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보완 시급하다
‘김영란법’ 보완 시급하다
  • 강철승 한국수산정책포럼 대표
  • 승인 2016.09.11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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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취지대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만 규율대상으로 해야
▲ 강철승 한국수산정책포럼 대표

누구를 위한 법인가? 

오는 28일 시행을 앞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지난 8월 28일 헌법재판소로부터 최종 합헌 결정을 받았다. 부패방지라는 거대담론에 대한 국민적 정서를 헌법재판소가 법리를 근거로 이를 거부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다만 김영란법 시행 후 발생될 부작용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차단하고, 이를 보완해야 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이 법의 첫 번째 문제점은 이 법이 누구를 위한 법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공직자 등이 금품을 받지 않고, 청탁만 받지 않았다면 직무와 관련해 사익을 추구하더라도 현재와 달라질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공직자 등이 돈 받지 않고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들을 위해 차별적 혜택을 준다하더라도 아무런 법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게 되었다는 점이다. 

문제는 공직자 등과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일반인들이 문제이다. 김영란법으로 인해 향후에는 연고가 없는 일반인들의 경우 공직자 등 의사결정권자와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사전에 차단된 것이다. 결국, 김영란법은 혈연과 학연, 지연 등으로 광범위하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기득권층에게는 더욱 견고한 유리천장을 만들어준 결과를 가져 온 것이다. 

어찌 보면 20대 국회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 중 하나는 김영란법이 설치한 유리천장을 제거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선출직 공직자, 즉 정치인이나 시민단체에게 고하면 되도록 법이 예외를 인정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치인이나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들의 경우 공직자보다 오히려 더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 서민들이 이들을 통해 억울함을 해소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무리인 듯하다. 

이 법의 두 번째 문제점은 내수경기 위축의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제정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6월 기준 국내 자영업자의 부채 규모가 52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리고 업종별로도 경기민감 업종에 집중돼 있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 이상의 고(高)부담 대출 비중도 높아 자영업자들의 부실화 우려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추측컨대, 당분간 국내 한정식 식당을 비롯한 상당수 자영업자들이 파산으로 내몰리고, 이에 종사하던 수만 명의 종업원들의 일자리가 조만간에 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골프장 캐디들의 일자리는 물론이고, 수산물을 비롯한 한우 농가들의 부채 또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김영란법은 기득권층의 부패를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도입되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서민들의 삶만 고달프게 만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시급한 대안이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김영란법 내에 서민들도 권력기관에 합법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속한 모든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언론기관, 사립학교 등에 중소기업청에 설치된 옴부즈만과 같은 기구를 설치해 서민들도 합법적으로 하소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법제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즉, 서민들이 종래에 공무원이나 언론인, 교원 등을 찾아가 개인적 억울함을 호소하던 것을 대체할 수 있는 공식기구를 각 기관에 설치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구를 통해 하소연한 경우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시키고, 국민권익위의 조사 역시 배제될 수 있도록 법제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내수시장 위축과 관련해서는 김영란법의 적용으로 인해 부실화된 자영업자의 회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자영업자들의 워크아웃 등과 같은 채무조정제도의 보완이 시급하며, 신종 서비스산업 쪽으로 노동인력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입법적 노력이 시급하다. 

  

원래의 이해충돌방지법으로 돌아가야

부패란 권력자가 그 권한을 공익이 아니라 사익을 위해 사용할 때 나타나게 된다. 이를 고려해 김영란법도 초안에서는 권력자의 범주에 공직자만을 포함시키고,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공직자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가 개입돼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 또는 저해된다고 보일 수 있는 상황’을 통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입법과정에서 이러한 이해충돌방지규정은 삭제되고, 권력자의 범위에 추가로 언론인과 사립학교교원을 포함시켜 이들의 행동을 투망식으로 통제하는 법률로 변질되어 탄생됐다. 

만약 원안대로 김영란법이 입법됐다면 ‘공직자가 개인적으로 맺고 있는 연고관계(혈연·지연·학연·직연,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정치적·종교적·사회적 유대관계 등) 및 사적 이익(공직자 및 그와 연고관계에 있는 자에게 귀속되는 금품 등)’을 추구하는 행위, 즉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법률로 순기능 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원안대로라면 공직자의 부패는 방지하면서도 서민 행동을 과도하게 통제하거나 내수경기를 심각히 위축시킬 우려는 상당히 줄이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비교법적으로 보더라도 금전 등의 수수와는 별도로 부정청탁 자체만을 일반적으로 규제하는 별도의 입법례를 외국에서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캐나다의 ‘이해충돌법(2006)’이나 2011년 12월 발의된 프랑스의 ‘공직활동의 투명성과 이해충돌 방지에 관한 법안’, 미국의 ‘뇌물 및 이해충돌방지법(1962)’ 등은 공직자 등의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별도의 법률을 두어 부패방지를 구현하고자 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해볼 때에 김영란법은 원래의 취지대로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만을 규율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했었다. 따라서 향후 남은 과제는 김영란법이 부패방지라는 원래의 목적에 충실한 법률로 거듭날 수 있도록 보완적 입법을 조속히 추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지금부터라도 20대 국회는 서둘러서 19대 국회가 범한 입법적 과오를 보완, 김영란법이 진정한 이해충돌방지법으로 거듭날 수 있게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외부 기고로 본지 <현대해양>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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