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17) 충남 서천군 안이영 씨
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17) 충남 서천군 안이영 씨
  • 장은희 기자
  • 승인 2016.08.31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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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병이 열어준 바다에서의 새로운 삶


▲ 충남 서천군 안이영 씨. <자료협조=한국어촌어항협회 귀어귀촌종합센터>

귀어 전 거주 지역 : 호주
귀어지 : 충남 서천군
귀어 전 직업 : 청소대행 용역회사 운영
귀어연도 : 2013년
나이 : 56세
귀어 초기자본 : 귀어귀촌 창업자금 2억원,
                               저금 및 대출 3,000만원 
                               (주택 건축자금 별도)
연간소득 : 5,000만원


이민생활 20년, 모국의 바다를 그리워하다

바다를 인류의 어머니라고 표현하곤 한다. 생명의 근원지로 다양한 해양생물은 우리의 식량원이며, 바다의 생태는 지구의 미래를 옅볼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다. 또, 모국이라는 말이 있다. 단어의 뜻 그대로라면 어머니의 나라겠지만 나고 자란 나라, 정체성과 연결돼 나의 근원이 되는 나라라는 표현으로 쓰인다.

안이영 씨는 영주권자로 호주에서 20여년을 보냈다. 경남 창원이 고향인 안 씨는 고등학교 1학년 서울에 올라와 대학을 졸업하고 토목관련 직장에 들어가 서울에서 청년기를 보내고 90년대 초 호주로 이민을 갔다.

대형마트 청소원과 배달원으로 시작한 호주 생활은 녹록치 않았지만 5년만에 청소대행 용역회사를 운영할 정도로 성장해 시드니 한인사회에서는 성공 사례로 알려지기도 했다. 노력으로 일궈온 20년 동안의 호주의 삶은 앞으로 그에게 안정된 노년을 보장해줄 것이었다. 그것은 고생에 대한 보상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편안한 내일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안 씨의 선택은 달랐다. 사회에서도 자리를 잡고 아들도 결혼해 손자까지 안겨줬다. 이런 그의 삶을 흔들어놓은 것은 음식, 그것도 바다음식이었다. 이민을 와서 만난 친구가 십수 년 고생으로 일군 안정적인 생활을 누릴새도 없이 간암 투병을 시작했고 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 그 결정적인 이유가 영양실조였다 한다. 마음은 다른친구들도 같았다. 오랜 타지 생활에도 지워지지 않는 고향에 대한 향수.

안이영 씨를 향수병으로 자리에 눕게 만든 것은 우럭매운탕이었다. 일명 먹방에서 우럭매운탕을 본 것이 기폭제가 된 것이다. 특히나 수산물 요리라는 점은 그를 더 잡아 끌었다.

▲ 우럭매운탕으로 깊어진 향수병에 20년의 이민생활을 끝내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배테랑 바다낚시꾼이었지만 새롭게 바다를 배워갔고 '정우레저호'가 그의 새로운 가족이 됐다. 배의 이름은 귀국을 하며 아내가 마음에 걸려했던 호주에 있는 어린 손주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자료협조=한국어촌어항협회 귀어귀촌종합센터>

안이영 씨는 전문가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취미생활로도 유명했다. 바로 바다낚시. 이민 전부터 시작한 바다낚시 조력이 30년에 달했으며, 호주로 낚시와 관련해 한국 방송사에서 취재를 올 때면 현지 코디네이터로 섭외될 정도였다.

그러나 배테랑 낚시꾼도 고향에서의 우럭매운탕 맛은 재현해낼 수 없었다. 고추장, 된장을 동원해 애를 써도 그 향수는 해소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 후 안 씨는 아내에게 함께 귀국를 하자고 이야기 했지만 아내는 세계 노인 관측 지수에서 41위를 한 한국과 17위를 한 호주, 노인이 살기에 어느곳이 더 편하겠냐며 계속해서 그를 설득했다.

매운탕으로 시작된 그의 향수병은 끼니를 거를 정도로 심해졌고 안 씨만 단신귀국 하기로 가족들이 동의했던 것이 아내가 함께 하기로 결정하며 부부는 2013년 귀국하게 됐다.

프로 낚시꾼에서 '정우레저'의 선장으로

모국의 바다를 찾아 안정적인 미래를 뒤로하고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은 귀국 첫해는 20여년의 향수를 풀어내며 자리를 잡을 곳을 찾는 전국 여행으로 채워졌다. 그토록 그리워했던 우럭매운탕 맛집은 전국을 찾아다녀 모르는 곳이 없을 정도였고 가는 곳마다 낚시대를 드리우며 손맛도 즐겼다.

그런 중에 앞으로 생활을 꾸려가고 낚시어업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았으니, 충남 서천군 서면 일대 이다. 귀국 전에 부부가 상상해 오던 고향의 모습을 닮은 곳, 바다를 접해 있었으며 편안한 이웃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예쁜 집을 마련했고, 마을회관 앞에서 음식을 마련해 이웃한 세곳의 마을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귀어인으로, 어촌의 일원으로 한 가족이 됐다.

안이영 씨가 귀어를 하며 앞으로의 시간을 함께할 직업으로 생각한 것은 낚시어선업이었다. 프로수준의 낚시꾼이었던 그의 30여년을 생각할 때, 우럭매운탕으로 귀국을 선택한 그의 열정을 생각할 때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귀국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사업환경과 시장을 조사한 것은 물론 호주에서도 오래전부터 직접 보트를 몰고 다니며 낚시터를 물색할 정도의 실력이었지만, 안 씨는 낚시어선의 선장이 되기 위해 마을 낚시어선에 승선해 손님의 마음으로 견습생의 마음으로 충남 일대 바다를 공부했다.

그리고 5톤짜리 배를 마련해 시범출조를 시작으로 가을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꾸려나갔다. 초보 낚시꾼도 초보 선장도 어렵지 않은 주꾸미 루어낚시로 시작된 사업은 출조점(낚시가게)를 통해 소개 받는 인원만으로도 출조 조건이 충족됐고 입소문이 나면서 순탄하게 이어졌다.

▲ <자료협조=한국어촌어항협회 귀어귀촌종합센터>

바다가 누구보다 친숙한 안 씨였지만 귀어귀촌 바다사업을 위한 전문 교육으로 사업에 관련된 정보도 얻고 동지와 같은 귀어인들도 만났다. 2014년 해양수산인재개발원에서 귀어귀촌 교육을 받은 안 씨에게 당시 교육동기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연락을 하며 어업정보도 공유하고 생활의 희노애락도 함께 하는 사이가 됐다.

그 즈음 지금의 정우레저호도 안이영 씨와 한 가족이 됐다. 눈여겨보고 있었던 9.77톤 규모의 중고 낚시 어선으로 ‘정우’ 라는 이름은 호주에 있는 어린 손자의 이름을 따왔다. 첫 배에서 정우레저 호로 몸을 늘리면서 달라진 것은 정원이 선장 포함 12명에서 22명이 되었다는 것뿐이다. 처음과 같은 승선 비용과 친절함으로 손님들과 바다에 나서고 있다.

여유를 즐길줄 아는 욕심없는 바다사나이

5월부터는 주말만 광어와 우럭, 참돔을 8월 한달은 백조기를 대상으로 주말에만 출조하고 9월부터 11월까지는 주꾸미 낚시 기간. 안이영 씨는 반 년정도를 사업에 매진하고 이후의 시간은 자유롭게 꾸려나가고 있다. 고향처럼 생각하는 바다에서의 여유로운 삶이야말로 그가 꿈꾸던 귀어생활이었다.

▲ 안이영 씨가 욕심을 내지 않는 것과 귀항하며 미련을 떨치는 것을 출조시 철칙으로 강조한다. 이 철칙은 그가 오랜 바다낚시를 통해 배운 안전하고 즐겁게 낚시를 즐기는 법인 것이다. 귀항시간을 알리는 정우레저호의 경적소리에 단골손님이 망설임없이 채비를 정리하고 있다. <자료협조=한국어촌어항협회 귀어귀촌종합센터>
도시에 비해 생활비가 적게 든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텃밭에 채소도 키우고, 잡은 생선으로 반찬을 하면서 소소한 재미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생활비를 제외한 수입은 다른 귀어귀촌 후보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받은 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저축하고 있다.

어쩌면 오래전부터 바다사나이였던 안이영 씨는 서천군 낚시협회는 물론, 서천서부수협에도 조합원으로 가입하며 발을 넓혀가고 있다.

조합원 자격유지를 위해서는 1년에 120만원 이상의 위판고를 올려야하는데 이를 통해 안 씨는 낚시어선어업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바다 날씨와 어장상황에따라 하는 일이니 무리하고 욕심낼 것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낚시어선어업을 일궈간다면 노후를 위한 여생 직업으로도 걸맞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욕심을 부리지 말 것'은 안 씨가 손님들에게 출조시 항상 강조하는 점이기도 하다. 욕심을 내지 않으면 안전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다는 말이다. 이와 연결해 또 하나 철칙으로 내세우는 것이 '미련 떨치기'이다.

바다 위에서 손맛을 만끽하고 귀항시간이 되면 안이영 씨는 두 번의 경적을 울린다. 경적이 울리면 단골손님들은 두말 없이 돌아갈 채비를 정리한다. 귀항할 때는 바다에 대한 모든 미련을 떨치고 오늘의 손맛에 만족해야한다는 것이다. 열정을 다해 노력하고 돌아설 때는 욕심도 미련도 없이, 결과에 만족하는 것. 이는 낚시가 알려준 삶의 철학이 아니었을까. <자료협조=한국어촌어항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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