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태안) 바다목장 조성과 씨드뱅크
서해(태안) 바다목장 조성과 씨드뱅크
  • 김종식 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 승인 2010.07.0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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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드뱅크(Seed Bank) 조성으로
패류자원 증강과 인근 해역 생태계 회복 도모

우리나라 연근해 수산자원량은 지속적인 감소추세에 있고, 이러한 자원량 감소는 어획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전체 어획물에서 성어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어 재생산력 문제 또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또한 이러한 수산자원량의 감소는 어업생산성 악화로 이어지고 점차 어획강도를 높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어 종국에는 남획으로 인한 자원고갈에 이르게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지속가능한 선순환의 어업생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새로운 개념의 어업생산 방식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연안자원 증강 및 회복을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인공어초 투하 및 종묘방류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세계의 연안국들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자국의 연안 자원량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연안 각국에서 수행하고 있는 여러 자원조성 모델 중 현재 생태계기반의 바다목장이 친환경의 첨단 자원조성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바다목장의 개념은 자연생태계의 조성을 포함하여 자원의 방류로부터 어획에 이르기까지 인위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하는 어업생산시스템으로 규정된다. 즉 해상가두리 등을 이용하는 수산양식이나 종묘를 방류하고 관리하지 않은 상태로 어획하는 방식과는 달리 일정한 권역을 설정하여 대상해역의 특성과 유용 생물자원의 생태습성에 적합한 인공어초, 바다숲 등을 조성하여 어장을 형성하고, 치어를 방류하여 자원을 관리하는 새로운 개념의 어업생산 방식인 것이다.

우리 정부에서도 어업생산구조를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수산자원 관리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제시하고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총사업비 1,589억원을 투입하여 5개(통영, 여수, 울진, 태안, 제주) 해역을 대상으로 해역별 특성을 고려한 국가시범 바다목장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서해 태안 바다목장은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수산자원(어류, 갑각류, 패조류)의 조성과 함께 갯벌생태 보전 및 자원증강을 목적으로 하는 갯벌형 바다목장이라는 기본방향을 가지고 안면읍 전면해역 75ha를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서해 태안 바다목장의 사업분야는 크게 어장조성, 자원조성 및 관광분야 구분되어 추진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안 생산성 증대를 위한 기본 계획수립, 훼손된 연안환경 복원은 물론 자원회복을 위한 표준모델 개발에 활용, 환경친화적인 해양관광 이용기술 축적으로 선진국형 연안 관리국으로서의 국제적인 해양국 입지 강화 및 서해 바다목장 표준이 제시되어 바다목장 사업의 전국확대 기반을 구축하는데 기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사업추진 단계에 따라 수립된 태안 바다목장 시범사업의 총 투자금액은 337억원이며, 어장조성시설의 내용은 인공어초, 환경관측 및 모니터링스스템(환경관측 부이, 수산자원관리 수면표시장치, 육상관측시스템), 해양생태복원장이며, 관광시설은 갯벌생태체험장 조성, 자원조성분야는 방류사업, 패조류 씨드뱅크 시설을 통한 생태친화적 어장조성과 갯벌지역의 생태계를 고려한 자원복원사업 등이 주요 내용이며, 여기서는 이 중 자원조성 분야에 새롭게 도입된 씨드뱅크에 대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씨드뱅크란?

일반적으로 씨드뱅크(종자은행)라 함은 다양한 생물의 종자를 장기간 보관하면서 육종가들의 필요에 따라 종자를 공급하는 기관을 일컫는 용어이다. 또한 최근에는 자연재해나 질병의 창궐 등과 같은 인위적 또는 자연적 재해, 기후변화 등에 따른 자연환경의 변화로부터 유용 품종이나 희귀종, 멸종위기종 등을 관리, 보존함으로써 멸종을 방지하고 각각의 생물종이 지닌 유용한 유전자원 및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되고 있으며 이런 이유로 종자은행의 중요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통상 곡물과 같은 식물종자의 경우 종자 내의 수분함량을 낮추고 저온의 진공상태에서 저장하게 되면 짧게는 수년에서 수십 년까지도 유전자의 손상 없이 휴먼상태로 장기보관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일부 종자의 경우에는 장기보관이 매우 어렵거나 또는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있으며 이런 경우 부득이 종자가 생명력을 잃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계대배양을 해주어야만 보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위적인 보존이 쉽지 않게 된다.


이처럼 인위적 보존이 용이하지 않은 종자의 보존을 위해서는 생태계에서 그 생물이 자생하는 일정 지역을 국립공원이나 수목원 등의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목표종을 자연서식으로 보존하거나 농장 등 인위적인 서식환경을 조성하여 재배를 통해 보존하는 방법 등이 강구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처럼 자연 생태계나 인위적으로 조성된 지역에서 살아있는 종자를 보존하기 위한 구역 역시 씨드뱅크로 불린다.

패류종자 공급하는 시설 개념으로 도입

수산생물의 종자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건조나 냉동보관 시 유전자 손상 등으로 인해 인위적인 보존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우며 따라서 종자보존을 위해서는 종자생산이 가능한 자연서식지를 지정하여 보호하거나 또는 종자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인위적인 시설을 조성, 관리하여야만 가능하다. 본 바다목장 사업에서 언급되는 씨드뱅크는 인위적으로 모패 수용시설 등을 조성하여 지속적으로 인근 해역에 유용한 패류종자(유생)를 공급, 확산시키기 위해 조성된 시설이나 시설구역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양환경에서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패류종자를 공급하는 시설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도입되어 적용되었다.

어떤 해역에서 특정 패류의 개체군 크기 및 분포의 감소는 그 종의 생산량 감소라는 산업적 측면뿐만 아니라 이들의 유생을 먹이로 하는 수산생물의 감소 등으로 이어져 연안생태계에도 영항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씨드뱅크 조성은 고부가 창출이 가능한 경제성 높은 패류의 재배치를 통해 자연상태의 패류서식지 조성 효과를 인위적으로 대체함으로써 해당 패류자원 증강은 물론 인근 해역의 생태계를 회복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국가시범 바다목장화 사업의 하나인 태안 갯벌형 바다목장 사업 내의 패조류 씨드뱅크는 2009년 바다목장 조성해역의 중심부인 태안군 안면도의 내파수도와 외파수도 사이에 6ha 규모의 연승수하식 시설로 조성되었으며 기후변화 등에 따른 온난화 환경에서도 번식력이 뛰어난 비단가리비와 참굴 등의 건강한 중간종묘를 입식, 관리하여 산란기에 양질의 건강한 유생을 바다목장 주변해역으로 공급, 확산하는 천연 종자은행의 역할을 수행하게 함으로써 인근 해역의 패류 자원증강 및 회복에 기여토록 설계되었다. 2010년에는 씨드뱅크 시설규모를 확대하고 우량한 참전복 모패 등을 추가로 입식하여 관리함으로써 바다의 종자공급 은행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씨드뱅크로부터 공급된 유생의 해수이동에 의한 확산 및 이동범위 등에 대한 과학적인 자료조사 및 분석을 통해 패류자원 조성 및 회복을 위한 표준화된 모델개발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패조류 씨드뱅크로 수산자원 조성

패조류 씨드뱅크는 설계부터 생태계기반 공간조성을 위한 시설배치 개념을 도입하여 시설 하부(저면)에는 물고기가 살 수 있는 인공어초를 시설하여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방류된 치어들이 모여살 수 있도록 부어초 기능도 함께 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하부구조물에는 종패가 부착하여 성장할 수 있도록 테트라형 어초가 배치되었으며, 향후 패류 이외에도 친환경 자원인 다시마, 모자반, 쇠미역 등 고부가가치 해조류가 복합적으로 서식하도록 하여 지역특산 수산생물의 은신처 및 산란·성육장으로 활용되게 함으로써 수산자원조성 효과를 배가하고, 해양환경을 개선토록 유도하는 등 씨드뱅크가 다양한 측면에서 유용 수산자원 조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종합하면 본 패조류 씨드뱅크 사업의 목적은 지구온난화, 수산자원 감소 등 연안 증양식 어장의 생물자원 변동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서해 태안 갯벌 및 천해형 바다목장 특성에 적합하면서 온난화 환경에도 적응력이 강한 경제성 높은 고부가 유용패류를 대상으로 하는 씨드뱅크를 조성하고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자연산란 및 유생확산으로 바다목장 해역에서의 자연순환형 자원조성 모델을 제시하는데에 의의가 있다. 서해 태안 바다목장 내의 씨드뱅크 사업이 서해안에서 수산자원 회복을 위한 표준모델로 하루 속히 정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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