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과학자들만의 잔치 되어서는 안 돼…조직 틀 갖추기 위해 노력”
“학회, 과학자들만의 잔치 되어서는 안 돼…조직 틀 갖추기 위해 노력”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6.06.30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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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실 한국수산과학회장 겸 한국수산과학총연합회장>
학회지 SCI 등재…수산계 위해 할 수 있는 일 찾아 나서


▲ 강영실 한국수산과학회장 겸 한국수산과학총연합회장. ⓒ박종면
지난 5월 23일부터 5일간 세계 64개국 약 2,000 명의 수산 관련 석학 등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부산 벡스코에서 세계수산회의(WFC)가 열렸다. 세계수산회의는 세계수산학회협의회(WCFS)가 4년마다 개최하는 수산 분야 세계 최대 학술대회. 세계수산협의회가 주최하고 (사)한국수산과학회가 주관했다.

다양한 연계행사도 함께 열렸다. ‘FAO 세계수산대학 부산 설립을 위한 국제세미나’는 세계 수산관련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대학설립의 필요성을 알리는 자리가 됐다. ‘한·일 해녀포럼’에서는 한·일 대학 교수 및 해녀 종사자, 연구관계자 등이 참석해 해녀문화를 재조명했다.

특히 세계수산대학 설립 세미나는 대학의 국내 설립에 대한 공감대를 세계 수산과학자들과 함께 형성하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이처럼 수산과학회는 국내 최초로 세계수산회의를 주관해 빛났다.

해양수산부 소속기관과 산하기관을 통틀어 유일한 여성 CEO(최고경영자)인 강영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FIRA) 이사장은 지난 1월부터 (사)한국수산과학회장과 한국수산과학총연합회장을 맡아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단체 특성상 1년 단임이라는 짧은 임기에다 공공기관장이라는 신분 때문에 제약이 적지 않지만 주어진 소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학회가 과학자들만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다. 수산과학회는 교수를 비롯한 수산과학자 집단이지만 정부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자유로울 수 있다”며 현실 참여를 강조하는 강 회장. 그는 공신력 있는 수산과학자 인력풀이 수산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한국수산과학회와 한국수산과학총연합회 회장을 맡아 어렵지 않나?

기관장을 하면서 학회 일을 한다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여기(학회)는 교수님들이 많아 저와는 입장이 다른데 전면에 나서 적극적으로 하면 본연의 업무는 안 하고 학회 일만 하는 것처럼 보여 운신에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한국수산과학총연합회장도 겸하게 됐는데 사실 총연합회장은 제가 할 입장이 아닌데 맡게 됐습니다. 총연합회는 5개 학회의 연합체인데, 5개 학회가 1년씩 돌아가면서 회장을 하게 되어 있거든요. 올해는 00학회에서 회장을 맡아야 되는데 도저히 할 수 없는 사정이 생겼다 해서 저 또한 고사하다가 하게 됐습니다. 예전에 관리직에 있으면서 논문 쓰는 간부들 보며 관리직이 논문 쓸 시간이 어디 있냐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는데 공단 일 안하고 학회 일만 하는 건 아니니 좋게 봐주셨으면 합니다(웃음).

수산과학회는 역사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어떤 곳인지?

수산과학회는 우리 수산업 전반에 관해 연구하는 학술단체로 60년이 넘는 역사를 거치며 수산자원학회, 양식학회 등과 합쳤고, 현재는 양식, 수산이용가공, 수산자원생태 등 3개 분과위원회를 두고 있는 사단법인입니다.

수산과학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들 간의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고 정보교환, 공동연구 및 상호 협동체제를 구축해 수산과학 관련 교육, 연구와 산업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학술연구발표회 등을 개최하고 학술지, 기술정보지도 발간합니다.

또 수산과학총연합회는 한국수산과학회, 한국어류학회, 한국어병학회, 한국어업기술학회, 한국패류학회 등 5개 학회의 연합인데, 수산과학회가 여기 속해 있으며, 매년 가을 학술대회를 여는데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 한국수산과학회 정기총회

수산과학회의 현안은 무엇인가?

국내 해양수산 분야 학회는 한국수산과학회와 한국해양과학회 등 크게 두 개가 있습니다. 해양과학회도 몇 개 분과가 모여서 하는데 재정이 옛날 같지 않고 수산과학회도 마찬가지인데 당면과제는 학회지를 SCI(Science Citation Index;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에 등재시키는 것입니다. 과학기술분야 논문 수준을 SCI 논문이냐 아니냐로 판단하다 보니 수산과학회 당면과제는 영문학회지 FAS(Fisheries and Aquatic Sciences)를 SCI에 올리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기준의 논문투고 시스템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학술지의 질을 높여나가야 합니다. 인용지수를 높이기 위한 인용에 대한 보상관리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하며, 학문 전공별 좋은 리뷰 논문들이 실려야 합니다.

SCI 등재를 최대한 짧은 기간에 이루기 위해 국제적인 출판사에 출판과 논문투고시스템 운영을 알아보니 영문으로 발표되는 논문의 질도 좋아야 되지만 비용이 많이 들더군요. 이것은 이전부터 계속 추진해오던 것이라 향후 3년 안에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다만 비용이 8,000만 원에서 1억 원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학회비만으로는 부족해 작년부터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고액 기부자 모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너 소사이어티에 대해 보충설명을 한다면?

수산과학회에서 운영하는 아너 소사이어티는 우리 학회지의 SCI 등재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회원 한 명이 100만 원씩 기부하도록 해 현재 약 5,000여만 원을 모았습니다. 목표액 1억 원 정도 되면 등재에 동력이 될 것입니다.

우리 학회지가 SCI에 등재가 되면 구심점이 돼서 외국으로 나가는 논문을 여기 싣게 되고 주변국 학자들도 이 학회지에 논문을 싣게 될 것입니다. 아너 소사이어티 멤버는 학회 홈페이지와 학술지에 정기적으로 성함을 게재할 예정입니다. 수산과학회의 발전과 영문학술지의 도약을 위해 뜻을 모으고자 하니 회원들의 성원과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 지난 5월 23일부터 5일간 세계 64개국 약 2,000 명의 수산 관련 석학 등 수산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부산 벡스코에서 세계수산회의가 열렸다. 이 행사는 세계수산학회협의회 주최, 한국수산과학회 주관, 해양수산부와 부산광역시 공동 후원으로 진행됐다. 왼쪽 네 번째가 이 행사를 주관한 한국수산과학회 강영실 회장.

한국수산학회에서 세계수산회의를 처음으로 유치했는데 평가는?

4년마다 열리는 세계수산회의를 처음으로 국내에 유치해 지난 5월 23일부터 5일간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었습니다. 세계수산회의는 남택정 교수님이 회장 할 때 유치해 이번에 조직위원장을 맡아 많은 역할을 하셨습니다.

참석인원은 세계 64개 국 595명, 내국인 1,32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내국인 참석자는 기대에 좀 못 미쳤지만 외국인들이 적극 참석해서 좋았고, 특히 이번에 과거 다른 개최지와 달리 수산자원조성 세션, 수산경제 세션을 추가로 만들어 다양함을 선보일 수 있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FAO 세계수산대학 세미나 등을 통해 세계수산대학이 만들어질 것이고, 이를 유치하기 위해 한국이 뛰고 있으며, 세계수산대학이 필요할 것 같다 이런 분위기를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도 매우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해수부나 부산시도 호기를 잘 살렸다고 봅니다.

임기 동안 하고자 하는 일의 방향은?

첫째 내실을 다질 것입니다. 회원 구성, 회원 정의, 회원 관리 등에 내실을 기하고, 둘째 해수부와 컨텍 포인트(접점)를 만들 생각입니다. 정책적이라든지 기술 개발하는데 수산과학회와 해수부가 연결되어야 겠다, 학회가 과학자들만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해수부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국립기관이나 어떤 기관에 일을 주기가 애매할 때는 평소 접점이 있으면 수산과학회를 이용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과학회는 과학자 집단이지만 정부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셋째는 정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수산과학회에 해양수산 관련 백서를 3년에 한 번씩 만들어 달라고 할 수도 있거든요. 정부에 위원회가 있지만 집단적인 이용은 못하고 있어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한 예로 방사능 문제가 터졌을 때도 개인에 접촉하는 것보다 학회에 연구 용역을 주면 정부기관이나 국책기관에 맡기는 것보다 공신력을 가질 수 있지 않겠나 봅니다. 학회도 활성화될 수 있고. 백서나 전문가 집단이 정리할 수 있는 그런 걸 학회 이름으로 지속 발간하는 것 등 크게 3가지 정도하면 짧은 임기 동안 틀은 갖출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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