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이기주의 - 亡國으로 가는길
집단이기주의 - 亡國으로 가는길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16.08.31 1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성욱 본지 발행인
‘나’만 있고 ‘우리’는 없는 아귀다툼으로 나라가 망할 지경

난국(難局)이다. 경제도 어렵고, 국방도 어렵고, 선량한 국민들이 제정신으로 살아가기 조차 어려운 시국이다.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정체성마저 위태롭게 느껴질 지경이다. 국가의 존립은 국민의 책무다. 대한제국 말기, 열강들의 각축 속에서 일제(日帝)에 나라를 빼앗겼던 그 아픈 역사를 망각한 채 권력욕과 이기심에 탐닉하고 있는 일부 국민들의 무지(無知)함에 가슴이 메인다.

지금 우리나라는 지역 간, 계층 간 갈등으로 혼돈에 빠져 있다. 먼저 경북 성주군과 김천시.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배치 후보지로 선정됐던 성주군의 반대에 부딪혀 정부가 제3부지 선정을 검토하겠다고 하자 제3 후보지로 알려진 성주골프장 인근 김천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사드 폭탄 돌리기’가 시작되었다. 제3 후보지 얘기가 나돌면서 성주의 촛불 열기는 점차 사그라들었고, 조용하던 김천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4만 5,000명에 불과한 성주의 3배 인구의 김천시가 강력 반대하면 또 다른 후보지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지도 모를 일이다. 국가가 왜 존재하며 국방이 왜 필요한지, 이러고도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고 존속하는 것이 신기하다는 얘기까지 내뱉는 사람들이 많다. 최악의 망국적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 현상이 우리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성주 투쟁위 관계자에 따르면 처음 사드 배치 얘기가 나왔을 때 사드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성주군민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사드 배치 적정지로 성주가 확정 발표되면서 전혀 관심 없던 군민들이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며 매일같이 촛불시위를 열었다는 것이다. 그 사이 김천을 비롯한 이웃 지역에서는 무신경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인데, 그 중에는 성주를 향해 지역이기주의자라고 손가락질하는 이들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 후보지가 변경될 것으로 보도되자 후보지 인근 지역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김천에서는 성주가 폭탄을 돌리는 바람에 김천이 피해를 입게 됐다고 원망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다시 가져가란 말까지 나온다. 북한의 핵무장, 미사일 위협에 우리 나라가 망할수도 있다는 위기감은 찾아볼 수가 없다.

협동과 자조의 정신이 사라진 곳에 이기심만 춤춘다

경남 남해군에서 지난 7월 ‘전국연안어업인연합회’ 발족식이 있었다. 최근 근해어선들로 인해 연안의 자원이 고갈되고 있지만 정부는 기업형 쌍끌이와 기선권현망 어선들에게 혼획을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연합회가 기업형 어선들을 연안에서 몰아내는 데 앞장설 것을 표방하고 나섰다. 연안어업인들이 근해어업인들을 원망하는 갈등구조가 이미 만들어진 것이다.

연안수역과 근해수역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대신 어선의 톤수, 즉 어선의 규모로 연안어업과 근해어업을 구분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어선 규모가 작은 연안어업인들의 피해의식이 강하다. 이런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어획강도가 높은 근해어업이 연안에 들어가지 않으면 될 일이다. 연안어업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조금만 배려해주면 상생이 가능할 터인데, 그놈의 이기심이 문제다. 그동안 연근해 어업인들의 이해 조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던 해양수산부가 기선권현망과 쌍끌이어선(저인망)의 혼획(混獲)을 허용하는 수산업법을 개정하겠다며 입법예고를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전국의 연안어업인들이 생계 위협을 받는다며 조직을 만들고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법 개정 수혜자인 기선권현망과 쌍끌이어선은 반대로 혼획 허용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즉 근해 어업도 양보할 의사가 없으며 연안 어업도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연안-근해 모두 양보하지 않을 태세다.

노량진수산시장- 협력과 상생의 길로 들어서야한다

서울에는 아직도 옛 노량진수산시장에 잔류하며 이전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상인들이 있다. 수협노량진수산(주)이 지난달 옛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현대화 노량진수산시장에 입주할 수 있는 판매자리 최종추첨을 실시했으나, 옛 시장 상인들의 참여율이 매우 저조했다. 옛시장에 잔류하고 있는 289명 가운데 추첨에 참여한 사람은 20명 남짓. 수협 측은 옛 시장 상인의 추첨 참여가 저조한 이유를 노량진수산시장현대화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근거 없는 유언비어로 상인들을 선동한 때문인 것으로 풀이한다. 현재 옛 시장에는 추석까지만 버티면 개인당 1억 5,000만~2억원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유언비어가 퍼지고 있으며, 추첨을 하지 않으면 회사에서 새로운 협상안이 나올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수협 측에 따르면 15억 원 상당의 비대위 집행부 부동산이 가압류 조치 됐다. 비대위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인 수협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가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수협은 구 시장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해 시장방문 고객의 안전을 위협하고 사유지를 불법 점거하는 등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비대위 집행부 및 외부세력의 만행을 막기 위한 취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수협노량진수산시장(주)은 비대위 집행부뿐만 아니라 불법에 편승해 옛 시장을 무단점유한 채 영업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옛 시장상인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 신청을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옛 시장 상인들이 “수협이 구시장에 남아있는 소매상인의 영업을 방해한다”며 옛 노량진수산시장 점유를 방해하지 말라는 취지의 점유 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서울중앙지법은 청구사항 전체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앞서 비대위가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를 제기했지만 이 또한 기각됐다. 믿을만한 사정기관과 사법부에서 비대위의 의견을 ‘이유 없음’의 이유로 들어주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모든 상황이 옛 시장 상인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데도 그들은 무모해 보이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현대화 새 시장 준공을 마친 수협 측은 이들의 이전 반대로 인한 옛 부지 개발공사 지연 손실금이 연간 150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그 외 잔류상인들의 입주 반대로 인한 소모 비용이 매달 수억 원씩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용 낭비 방지와 이미 새 시장에 입주한 상인들의 영업권 보장, 공익 도매시장 기능회복을 위해서라도 잔류상인들에 대한 설득과 인내심 있는 소통이 더욱 절실해보인다.

집단이기주의의 극치를 보이며 수협과 갈등을 빚어왔던 비대위와 잔류 상인들은 이제 대의(大義)를 위해 한발 물러설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남이야 죽든 말든 우리만 잘 살면 된다’는 식으로 상대를 짓밟고 자기 이익만을 챙기려는 억지주장, 법원이나 감사원조차도 들어주지 않는 집단적 이기주의를 이젠 멈추어야 한다는 얘기다. 대한민국 수산업계도 이제 협력과 상생의 기반위에서 재도약을 해야 할 때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없다. 타이밍을 놓치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음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