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위기, 해운경기 장기 불황 속 비용경쟁에 따른 공급과잉 복합 작용
해운업 위기, 해운경기 장기 불황 속 비용경쟁에 따른 공급과잉 복합 작용
  •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 승인 2016.06.3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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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2 외항 선사 위기 극복 방안>
Special Thema ① 해운업 위기 어디서 시작됐나


운임에 비해 용선료가 많이 지출되는 수익성 악화
단기적 채무상환능력에 초점 맞춘 금융당국 단견도 원인

 

 

 

 

▲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양창호 교수
해운업 위기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번째는 리먼사태 이후 세계경기 침체에 의한 해운경기 장기 불황에 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새로운 경제질서, 즉 뉴 노멀의 시대가 원인이다.

두 번째는 해운산업 내에서의 비용경쟁에 따른 공급과잉이다. 불황에 따른 운임하락으로 비용절감이 절실하게 됐고, 초대형선의 건조가 불가피하게 됐다. 그러나 많은 선사들이 초대형컨테이너선을 건조하면서 합성의 오류가 발생해 산업내 공급이 과잉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됐다.

세 번째는 우리나라 선사의 해운경영 고도화 및 해운지원 부재이다. 장기불황속에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비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초대형선을 확보해야 하는데, 금융권 자구노력 요구로 수년간 자산을 매각만 했지, 선박금융을 통한 신조선을 건조하지 못했다. 결국 용선으로 초대형선을 확보하면서 오히려 원가경쟁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해운경기 장기침체

세계 해운산업은 뉴 노멀(new normal)의 격랑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뉴 노멀’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에 부상한 새로운 경제질서를 일컫는 말로 저성장, 저소비, 높은 실업률, 고위험, 짧은 호황 긴 불황 등을 의미한다.

글로벌 경제가 구조적인 변화를 거치고 있는 가운데 그에 파생된 세계 해운산업도 뉴 노멀의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추세로 선박 자산가치 하락, 해상운송 수요증가의 변화 등을 들 수 있다.

신조선 가격이 계속 낮아지고 있고, 당분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선가하락은 조선소 건조능력 과잉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엔화가 2012년 달러당 76엔에서 현재 111엔까지 절하됐고, 중국 조선소들도 위안화 평가절하로 더욱 낮은 선가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조선소들도 구조조정의 와중에 있어 선가는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선박금융의 제약으로 신조선 활동도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중고선가의 상한선 역할을 하는 신조선가가 하락하면서 중고선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산업이 서비스와 소비경제로 이전되고 있어, 세계 GDP 성장률은 과거처럼 해상물동량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해상교역량 증가율이 GDP 성장률보다 보통 2배 이상 높았던 공식이 깨졌다. 2015년에는 세계경제성장률(IMF)이 3.1%이나 세계교역량 증가율은 2.8%(WTO)에 불과했고, 2016년에도 이와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5년을 기준으로 클락슨(Clarkson)사에 따르면 유럽항로의 경우 컨테이너 물동량이 3.7%나 감소해 가장 큰 부진에 시달렸다. 빠른 성장세를 보였던 아시아 역내항로 물동량도 3.6% 증가에 그쳐 2014년의 6%에 비해 크게 증가세가 둔화됐다. 원유 등 자원 가격 하락에 의해 아프리카, 남미 등 자원 신흥국의 컨테이너 수입이 줄면서 남북항로도 물동량이 1.8% 증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선의 경우 클락슨 지수를 기준으로 하면 2008년에 106p에서 2015년에 51.6p로 운임이 50%나 하락했다. 금년 3월에는 20피트 기준으로 아시아-유럽항로 운임이205달러까지 기록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보통 1,000달러 이상이던 운임이 아시아 근해지역 운송운임과 비슷한 수준까지 하락한 것이다. 아시아-미서안 항로도 3월에 40피트기준으로 748달러까지 하락해 역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5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은 약 2.3% 증가에 그쳤는데, 올해 컨테이너 물동량도 2015년 수준이거나 그보다 더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필요한 수요가 예상보다 줄면서 공급과잉을 가져오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 세계 컨테이너선 선형별 선대 추이(2006~2016년)_자료 : BIMCO, Clarkson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의한 공급과잉

다른 산업의 고정 자산과 달리, 해운산업의 선박은 그 소유자가 파산했다 해도 운항을 중지하지는 않는다. 대신, 낮은 중고선가로 새로운 소유자에게 매각되고, 새로운 선박 소유자는 공급과잉을 유지한 채 더 낮은 운임으로 운항을 계속한다. 여기에 해운산업이 장기 불황에 빠지면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거나 늘리기 위해 비용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안으로 초대형선 건조를 늘려나간 것이다.

2015년 말 기준으로 1만 8,000급 이상 선박은 기존 운항선박 31척 및 발주잔량을 포함해 총 105척이며 옵션을 포함하면 120척을 돌파했다. 특히 작년에 많이 발주된 2만teu급 선박은 2017년에 대부분 취항할 것으로 보여 극초대형 컨테이너선 시대의 도래가 임박했다고 볼 수 있다.

선사들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하는 것은 건조 및 운항 규모의 경제효과라고 믿고 있지만, 실상은 경제학에서 가격경쟁밖에 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파멸적 경쟁(destructive competition) 상태에 놓여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선사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거나 확보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운임경쟁뿐이라는 상태이다. 세계 정기선사들은 리먼 사태 이후의 시황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운항 선박의 대형화에 유닛 당 비용 절감을 추구하고 온 것이 결과적으로 공급 과잉을 가져오고, 이는 다시 추가적인 운임하락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초대형선은 원가경쟁력은 높은 반면 선복을 채우기 위해서 영업력이 필요하다. 모든 선사가 초대형선을 취항시킨다면 원가경쟁력은 다시 같아지고 선복을 채우지 못하는 리스크가 커지는 문제를 나타낼 것이다.

즉 선사는 시황하락에도 견딜 수 있는 원가경쟁력이 있는 선박을 요구하지만, 이런 합리적 의사결정이라도 군집적으로 나타나게 되면 산업전체의 공급과잉만 초래하는 결과만을 초래하는 이른바 ‘합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에 빠진 양상이다.

결국 초대형선화가 가져오는 구조적인 공급과잉을 해결할 마땅한 방법이 없이 선박감축 등 일시적인 선복조정에만 그치고 있는 실정으로, 여기에 초대형선은 높은 선가로 인해 화물적재율이 조금만 떨어져도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는 비싼 선가의 선박운영에 대한 리스크까지 지니고 있다.

정기선 외항해운사 해운경영 미흡 및 해운지원 부재 

해운업이 호황이던 2000년대 중·후반 들면서 선박수요가 늘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 용선계약을 체결했다. 이 때 체결한 용선선박이 2009년 리먼 사태 이후 해운경기가 장기적으로 불황에 빠지면서 운임은 하락하는데 비해 용선료는 과거 높을 때 체결한 용선계약에 따라 지급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또한 2009년 리먼 사태 이후에는 이미 부채비율이 높은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은행이 요구하는 자구노력을 하면서 얼라이언스에서 요구하는 초대형 선박을 선박을 선박건조 대신 용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2011년에서 2014년중에 용선한 선박 역시 2015년 하반기 이후 현재까지 역사상 최저치로 운임이 하락했다.

현대상선은 전체 선박 56척 중 34척이 용선이며, 한진해운은 101척 중 64척이 용선이고, 용선계약은 2006~2014년에 걸쳐 맺어졌다. 2015년 매출 5조 7,000억 원 중 2조원 가량을 용선료로 지급했다. 한진해운도 2015년 매출 7조 7,000억 원 중 약 1조 원을 용선료로 지급했다.

일부의 시각처럼 문제의 본질은 사선에 비해 용선비중이 너무 높다든지, 용선료가 현시세보다 높다든가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6년 6월 기준 한진해운의 용선비중은 56.2%이고 현대상선의 용선비중은 58.8%이다. 이는 세계 15대 선사 평균 용선비율 53.9%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또한 정보가 공유되는 해운업계에서 다른 선사보다 터무니없이 비싼 용선료를 지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합리적 경영판단을 했지만, 시황이 예상치 못하게 급락해 적자가 발생한 것을 두고 오류라고 지적을 할 수는 있지만, 이를 해운위기의 요인으로 치부할 수 는 없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예상하지 못한 해운시황 장기침체에 대비한 우리나라 외항선사들의 체력이 약하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많은 선사가 어려움에 처해있으나 우리선사들이 유독 부채비율이 높은 이유는 호황 때 이익을 불황에 대비해서 유보하지 않은 점, 그리고 선가가 낮을 때 낮은 이자율로 선박금융을 일으켜 선박을 신조하지 못한 것, 그리고 컨테이너선 이외 사업을 다각화해 해운 불황시 타 부문에서 적자를 보전하는 사업구조가 형성되지 않은 점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장기불황속에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비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초대형선을 확보해야 하는데, 금융권의 자구노력 요구로 수년간 자산을 매각만 했지, 선박금융을 통한 신조선을 건조하지 못했다. 결국 용선으로 초대형선을 확보하면서 오히려 원가경쟁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여기에는 불황시 적자를 보전할 수 있는 수익성이 있는 터미널이나 자동차선, 특수선 같은 경영다각화 자산을 자구노력 이행이라는 지침으로 매각하게 하는 등 해운업의 특성을 보지 못하고 단기적인 채무상환능력에만 초점을 맞춘 금융당국의 단견도 위기의 한 원인이 됐다고 본다.

같은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글로벌 해운사들은 친환경 초대형 선박 확보를 통해 원가경쟁력을 높이고 있으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2011년 이후 컨테이너선 발주를 한 척도 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6월 기준으로 세계 상위 15대 컨테이너선사의 신조선 발주 척수는 총 812척인데 비해 한진해운은 0척, 현대상선은 2척을 발주하는데 그쳐, 현재보다도 향후 경쟁력 약화가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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