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토속음식 몸국
제주도 토속음식 몸국
  • 윤성도 자유기고가
  • 승인 2010.07.0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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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도의 바닷가 이야기>

‘몸국’이라 부르는데, 국이라기보다 죽에 가까운 듯싶다. 그 만큼 걸쭉하다. 피를 맑게 한다는 메밀가루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몸국은 돼지고기나 돼지뼈, 내장, 순대 등을 삶아낸 국물에 해조류인 모자반을 넣어 끓여낸 제주도 토속음식이다. 몸국은 제주도 사람들이 큰일을 치를 때 빼놓지 않는 음식이기도 하다.

큰잔치에 빠지지 않는 음식

제주도에서는 잔치를 치를 때 마다 꼭 돼지를 잡았다.
가마솥을 걸어놓고 부위별로 돼지를 삶는데, 삶다가 익는 살코기를 먼져 건져내고, 족발과 머리 부분은 더 삶는다. 등뼈 등에 붙은 살코기는 발라내고 뼈는 다시 육수를 우려내기 위헤 솥에 넣는다. 장간막은 잘게 썰어 다시 육수에 넣고 순대도 같은 국물에 삶아낸다. 이렇게 긴시간을 끓이다 보면 옆구리 터진 순대와 뼈에 붙어있다 떨어져 나온 고기 조각들이 들어가 국물은 진국이 된다.  

여기에 겨울에 채취해서 말려놓은 모자반을 물에 불려 토막토막 썰어 넣고 푹 끓여내면 몸국이 된다. 몸국은 항상 넉넉하게 끓여놓는다. 고기가 귀했던 시절, 이웃과 고기 맛을 나누고, 잔치집을 찾는 사람들과 훈훈한 정을 나누기 위해서다. 

돼지를 통째 삶으면 돼지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날 법도 한데, 몸국에는 그런 냄새가 나지 않는다. 또 기름기가 없고, 입안에서 오돌오돌 씹히는 모자반의 독특한 맛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음식이다. 돼지고기와 모자반의 조화다.

시대가 달라지고 생활이 바뀜에 따라 옛날처럼 잔치음식을 마련하지는 않지만, 지금도 몸국의 참맛을 아는 제주 사람들은 어쩌다가 몸국를 끓여내는 잔치 집에라도 갈라치면 은근히 몸국을 찾게되는데, 한 번 입에 댔다 하면 한 두어 그릇쯤은 뚝딱한다. 구수한 몸국의 맛도 맛이지만, 국 하나로 이웃과 나눈 정이 그리워서다.

이웃과 정을 나누는 음식

요즈음에는 대중음식점에서 몸국을 끓여 옛 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잦게 하고 있다. 최근에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 특히 올레꾼들은 입소문과 인터넷으로 얻은 정보로 몸국집을 찾는 다고 한다. 제주도 서귀시 서흥동 ‘몰고랑식당’이 그 현장이다. 제주 토박이 음식의 맥을 이어오는 이 집은 몸국맛이 좋기로 소문나 있다.

몸국을 맛깔스럽게 끓여내는 최상해(56)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옛날 토속몸국과는 끓이는 방법이 달라졌다. 시대가 달라지고 사람들의 입맛이 달라지면서 조리법고 그 맛도 달라진 것이다. 기름기가 없고 담백한 맛을 내는 것이 요즈음의 몸국이다.

몸국에 들어가는 주 재료는 돼지고기 등뼈와 사골, 무청, 여기에 모자반과 메밀가루가 들어간다.
최 씨는 기름기를 싫어하는 요즈음 사람들의 입에 맞추어 돼지고기 등뼈와 사골 뼈를 사용한다. 먼저 뼈를 끓인다. 끓이기 전에 10여분 우르르 끓여 고기에 붙어있는 찌꺼기를 깨끗이 제거한다. 처음 2시간은 센 불에, 다음 2시간은 중간 불, 그리고 약한 불에 1~2시간 정도 끓인다. 이렇게 5~6시간을 끓여야 진한 국물이 나오고 뼈에서 고기가 쉽게 떨어져 나온다.

등뼈와 사골뼈를 고아 만드는 몸국

말린 모자반은 십여 분 물에 담가 두었다가 5~6차게 비벼가면서 빨아 짠물을 헹궈내 적당한 크기로 썬다. 뼈를 발라낸 진국에 미리준비해둔 모자반과 무청을 넣고 끓인다. 무청은 모자반의 1/5정도 넣어 국물이 넉넉하게 한다. 다진 마늘로 양념을 하고 소금으로 간을 하여 끓이다가 메밀가루를 물에 타서 팔팔 끓게 되면 걸쭉한 몸국이 완성된다.

이렇게 준비해 두었다가 먹을 만큼 덜어 끓이다가 청양고추와 파를 넣고, 장으로 간을 맞춘다. 기호에 따라 후추를 쳐서 먹기도 하고, 신 김치를 잘게 썰어 넣어 간을 하기도 한다. 

몸국에 들어가는 참모자반은 살짝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하는 해조류다. 제주도에서는 ‘몸’, ‘몰’, ‘몰망’ 또는 ‘마미조(馬尾藻)’라 부르기도 한다. 몸국에 들어가는 모자반은  반드시 말린 것을 이용한다. 2~3월에 채취하여 말린 것이 가장 좋다. 생모자반은 입안에서 겉돌고 맛도 없다. 무청이 없는 여름에는 큰배추의 겉대를 삶아 사용하거나 큰 열무 잎을 사용하기도 한다. 몸국은 예로부터 무청이 나올 때가 가장 맛이 좋다고 하지만, 지금 계절을 따지지 않는다. 겨울철에 채취하여 말려둔 모자반을 이용하고 고기는 사철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골을 우려낸 몸국에는 우리 몸에 좋은 콜라겐이 많고 한다. 모자반은 무기질, 비타민이 풍부한 알카리성 해조류로 모자반의 풍부한 칼슘과 철분은 어린이의 성장 발육에 큰 도움을 준다. 최근 알려진 바로는 모자반류 해초가 주름진 피부를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구수한 맛을 내는 제주도의 전통 토속식품 몸국이 이제 우리 몸에 좋은 건강식, 미용식으로 인기를 끌 듯싶다.

■ 몰고랑식당 : (064-732-5347) 제주도 서귀포시 서흥동 397-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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