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의 오월동주(吳越同舟), 수산업이라는 숲 바라볼 때
노량진의 오월동주(吳越同舟), 수산업이라는 숲 바라볼 때
  • 이주학 부산공동어시장 사장
  • 승인 2016.05.3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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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학 부산공동어시장 사장

갈등은 우리 사회 어디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상이다. 수산업에서도 여러 갈등이 존재하지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노량진 수산시장 사태’이다. 현재 노량진 수산시장은 현대화 사업이 완료 되었지만 상인들이 판매면적 협소, 임대료 상승 등을 이유로 이전을 반대하고 기존 시장을 리모델링해서 쓸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수협중앙회(이하 중앙회)는 ‘상인들이 예전 시장에서 통로를 무단으로 사용했으나 신 시장 판매면적은 예전 시장의 면적 4.9㎡과 동일하고, 기존 임대료도 4.9㎡를 기준으로 징수하고 있었다’, ‘신 시장에는 여러 편의기능이 추가돼 임대료 상승은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두고 기존 시장을 리모델링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중앙회는 시장 이전 지연으로 매달 12~16억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생존권 사수라는 명분을 내세운 상인들의 갈등은 상인측 비대위 부위원장이 수협 직원 2명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힌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더 주목을 받게 됐으며, 아직 문제를 단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생산어업인들이 어획한 수산물을 적정가격에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것이 주된 기능이다. 숲속에서 나무만 보듯이 단순히 중앙회와 상인들만의 갈등으로 국한시킬 문제가 아니라 전체 숲을 보듯 수산물의 생산, 유통, 소비에 관한 전반적인 피해에 대한 우려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대립구조로 인해 도매시장 기능 수행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시장을 구성하는 여러 단체와 함께 노량진수산(주)을 소유하고 있는 중앙회, 중앙회의 회원인 전국 수협, 수협의 조합원인 생산어업인 뿐만 아니라 수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도 그 피해가 확산될 것이다.

중앙회는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총사업비 약 2,241억원 중 30%에 해당하는 자담 약 701억원(국비 1,540억원)을 부담했으며, 현재 이전 지연에 따른 비용도 추가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이는 생산어업인들을 위해 쓰여져야 할 재원이 불필요한 다른 곳에 쓰여지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결국 피해는 생산어업인에게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20일 개최된 ‘노량진 수산시장 정상화 촉구 전국 어민 총궐기 대회’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와 중앙회가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에 투자한 목적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대치 중인 상인들도 개인의 이익 추구를 넘어 스스로 시장 발전에 필요한 중요 구성원 중 하나라고 인식해야 한다.

최근 중국에 한류열풍이 불면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등 대외 인지도도 많이 상승하며 소매기능을 수행하는 상인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하지만 구 시장 리모델링만 요구하는 태도로 일관한다면 결국 소비자를 만나는 최일선에서부터 시장 이미지를 훼손시킬 것이고, 상권을 더욱 성장·발전할 수 있는 기회마저도 스스로 걷어차는 일일 것이다.

양측이 서로 이해하고 양보해 협력한다면 노량진 수산시장은 우리나라 수산업 그리고 국가경제발전에도 이바지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중앙회는 점포 점유이전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명도소송을 준비 중이며, 상인측은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상황이다. 갈등의 장기화로 시장이 활성화 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리스크는 양측 모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오월동주’처럼 지금 당장 서로의 입장과 생각이 다를지라도 상생하기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전국 도매시장 현대화 사업은 대부분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을 바탕으로 실시되고 있으며, 사업 단계마다 공청회, 설명회 등 실 사용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어,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도 이 과정을 거쳤다.

지금과 같은 비대위의 적극적인 대응이 실 사용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사업단계에서 이뤄졌더라면 이번 사태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안타까움이다. 또한 설계 전 단계에서부터 비대위와 같은 협의체가 건축 전문가의 고용, 자문을 거쳐 요구사항을 정리하여 중앙회에 정확하게 전달하고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했다면, 불만이 이렇게까지 크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즉 사전에 적극적인 대응과 노력이 더 필요했다는 말이다.

도매시장 현대화 사업은 계획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바탕으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함께 도출해 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투입되는 재원을 바탕으로 진행하는 사업을 준공된 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입주를 거부하는 것은 책임감이 없는 행동이며, 공적기능 수행을 위해 존재하는 도매시장을 일부 단체에서 사유물처럼 판단하는 것도 곤란하다.

따라서 사업비를 조달하는 사업주체 뿐만 아니라 시장을 구성하는 중도매인, 항운노조, 소상공인 등 구성원 스스로가 실 사용자 입장에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의견 반영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부산공동어시장도 현대화 사업을 추진 중에 있고, 기획재정부와 조율 중인 총사업비 조정이 마무리된다면 올해 안에 실시설계 공모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착수를 예상하고 있다.

설계 전 단계부터 실사용자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모두가 만족하기 위해서 양보가 필요한 사실도 인지하고 있다.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 낭비를 줄이고 빠른 시일 내에 합의점을 찾아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도매시장 현대화 사업의 모범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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