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산어보 프로젝트의 추억
신자산어보 프로젝트의 추억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6.08.31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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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산어보 프로젝트가 무산이 된지 1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이 프로젝트에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이 꽤 있다. 신자산어보 프로젝트는 수산자원 조사에서부터 조성, 관리는 물론 이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산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국민에게 질 좋고 안전한 수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수산계 최대 프로젝트였다.

먼저 규모면에선 수산계 최대의 R&D(연구개발)로 당초 3,000억 원이 투입되는 해수부 최초의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이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너무 방대하고 알맹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 그 예산 규모가 반으로 축소되는 수모를 겪었다. 예산의 축소는 곧 과제의 축소로 이어졌다.

당초 8개 과제에서 4개로 축소되며 예산 또한 1,500억 원으로 줄었던 것. 이렇게 살을 깎아 예산을 낮췄음에도 예비타당성조사 심의위원들은 경제성을 따져 비용-편익비에 좋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결국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실시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편익비가 0.23으로 낮게 평가됐다.

연구개발 사업은 최소 0.8이 넘을 경우 사업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한다. 즉 이런 경제논리는 원가 100원을 들여 빵을 만들었을 때 몇 개를 팔 수 있고 얼마의 수익이 나느냐로 평가해 사업을 해도 된다, 안 된다를 따지는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결국 비용-편익비가 0.23인 신자산어보 프로젝트는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돼 고배를 마셨던 것. 경제학자를 설득할 경제성 조사나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보고서 또한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의욕과 필요성만 판단해서 무모하게 도전해 얻은 참패라는 것을 관계자들은 깨달았을 것이다.

다른 부처 지원사업들은 최소 1~2년 전부터 산하기관 혹은 관련 연구기관에 용역과제를 주고 다양한 방법으로 보고서, 특히 경제적 이득면에서 설득할 수 있는 논리가 포함된 경제보고서를 준비하는데 해양수산부의 그것에는 그런 요소들이 빠져 있어 수산학자가 아닌 경제학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이 과정에서 담당자들은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어떤 식으로 예타를 준비해야 하며, 어떻게 해야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지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끝이다. 신자산어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보고서를 만들어 예타에 응했던 공무원들은 뿔뿔이 흩어져 다른 기관이나 다른 업무를 맡게 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새로운 담당자들은 그것이 왜 필요한 프로젝트인지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큰 문제다. 필요성도 모를 뿐더러 의지 또한 없다는 게 문제라고 애착을 가지고 도전했지만 경험부족과 전략의 부재로 실패를 맛보았던 이들이 한결같이 지적한다.

다시 도전해봐야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없고 방법을 아는 사람 또한 그 자리를 떠났으니 변죽만 울리고 비싼 수업료 지불하고 시간만 낭비한 꼴이 됐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다시 해보라는 격려나 지지도 없이 무능력자로 낙인찍어 다른 곳으로 발령을 내버리는 관행이 반복된다는 것이 인재를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막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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