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효율화 넘어 ‘비용차별화’ 전략으로 시장 신뢰 회복하고 기업 경쟁력 확보해야
비용효율화 넘어 ‘비용차별화’ 전략으로 시장 신뢰 회복하고 기업 경쟁력 확보해야
  • KMI 김우호 해운해사연구본부장
  • 승인 2016.06.29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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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2 외항 선사 위기 극복 방안>
Special Thema ② 한진해운, 현대상선 구조조정과 용선료 인하 이후의 과제


벌크선 부문 부활, LNG추진 대형컨테이너선 투자 등 과제

▲ KMI 김우호 해운해사연구본부장

구조조정 및 용선료 조정 경과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은 지난해 12월 30일 정부의 ‘산업별 구조조정 추진 현황과 계획’에 이어 올해 4월 26일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1일 부터 ‘산업 및 기업 구조조정 협의체’를 운영하면서 기업의 강력한 자구계획 이행과 채권단 지원으로 정상화를 도모한다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총 2.9조 원의 자구계획 목표를 초과한 4.3조 원을 이행했고, 한진해운도 총 2.5조 원의 목표를 초과해 3.3조 원의 자구계획을 이행했다. 정부와 채권단도 현대상선 1.4조원, 한진해운 1조원 규모의 공모 및 사모채 차환과 만기 연장을 지원했다. 최근 정부의 구조조정은 △용선료인하 및 얼라이언스 가입 △사채권자 채무조정 △협약채권자조건부자율협약의 단계별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까지 국적 양대 원양선사는 용선료 조정과 얼라이언스 재편의 성과를 얻고 있다. 현대상선은 용선료 조정 협상을 마무리하고 2M과 얼라이언스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용선료 협상 결과 당초 목표인 28.4%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22개 전체 선주를 대상으로 평균 21%의 비용을 조정했다.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대단히 어려운 성과이며 얼라이언스 가입도 기대 이상으로 좋은 출발이다. 한진해운은 더(THE) 얼라이언스에는 가입했지만 용선료 조정 협상은 이제 시작 단계이다. 8월까지 20~30%의 용선료를 조정할 계획이다.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이어서 예단할 수는 없지만,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의지와 기업 역량을 바탕으로 나머지 구조조정 과정도 차질없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 근까지 국적 양대 원양선사는 용선료 조정과 얼라이언스 재편의 성과를 얻고 있다.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이어서 예단할 수는 없지만,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의지와 기업 역량을 바탕으로 나머지 구조조정 과정도 차질없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구조조정 이후 안정화를 위한 과제

1)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서비스 안정화


그러나 정부와 기업이 계획한 구조조정 과정이 계획대로 진행돼도 기업이 정상화되고 서비스가 안정화되기 까지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용선료 협상은 비용 절감이 아닌 3년 6개월 동안 지급 규모를 줄이는 대신 출자전환과 장기채권을 지급하는 것으로 조정한 것이므로 일정한 기간이 지난 후에는 다시 부담이 될 것이며, 컨테이너 해운시장도 조기에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조조정과 과정과 별개로 추진해야 할 과제가 많이 있다.

첫째로는 가능한 한 신속히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더 이상 화주나 얼라이언스 파트너로부터 해운서비스 차질의 우려가 제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근 G6 얼라이언스가 현대상선의 선박을 파트너 선사의 선박으로 대체해 운항하기로 한 것은 화주들의 이러한 우려에 대해 선제적으로 조치한 것이다.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합병이나 법정관리 등의 구조조정 논의로 시장의 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구조조정 논의는 국내외 고객 및 파트너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서비스를 안정화하려는 양대 선사의 노력을 훼방할 뿐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해당 기업은 물론 구조조정 관계자와 전문가 그리고 언론사의 보다 사려 깊은 자세가 요구된다.

2) 비용절감 위한 혁신적인 컨테이너선 확보와 운영의 체계화

둘째로 구조조정이 이후 기업의 확고한 생존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2015년  기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컨테이너 부문 매출이 각각 전체의 93%, 80%라는 점은 컨테이너선 시황 개선이 부진한 상황에서 기업의 재도약을 어렵게 하고 심지어 생존의 위협요소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우선은 컨테이너 부문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더구나 국적 원양 해운사의 주력시장인 아시아-북미시장이 파나마운하 확장으로 경쟁이 심해지면서 운임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KMI는 아시아-북미 시장이 대형선 투입 증가로 향후 운임하락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컨테이너선의 수익창출을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 절감 노력이 필요하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매출액 대비 총원가율은 머스크라인 대비 각각 4.3%~9.9% 포인트, 9.4%~11.9% 포인트 정도 더 크다(그래프 1). 이러한 차이는 2013년 이후 지속되고 있어 고비용 구조가 고착될 우려가 있다. 이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20척의 18,000TEU급 초대형컨테이너선 투입에 따른 규모의 경제와 감속운항에 따른 연료 사용량 절감이 주요 원인이다.

 

 

 

 

 

 

 


국내 선사의 경우 용선료 조정으로 이러한 차이가 상당폭 해소가 되겠지만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시적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비용구조를 효율화하기 위해서는 컨테이너 운송에 따른 전체 비용구조를 해부하고 절감할 수 있는 것은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비용절감을 위한 혁신적인 컨테이너선을 확보해야 한다. 주요 운항구간에 최적화된 선형과 환경규제에 대응하는데 기술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 그러나 자칫 기업의 영업적 역량을 도외시한 채 머스크라인과 같은 초대형선 확보에만 집중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 있다.

최근의 논문에 따르면 머스크라인의 비용절감은 규모의 경제에서 오는 것보다는 감속운항에 따른 연료비 절감이 더 큰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2015년 머스크라인의 40피트컨테이너 기준 비용이 2,288달러로 2011년 3,108달러 대비 26% 감소한 것은 같은 기간 운항선대가 252만TEU에서 296만TEU로 18% 늘어난 것도 있지만, 선박연료비가 톤당 620달러에서 315달러로 절반으로 하락했고 연료소모량을 크게 줄인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혁신적인 선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최적의 운송네트워크를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성과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대 운항성과 측정 팀을 조직하고 기술개발, 영업 및 경영 팀과 상시 협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한편으로는 화주를 위한 전 구간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협력기업과의 거래도 비용절감의 여지가 없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한다.

3) 벌크선 부문 부활 집중해 컨테이너선 한계 극복 

셋째, 시황개선이 지연되고 있는 컨테이너선 부문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전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지난 해 약 6,200억 원의 당기 순손실과 금년 1분기 약 2,700억 원의 손실을 보인 현대상선은 20% 수준에 불과한 벌크선 부문 매출을 끌어올려야 한다. 2002년 자동차선 부문을 매각하기 전에는 벌크선 매출이 55%를 차지할 정도로 벌크선 부문의 역량이 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기에 들어선 2011년에도 벌크선 매출 비중이 33%를 차지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일부 전용선 사업을 매각하여 최근에는 비중이 크게 줄었다. 신규 투자가 제한된 현대상선의 여건을 고려할 때 큰 투자 없이 시황의 장단기 변동성과 지역별 운임 차이를 이용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벌크선 부문의 부활을 위한 집중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 해상물동량은 연간 110억 톤에 달한다. 컨테이너 비중이 16%, 대량 벌크화물이 78%, 상대적으로 성장성이 큰 LNG 등 특수화물이 6%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현대상선은 기회가 많은 대량화물과 성장성이 기대되는 특수화물 수송 역량을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

세계 10대 컨테이너선사는 최소 100척 이상의 컨테이너선을 운항하고 매출 비중도 90% 이상이다. 크고 작은 컨테이너선을 선단으로 운영한다. 해양그룹인 머스크 그룹은 석유개발, 탱커선, 로지스틱스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컨테이너 부문 비중이 70% 수준이다. 10대 컨테이너선사 이외에는 대부분 벌크선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컨테이너만으로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3대 선사는 70~90척 정도의 컨테이너선을 운항하며 매출비중은 대체로 5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60여 척의 컨테이너선을 운항하는 현대상선도 벌크선 부문이 매우 중요하다.

4) LNG추진 대형컨테이너선 등 대기환경규제 대응 

넷째, 대기환경규제에 강한 선박을 확보해야 한다. 올해 요건을 충족하면 일 년후 발효돼 가시화 단계에 들어간 선박평형수 규제에 이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이산화탄소 등의 감축과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규제가 확산되고 있다. 선박이 배출하는 대기오염은 국제해사기구(IMO)는 물론 이 보다 더 강한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최대 무역국가의 자체적인 규제도 충족해야 한다. 규모의 경제와 저속운항으로 단위당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현재의 에코십만으로는 미래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한다. 20척의 초대형컨테이너선을 차례로 투입한 머스크라인조차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제 비용효율화를 넘어 비용차별화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선박연료를 석유에서 액화천연가스(LNG)로 바꾸는 100년만의 선박연료 혁명의 움직임을 예의주시 해야 한다. LNG연료추진 선박은 북유럽을 중심으로 카페리선과 해양서비스선박 등 현재 70여척 이상이 운항중이며 미국에서는 3,100TEU급 컨테이너선도 운항중이다. 글로벌 항로에서는 컨테이너선과 크루즈선과 같이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선박이 우선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LNG추진 초대형 크루즈선이 발주되어 2022년부터 차례로 인도될 예정이다. 현재 발주중인 대형 선박은 LNG레디 선형이 많은데 이는 미래 LNG추진선 운항여건이 개선되면 최소의 비용으로 엔진을 교체할 수 있도록 대비한 것이다. 따라서 대형선이 필요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으로서는 LNG추진 대형컨테이너선 등에 대한 생애주기비용 분석(LCC)과 이를 바탕으로 한 시장 선도적 투자가 필요하다.

5) 세계무역 구조 변화에 따른 해상운송망 개편 

다섯째, 세계무역의 구조적 변화에 대비하여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최근 100년만의 파나마운하 확장개통에 이어 영국의 EU탈퇴 결정에 따른 경제통합의 후퇴는 세계 무역의 판도와 함께 해상운송서비스에 새로운 경쟁구도를 형성하는 중요한 변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파나마 운하의 확장으로 아시아~미주 동부지역의 무역 운송로에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아시아~수에즈운하~유럽(환적)~미동안 항만~내륙지역 서비스 항로와 아시아~북미 서안 항만~내륙운송~동부내륙지역 서비스에 비하여 아시아~파나마운하~미동안~내륙지역 서비스의 경쟁력이 크게 개선된다.

 

 

 

 

 

 

 

▲ 파나마 운하


저비용의 대량수송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해상무역로간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보다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적의 선박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화주의 니즈를 파악하고 물류를 개선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고객의 서플라이체인을 개선시킬 수 있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노력해야 한다. 이는 기업은 물론 전문가와 정책당국이 함께 고민하고 대처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이러한 해상운송 서비스의 변화는 부산항의 환적서비스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6) 취약부문을 보강할 수 있는 전문 지휘관 필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일은 기업이 이러한 과제를 이행할 수 있는 최고의 현장 지휘관을 선택하는 것이다. 선박(기업)과 선원(직원)과 운명을 같이하는 선장처럼 사명감과 역량을 갖춘 CEO를 뽑아야 한다. 생존을 위협하고 경쟁력을 갉아 먹는 위험요인을 샅샅이 찾아낼 수 있는 내부사정에 밝은 경험자나 구조조정 전문가의 선임이 요구된다. 다만, 곪은 부실을 덜어내기 위해서는 기존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그리고 벌크선 부문을 보강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구성해 나가야 하며 급변하는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 새로운 리더의 선택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물론 한국 해운의 미래를 보여 주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본고는 용선료 협상과 얼라이언스 가입이 원만히 추진되는 것을 전제로 새로운 출발점에 선 국적 원양선사와 정부의 과제를 점검해 보았다. 이러한 과제들이 차질 없이 추진되어 구조조정의 성과가 조속히 도출되고 국가 해운업이 다시 한 번 도약함으로써 무역과 해상운송 안정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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