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⑨ 박완규 신비수산종묘배양장 대표
FRONTIER ⑨ 박완규 신비수산종묘배양장 대표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6.08.31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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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란 채집·이식으로 참다랑어 양식기술 확보에 기여
“참다랑어 종묘생산·중간육성에 참여하고파”


▲ 박완규 신비수산종묘배양장 대표. ⓒ박종면
지난해 국립수산과학원은 세계 두 번째로 참다랑어 완전양식기술을 확보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지난달에는 작년 8월 여수 거문도에서 어미로부터 최초 산란된 수정란이 부화해 3kg 내외의 참다랑어가 첫돌을 맞았다는 소식을 전하며 “참다랑어 완전양식의 꿈이 영글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수산과학원의 발표에 자신감이 넘쳐난다.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나오는 것일까? 바로 어렵게만 느껴지던 참다랑어 수정란 확보가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수정란은 종묘생산 기술개발과 완전양식기술 연구를 위해 꼭 필요한 것. 이 수정란을 확보하기 위해 멀리 지중해까지 달려간 사람이 있다.

박완규 신비수산종묘배양장 대표. 박완규 대표는 참다랑어 양식 연구 초창기인 2010년부터 올해까지 1년에 두 차례씩 몰타를 오갔다. 참다랑어 수정란 채집과 이식을 위해서다.

수정란 채집용 특수그물 개발

박 대표는 참다랑어 수정란 채집용 그물과 수정란 포장·운송방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 국내 이식에 성공해 2012년 최우수 수산신지식인에 선정된 인물. 그가 참다랑어 종묘 생산을 위해 지중해 한가운데 위치한 몰타(Malta) 공화국을 주목한 이유는 지중해는 수온이 낮을 때도 15~16도를 유지해 참다랑어 서식과 산란 적지이기 때문. 세계 최대 참다랑어 양식회사 또한 그곳에 있다. 박 대표는 아조파디사(AJD TUNA Ltd.)와 협약을 맺고 수정란 채집에 나섰던 것.

우리나라 참다랑어 양식 연구는 크게 2가지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해외에서 채집, 국내 이식한 수정란을 부화시켜 종묘 생산해 치어를 얻어 성어로 키운 뒤 여기서 다시 수정란을 채집해 치어를 얻는 방법이다. 또 다른 방법은 우리 연근해 정치망에서 채포한 치어를 수중 가두리에서 축양하며 자연 산란시킨 수정란에서 치어를 얻어 어미로 키운 뒤 다시 수정란 생산-종묘 생산-중간육성-완전양식 단계를 밟는 것이다.

해외 수정란 채집 및 이식사업 수행

처음에는 두 방법 모두 용이하지 않았다. 인공종묘 생산에는 성공했지만 치어 중간육성과 월동(越冬)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2014년부터 수산과학원의 ‘참다랑어 해외 수정란 채집 및 이식사업’ 수행 파트너로 참여했다.

그가 몰타 연안에서 채집한 수정란은 클러스터를 구성한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 경상남도, 제주도, 민간 종묘배양업체 등으로 보내져 종묘생산 연구에 활용됐다. ‘산학연 연구 클러스터 구성 및 협업을 통한 참다랑어 양식기술 개발 및 산업화’는 2015년 행자부 주최 정부 3.0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성과도 얻었다.

명정인 국립수산과학원 전략양식부장은 “몰타에서 이식한 수정란을 활용해 종묘생산 기술을 축적했으며, 양식하고 있는 치어는 이를 접목해서 키운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대표는 수정란 채집을 위해 특수그물을 개발했다. 또 안전한 국내 이식을 위해 포장법과 운송법을 고안해냈다. 그가 참다랑어 양식에 몰두하게 된 것은 도전정신때문이었다.

“참다랑어 양식이 어렵다고 하는데 알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수정란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던 거죠.”

▲ 지중해 몰타공화국 수중가두리에서 별도 제작한 그물로 참다랑어 수정란을 채집하고 있는 아조파디사 직원들과 박완규 대표 일행.

“대형 육상수조에서 중간육성해야”

그의 이런 도전정신은 먼저 경남 남해군에서 높이 샀다. 남해군은 미래 신성장 동력산업의 일환으로 참다랑어 양식사업을 추진하며 2013년 당시 박 대표가 회장으로 있던 한국해산종묘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안타깝게도 남해군에서의 참다랑어 양식사업은 지속되지 못했다. 참다랑어 양식 적지가 아니라는 지자체 판단에서다.

당시 가장 큰 난제로 대두됐던 것은 역시 월동문제였다. 참다랑어는 4~5년을 길러야 50kg 이상의 어미로 자라 알을 낳을 텐데 겨울엔 수온이 13도 이하로 내려가 치어 월동이 문제였다. 월동문제는 수산과학원의 양식 연구에도 적용된다. 그는 수온 하강 문제 해결을 위해 대형 육상수조에서의 월동을 제안한다.

“운동장만한 육상수조에서 월동하며 중간육성기를 보내야하는데 이 보다 작으면 다랑어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그는 말한다. 그가 제안하는 수조의 크기는 100m(지름)×4m(수심)의 대형 가두리다. 이 규모를 만족하지 못할 경우 덩치 크고 활동량이 많은 참다랑어가 스트레스로 폐사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

서울서 양식 시작

박 대표는 특이한 이력의 수산종묘 전문가다. 서울이 고향인 그는 1989년 양식업에 입문했다. 계기는 친구에 의해서다.

오디오 마니아로 일본을 오가던 친구로부터 얻은 정보를 토대로 기르는 어업이 먹거리를 책임질 미래산업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던 것. 그는 대한민국 최초로 서울에다 배양장을 짓고 어류 종묘를 생산에 ‘도전’했다. 몇 년 뒤 명문대 출신이었던 동업자들이 수산업에 적응하지 못하고 회사를 떠날 때도 그는 종묘 생산 선구자가 되겠다던 각오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1992년 수산업의 메카 경남 통영으로 내려가 본격적인 실험과 생산에 돌입했다.

이후 그는 남해군에 안착했다. 삼동면 물건리 2,310㎡ 부지에 28개의 원형 수조가 갖춰진 신비수산종묘배양장에는 돌돔, 우럭, 넙치 등의 해수 어류 종묘가 생산, 배양되고 있다.

참다랑어 종묘 생산에 대한 도전 또한 멈출 수 없다. 박 대표는 “우리 참다랑어 양식은 종묘생산기술 개발에서 중간육성기술 개발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된다”며 “월동기간 중간육성은 민간에서 하는 것이 좋고 또 해보고 싶다”며 참다랑어 대량생산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 박완규 대표가 몰타 수중가두리에서 직접 채집한 참다랑어 수정란.

종묘협회 창립 산파

그의 좌우명은 사행일치(思行一致). 생각한 것은 실행에 옮긴다는 것. 이런 밑바탕에는 ‘하면 된다’는 신념이 깔려 있다. 그가 참다랑어 종묘 생산에 뛰어들었던 것은 어렵다는 참다랑어 양식을 종묘 전문가로서 꼭 해내야겠다는 도전정신과 ‘자존심’이 작동했던 것.

박 대표는 (사)한국해산종묘협회 창립 주역이기도 하다. 그는 불법 치어 어획 등을 접하면서 종묘협회를 창립해 동종업계 수산인들에게 수산자원 보호와 조성의 중요성을 일깨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초대 사무국장을 맡아 실무를 책임졌다. 경남지회장도 겸임했다. 그는 종묘협회 4~6대 회장을 역임했으며, 연 2회의 세미나, 치어 방류 등의 행사를 하는 등 창립 원년부터 13년간 전국 250여 회원들의 지식함양, 정보교류 등을 위해 협회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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