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생활사를 간직한 ‘뱀장어’
신비로운 생활사를 간직한 ‘뱀장어’
  • 황선도 FIRA 대외협력실장
  • 승인 2016.08.0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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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장어



먹장어는 장어가 아니다

뱀장어는 뱀과 장어가 합쳐진 이름으로 장어(長魚)는 긴 물고기란 말이다. 그러니까 뱀장어란 ‘뱀처럼 긴 물고기’란 뜻이다. 지방에서는 민물장어, 드물장어, 구무장어, 궁장어, 밈장어, 배무장우, 배암장어, 뱀종어, 장어, 짱어, 비암치, 참장어 등으로 불리고 있다. 전남 고흥 지방에서는 늦은 가을 펄 속에서 잡히는 맛좋은 뱀장어를 ‘뻘두적이’라고 부른다.

영어권에서는 ‘일(Eel)’이라고 부르는데, 원주민이 장어를 부르던 이름을 그대로 쓴 것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우나기ウナギ(鰻)’라 부른다.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정설이 없으나 뱀처럼 구불거리며 기어가는 것을 우네루うねる라 하므로 그 말이 변하여 우나기가 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장어라 부르는 물고기에는 여러 종류가 포함되어 있다. 보통 민물장어로 불리는 뱀장어, ‘아나고’라고 불리며 횟감으로 즐겨 먹는 붕장어, ‘하무’라고 불리며 여수에서 육수에 살짝 데쳐먹는 ‘하모 유비키(갯장어 포 데침이라고 우리말로 하면 어떨까?)로 유명한 갯장어, 그리고 포장마차 연탄불에 즐겨 구워 먹던 ‘꼼장어’라고 불리는 먹장어가 그것이다.

뱀장어, 붕장어, 갯장어는 척추가 딱딱한 경골어류인 데 반해, 먹장어는 입이 흡반 형태에 눈이 퇴화된 원구류로 겉모양은 장어와 비슷하나 분류학상 종류가 다르다.

▲ (위) 댓잎뱀장어, (아래) 실뱀장어.


생김새 너무 달라 한때 새끼와 어미를 다른 종으로 구분

20세기 초부터 뱀장어의 생태에 대해 다수의 연구가 수행되었으나 많은 부분이 밝혀지지 않은채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의 강에 사는 동북아 뱀장어의 산란장이 어렴풋이 밝혀진 것이 1990년대 들어서이다.

동북아산 뱀장어는 북위 15도 동경 140도 부근의 마리아나 해산 서쪽 태평양에서 태어난다. 새끼일 때는 ‘렙토세팔루스’라는 투명한 대나무 잎 모양의 댓잎뱀장어 형태로 북적도 해류를 따라 서쪽으로 이동한 후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6~12개월 동안 약 3,000킬로미터의 끝없는 여행을 한다. 그러다 대륙사면에 이르면 납작했던 몸이 원통형의 실뱀장어로 바뀌고 그 모양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의 연안으로 들어온다.

게다가 댓잎뱀장어에서 실뱀장어로 변태할 때는 7~8센티미터이던 몸길이가 5~6센티미터로 오히려 줄고 모양도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옛날에는 댓잎뱀장어와 실뱀장어를 다른 종으로 분류하기도 하였다.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중에서
황선도 지음 / 부키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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