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더위, 시작에 불과하다는데
이 더위, 시작에 불과하다는데
  • 이준후 시인/산업은행 전문위원
  • 승인 2016.08.0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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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후 시인/산업은행 전문위원
올여름 날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더위가 연합군의 상륙작전을 저지하는 독일군의 해안포마냥 맹렬합니다. 그런데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장마도 끝나 비 올 일 없고, 이 불볕더위 한 달은 갈 거라는 기상대 예보입니다.

이런 날씨에는 견공들 신세가 애처롭습니다. 그런데 견공들과 관련하여 한 이벤트가 눈에 띕니다. 우리가 복더위에 즐기는 개고기를 두고 시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영국 내에서 한국의 개 식용을 그만두도록 권고해 달라는 의회 청원자가 10만 명을 넘었습니다. 이 청원활동 홍보를 위해 두 영국인이 내한해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No More Dog Meat!’, ‘보신탕은 이제 그만!!!’, 그들이 들고 있는 시위 푯말입니다.

영국인들의 애완견 애호가 유별난 것은 아닙니다. 사실 우리나라도 애완견, 반려견 시장이 확대일로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무더위는 강아지들에게도 고통일 수밖에 없습니다. 혀를 빼물고 헐떡거리는 개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개들은 추위보다 더위에 더 취약합니다. 몸에는 땀구멍이 없어 체온조절이 어렵습니다. 털이 몸을 감싸고 있어 덥게 보이나 실은 털이 단열재 역할을 하여 추위와 더위를 차단합니다. 따라서 덥게 보인다고 여름에 털을 깎아버리는 것, ‘summer cut’이라 하는데요, 이는 위험을 자초하는 것입니다.

애완견과 반려견, 여름철 관리의 첫걸음은 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통계적으로 여름 휴가철인 7-8월에 유기견 발생수가 다른 달에 비해 30% 가량 많다고 합니다.

특히 늙고 병든 개들을 휴가지에 데리고 가 두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하니 그 심사 잔인하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강아지들을 오랫동안 차안에 남겨두지 말아야 합니다. 빈 차안은 환기가 되지 않아 온도가 아주 빠르게 올라갑니다. 여름철 차량 내부온도는, 외부온도가 30도일 경우 내부는 10분 뒤 37도, 30분 뒤엔 46도, 1시간 뒤에는 무려 56도까지 올라갑니다. 그래서 밀폐된 자동차 안에 강아지를 방치하게 되면 호흡곤란이나 열사병에 걸리게 되고 심한 경우에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또, 여름엔 강아지를 데리고 아스팔트 산책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여름철의 태양은 아주 위험합니다. 기온이 30도일 때 달궈진 아스팔트의 온도는 50도 이상으로 올라갑니다. 사람은 신발을 신고 있어서 아스팔트 바닥의 온도를 체감하기 어렵지만 강아지는 그 열기를 고스란히 발바닥으로 전달받습니다. 강아지의 산책은 저녁때가 좋습니다.

강아지도 열사병에 걸립니다. 비만 강아지는 몸 안의 열기를 제대로 배출할 수 없어 더위를 더 많이 탑니다. 강아지에게 있어 체온이 40도 이상 올라가는 경우, 심장 뛰는 속도가 평소보다 빠른 경우, 입에 거품을 물고 침을 흘리는 경우, 구토나 경련을 보이는 경우 일사병 증세라 할 것입니다. 이럴 때는 응급조치로 시원한 장소로 옮기고 차가운 수건으로 감싸주어야 합니다.

애완견이나 반려동물만 있는 게 아닙니다. 애완식물, 반려식물도 있습니다.

‘pet plant’라는 개념으로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트렌드입니다. 반려식물의 대명사는 뭐라 해도 난(蘭)이라 하겠습니다.

난은 키우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키우기가 어렵다는 것은 환경에 민감하다는 것인데, 이는 그만큼 사람과 정서를 공유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난의 여름나기도 겨울나기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난의 원산지가 열대우림이라 온실이나 실내에서 키우는 게 제격이지만 여름에는 실외에서 키우는 게 좋습니다. 시원한 바람과 비를 흠뻑맞으면 생육이 왕성해지고 꽃도 잘 핍니다.

5월말부터는 실외로 내다 놓고 해를 가릴 수 있는 차광막을 치는 것이 좋습니다. 또는 큰 나무에 매달아 직사광선을 피하는 차광효과와 함께 복사열을 피하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난을 실외에서 바닥에 두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복사열도 문제지만 비가 올 때 흙탕물이 튀고, 또 흙탕물과 함께 토양에 있던 병원균에 오염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흙바닥의 과한 습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피서가 끝나고 9월말에는 다시 실내로 들여놓습니다. 이때 화분에 묻은 흙을 제거하고 해충이나 병원균에 감염되었는지 잘 살펴야 합니다.

우리 선조들은 피서를 가지 않았습니다. 더위를 피하는 피서(避暑)하지 않았습니다. 무더위를 불 끄듯이 꺼 없애는 소서(消暑), 성난 황소 코뚜레 잡고 제압하듯이 맹렬한 더위를 제압하는 제서(制暑)를 했습니다. 소극적이지 않고 적극적이었던 것입니다. 다산 정약용의 소서팔사(消暑八事), 더위를 끄는 여덟까지 방법에 송단호시(松壇弧矢)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솔밭에서 활쏘기’입니다.

더위에 웬 운동? 그렇습니다. 활쏘기는 육체운동이며 집중력 훈련입니다. 체력손상이 많은 여름이니만큼 심신을 단련해야 한다는 권유이자 훈계입니다.

에어컨 아래에서 보양탕 뚝배기도 좋지만, 무언가에 몰두하는 소서(消暑)나 제서(制暑)는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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