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⑧ 위지연 (주)청산바다 대표
FRONTIER ⑧ 위지연 (주)청산바다 대표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6.08.02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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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전복 일본 수출 개척, 한국 전복 유통·가공 대명사
“생산자와의 신의와 바이어와의 신뢰로 역경 이겨내”

 

 

 

▲ 청산바다 위지연 대표. ⓒ박종면

[완도=현대해양 박종면 기자] 대한민국 전복 유통·가공의 대명사 위지연(魏知延) (주)청산바다 대표. 위지연 대표에게는 늘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최초 생산자 직판장 개설, 최초 생산자 주주참여 가공기업 설립, 최초 전복가공공장 준공, 최초 전복 일본 직수출 등 그가 걷는 걸음이 곧 한국 전복산업 개척의 길이 되어 왔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거창한 꿈을 안고 업계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친정인 전남 완도에서 양식하던 전복이 인식 부족 등으로 잘 안 팔린다는 얘길 듣고 온라인 판매를 하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청산도 친정에서 전복을 길렀는데 수요는 적고 공급만 늘어났다”며 “그래서 내가 온라인으로 팔아주겠다고 하고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가 1kg씩 포장해서 부치곤 했다”고 그는 회상했다.

2002년부터 2년가량 온라인 판매를 하다가 강풍 등으로 기상이 안 좋으면 출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다 보니 일을 접게 됐다. 그러자 소비자들의 출하 문의가 쇄도했고, 고민하다 광주에서 이주한 뒤 완도읍에 매장을 내고 본격 전복 유통에 나선 것.

생산자 참여 가공기업

위 대표는 신용을 가장 우선시했다. 20014년 악천후에 대비해 청산도 도청리 양식장에서 채취한 활전복을 완도읍 매장으로 옮겨 온라인 주문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판매가 잘 되자 다른 생산자들도 판매를 위탁하게 되고 공급량이 쌓여갔다. 이에 더 큰 판로를 찾기 위해 생각한 것이 수출. 수출의 물꼬를 튼 것은 2005년. 당시 전라남도 수출촉진단 일원으로 참여했다 바이어 상담을 하게 됐던 것. 광주서 직장생활 할때의 수출입 업무 경험도 도움이 됐다.

“그때는 생산자들이 수출에 대한 마인드가 전혀 없었죠. 생물을 가져다 며칠 간 두는 것도 문제고 한 사이즈만 가져가는 것도 문제니까요.”

처음 거래를 시작한 그 바이어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거래하고 있다. “처음에 1인 기업이라 우스웠을 텐데 그래도 사람을 믿고 거래를 해주더라고요. 저는 목숨 걸고 끝까지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이 없으니까요.”

오랜 거래의 비결은 신용이었던 것이다. 기상이 좋든 나쁘든 생산가가 높든 낮든 어떤 일이 있어도 약속은 지킨다는 신념 하나로 생산 어업인으로부터 수매해 안정적 공급을 이어왔다. 그러다 생산량이 많아 공급이 넘치는 상황이 되니 가공 안하면 생산자가 힘들겠더라는 것. 그래서 2006년 유통을 위한 영어조합법인에 이어 어업인들과 함께 가공법인을 만들게 됐다.

▲ 전복 가공품은 철저한 위생관리에 의한 계량과 포장작업을 거쳐 시중에 유통된다. ⓒ박종면


해수부 지정 전복수출 선도조직

생산자들이 1,000만원, 2,000만원, 5,000만원 십시일반 법인에 출자했다. 법인 설립 후 출발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가공공장 준공 직전 완도군에서 펼친 전복 먹기 운동으로 전복 수요가 급증해 다음해 원물 공급 부족사태가 벌어진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원의 횡령 사건까지 발생해 횡령금까지 부채로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법인 출범 초기 5년간 적자가 나서 급기야 자본잠식 상태까지 갔다.

“단순히 이익만 보겠다는 생각이었다면 문을 닫았겠죠. 그런데 전복 소비를 확대해 어업인들이 잘 살고 전복산업을 이끌어 국가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로 시작했기에 그만둘 수가 없었죠.”

그는 어려운 환경에 주저앉지 않고 판로 개척에 발 벗고 나섰다. 이런 노력으로 중국에 전복 통조림을, 싱가폴, 홍콩, 말레이시아, 일본 등에도 가공품을 수출했다. 대만에도 최초로 전복 가공품을 내보내는데 성공했다. 홍콩에는 처음으로 팩 포장 스타일로 수출하기 시작했고, 선물세트 모두 인기를 얻고 있는 등 제품 개발과 수출처 확대로 회복세로 돌아선 것.

중국에 활전복 수출

특히 지난 5월부터 넓은 중국시장에 활전복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올 추석 즈음엔 대만에도 수출될 것이라는 것. 내수시장에서도 최초로 파우치 형태의 전복장을 런칭하고 있다. 위 대표는 최근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고 있어 올해 혹은 내년엔 정상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위 대표는 가공이 어렵다고 말한다. 그래서 가공만 하는 업체는 대부분 문 닫았다고. 정부나 업계에서 청산바다를 높게 평가해주는 것이 이런 이유다.

“대기업처럼은 못하겠지만 짧은 전복산업 역사와 함께 모든 시도를 했다는 거죠. 일본시장에 맞는 가공품, 한국시장에 맞는 것, 중국, 동남아시장에 맞는 것 등등 세계가 원하는 제품 노하우를 가졌다는 거죠.”

수출만 따지면 (주)청산바다는 업계 최고다. 2009년 100만달러 수출의 탑을 시작으로 2011년엔 국내 최초 전복 500만 달러 수출을 달성했고, 이듬해엔 1,000만 달러 수출의 탑을 받았다. 지금은 연 매출 200억원 중 내수가 60~70%이고 수출이 30~40%가 되지만 반대로 수출이 60%를 차지할 때도 있었다.

 

 

▲ ‘전복 가공 유통업이 어렵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신념으로 가공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위지연대표. 가공 용도에 맞는 활전복을 선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박종면
제살깎기식 저가경쟁 ‘경계’

위 대표가 지금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제살깎기식 저가 경쟁과 처음으로 시도해야 하는 것이다. 제품 개발이 그렇고, 수출시장과 내수시장 확대도 그렇고 위 대표 스스로 선구자가 되면 후발업체가 출혈경쟁을 해오는 것이다.

위 대표는 교과서대로 HACCP 시설을 갖추는 것은 물론 의무사항이 아닌 수산물이력제도 이행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양식단계서부터 출하까지 모든 이력을 한 눈에 보여주기 위해 주위의 도움을 청하고 있다.

청산바다 내수 판매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모 인터넷 공동구매 사이트라고. “‘바른 음식을 제공하는 믿음의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거기 지향점이 우리가 추구하는 것과 같아 판매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 외에 특급호텔과 주요 백화점 등에도 납품하고 있다.

“올해 혁신제품 나온다”

요즘 위 대표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고 있는 신제품이 있다. 어디서든 물이나 우유를 부어 쉽게 먹을 수 있는 영양 전복죽이 하나고, 또 하나는 유명호텔 셰프와 함께 개발 중인 파우치 형태의 전복 보양식이다. “기존에 없었던 혁신적인 제품이 올해 나올 것”이라고 위 대표는 자신감을 보였다.

위 대표는 “전복 가공 유통업이 어렵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것”이라며 사명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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