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⑭ 전남 신안군 박일호 씨
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⑭ 전남 신안군 박일호 씨
  • 장은희 기자
  • 승인 2016.05.31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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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고마움을 아는 젊은 김양식인


▲ 전남 신안군 고이도 박일호 씨

귀어 전 거주 지역 : 전남
귀어지 : 전남 신안군 고이도
귀어 전 직업 : 건축관련 중소기업 과장
귀어연도 : 2014년
나이 : 31세
귀어 초기자본 : 9,600만원
연간소득 : 약 6,000~7,000만원


섬으로의 귀향, 가족을 위한 선택

도시와 섬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 도시에서의 시간이 사람들의 시간이라면, 섬의 시간은 자연의 시간이다. 해가 뜨고 지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자연의 변화 속에 사람들도 살아간다. 지금의 많은 청년들은 자연의 시간을 경험해보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래서 경험해 보지 못한 시간에 대해 ‘여유가 있을 것이다’ 혹은 ‘힘들 것이다’라고 막연히 단편적으로 생각할 뿐이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으로 6년여를 보내고 고향인 전남 신안군 고이도의 젊은 양식인이 된 박일호 씨는 “섬으로 돌아와서 가장 큰 차이점은 일주일 단위로 돌아가던 생활이 계절과 날씨의 변화에 맞춰가게 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겨울 추위에 자라나는 김의 특성탓에 추운 겨울바다에서의 시간은 바삐 돌아간다. 그에게는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는 날이 쉬는 날이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김을 채취하는 일은 육지의 어떤 일에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고되지만 박 씨는 섬에 와서 ‘가족과 함께 하는 여유’를 찾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상반된 생각이, 이제 그의 삶에 공존하고 있었다. 다만 박 씨는 섬에는 섬만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

섬이 고향이지만 고등학교를 입학하면서부터 목포에서 생활했던 박일호 씨. 그가 다시 고향인 신안군 고이도로 귀향을 선택하게 된 것은 ‘가족’이었다. 도시의 중소기업에서 건축 설계 관련 일을 했던 박일호 씨는 “한달에 20일정도 집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출장이 많은 직업이라 가족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며 “일은 재미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일에 매달려 사는 것이 의미가 있나라는 회의감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즈음 안좋아진 아버지의 건강도 걱정거리였다. 그리고 고향에서 김양식을 배워보지 않겠냐는 부모님의 제안. 그는 아내와 부모님과의 상의 끝에 2014년 귀어, 귀향을 결심하게 됐다.

▲ 박일호 씨의 김양식 망에 붙어 있는 모무늬돌김. 하루 두 번 썰물에 햇볕에 노출되는 박 씨 양식장의 김은 햇볕에 의해 살균이 돼 병충해에 강하게 자란다.

겨울 칼바람 속에 자연 그대로 자라는 지주식 김

박일호 씨의 아버지는 고이도에서 김양식을 2대째 이어오며 일생을 김에 매진한 어업인이다. 어려서부터 양식일을 돕기도 했지만, 본격적으로 양식을 하는데는 배워야 할 것이 많았다. 초보 어업인 박 씨에게 아버지는 그야말로 최고의 스승. 그는 “다른 교육없이 부모님께 김양식에 대해 배워 양식일을 알아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처음 양식을 하는 것이니 어렵지 않았느냐 묻자, 부모님이 스승이자 가장 가까운 가족이다보니 의견차이가 있을 때 곤란한 적은 있다고 웃었다.

이미 아버지가 터를 꾸려놓았음에도 배, 각종 어구 및 설비 등 그가 양식장을 꾸려나가기 위해 갖춰야 할 것들이 많았다. 박 씨는 “젊은 귀어인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초기 자금인 데, 김양식의 경우 억단위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신안군과 수협의 귀어지원정책을 통해 초기 자금을 대출 받아 채취선과 어구 등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큰 어려움은 없었다’라고 하는 그의 말과 달리, 김양식은 고된 작업의 연속이다. 굴 껍질에 붙여 자란 김 포자를 김발에 옮겨붙이고 김들이 자라날 수 있도록 갯벌에 약 10미터에 달하는 수천개의 말목과 양식망의 무게를 버텨주는 지주를 바다 속에 박는 작업은 말만 들어도 그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 김 채취가 끝난 후에는 다시 이를 철거해야 비로소 한 해의 김 양식이 마무리 된다.

지주식 김양식은 갯벌에 말뚝을 박고 포자가 붙은 김발을 달아매 김을 기른다. 김을 자라게 하는 것은 갯벌과 바닷물, 햇볕이다. 박일호 씨는 최근 이슈가 됐던 김양식의 산처리에 대해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하루 두 번 썰물에 햇볕에 노출되는 박 씨 양식장의 김은 햇볕에 의해 살균이 돼 병충해에 강하게 자라 유기산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역과 양식 방법의 차이 등으로 인해 산처리가 꼭 필요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박 씨는 “먹거리는 ‘안전성’이 이야기되는 순간 타격이 크고 회복이 어렵다”며 “모든 김양식장에서 산처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점을 소비자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 강풍과 조류에 밀려 기울어진 말목을 세우고 있는 박일호 씨 모자. 김양식은 고된 작업의 연속이다. 약 10미터에 달하는 수천개의 말목과 양식말의 무게를 버텨주는 지주를 바다 속에 박고, 겨울 칼바람 속에 김을 채취하고나면 다시 양식자재들을 철거해야한다.

건강한 고이도 김을 ‘프리미엄 김’으로

2년차 김양식인이 된 박일호 씨. 고향으로 돌아와 그에게 기쁜 변화가 생겼다. 가족이 늘어난 것. 이제 160일을 넘긴 아이는 아내와 목포에서 생활하고 있다. 많은 젊은 귀어귀촌인들이 겪는 문제가 바로 아이들을 기르고 교육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애로점이 많으리라 생각한 질문에 박 씨는 “지금은 집수리 때문에 아이와 잠시 떨어져 있지만 수리가 마무리 되는대로 같이 지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어려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고이도에는 편의시설도 거의 없고 학교도 폐교돼 아이들이 있는 경우 배로 등하교를 하거나 평일에는 뭍에서 학교를 다니다 주말은 섬에서 지내야 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바로 이어 박 씨는 “섬이 도시와 똑같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면 섬이 아니라 생각한다”며 “요즘에는 일부러 자연을 찾기 위해 캠핑을 다니는 사람들도 늘었는데 섬에서만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있고, 그것이 섬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박 씨가 귀어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른 부분이었다. 귀어가 최근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귀농에 비해 지원 정책들에 미흡하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 지자체 등에서 지원이 다양해져 문턱이 낮아지고 있지만 현장을 반영해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일례로 귀농과 연계된 대출의 경우 대출 한도를 다 이용하지 않으면 다음해로 넘어가지만, 귀어의 경우 대출 한도가 그 해에 제한되는 것을 들며, 특히 자금이 가장 어려운 문제이니 만큼 더 배려되길 바란다는 의견이다.

또 박일호 씨는 귀어에서 지역을 정하는 기준을 알려줬다. “먼 친인척이라도 연고가 있는 지역으로 귀어를 하는 것이 적응에 유리할 수 있고, 섬에서 생활하는 것에 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섬보다 교통 등이 편리한 바다가 접해있는 육지로 지역을 정하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귀어 초기에 많은 이들이 어촌이 가진 폐쇄성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대해 박 씨는 “어느 곳이든 주민들과 어울리기 위해 마을 대소사에 참여하고 일을 함께 도와간다면 융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일호 씨는 한발 먼저 귀어를 결심한 젊은 귀어인으로 지난 4월 열린 귀어귀촌 박람회에 참여해 귀어희망자들과 1대1 상담을 가졌다. 박 씨는 “상담에서 꼭 이야기 했던 부분이 업종을 먼저 생각하고 그에 맞는 지역을 찾아 어촌계장, 마을 이장 등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우선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귀어를 할 수 있는 지역인지,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발품을 팔아야지만 알 수 있는 것으로 미리 마을 주민들과 얼굴을 익힐 수 있는 기회도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상담에 생각보다 많은 청년들이 수산업에 꿈을 가지고 진지하게 준비하고 있어 기쁘고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며 “젊은 사람들은 자신의 자본만으로 귀어를 하기 어려운데, 정책적인 지원을 알아보고 그 조건을 갖춰 밑바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귀어 전에 단 몇 달이라도 일을 직접 해봄으로써 본인이 귀어를 할수 있을지, 실질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가는 과정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귀어 2년차, 박일호 씨의 귀어생활도 이런 과정들을 거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는 김양식 규모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자란 고이도 지역의 김을 프리미엄 건조김으로 상품화해 알리고자 하는 장기적인 꿈을 이야기했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이어온 정직한 김양식의 길을 걸어가는 박일호 씨의 손에서 자라난 김이 ‘건강한 김’의 대표주자로 나서는 날을 기대해 본다.

<자료협조=어촌어항협회 귀어귀촌종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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