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미국 인디언이 무식하고 무모해 보이지만 그들의 끈기를 배워야 한다. 특히 해양수산부는 바다 오염의 주범인 육상 폐기물 배출을 막고 생명의 바다를 깨끗하게 관리하는데 인내심을 갖고 집중해야 한다. 또한 해양수산부는 수산인들이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고 수산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기본적인 역할부터 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바닷물은 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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