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를 가진 물고기 ‘멸치’
블랙박스를 가진 물고기 ‘멸치’
  • 황선도 FIRA 대외협력실장
  • 승인 2016.05.0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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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치.

길이에 따라 대멸, 중멸, 소멸, 자멸, 세멸

멸치는 청어목 멸치과의 바닷물고기로 몸은 길로 횡단면은 타원형에 가까우며 옆으로 납작하다. 어업인들은 크기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부르는데 거의 일본말과 혼용하고 있다. 가장 작은 것을 실치라고 부르고, 크기에 따라 지리멸(1.5센티미터 이하), 시루쿠(2센티미터 이하), 가이리(2센티미터 정도), 가이리고바(2.0~3.1센티미터, 바늘돋치기라고도 한다), 고바(3.1~4.0센티미터), 고주바(4.0~4.6센티미터), 주바(4.6~7.6센티미터), 오바(7.7센티미터 이상), 그리고 가장 큰 것을 정어리라고 부른다. 이는 진짜 정어리가 아니고 정어리만큼 크다고 해서 붙은 이름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마른 멸치는 몸길이 7.7센티미터 이상을 대(大)멸, 7.6~4.6센티미터를 중(中)멸, 4.5~3.1센티미터를 소(小)멸, 3.0~1.6센티미터를 자(仔)멸, 1.5센티미터 이하를 세(細)멸이라고 구분하여 부른다.

▲ 고배율현미경으로 본 멸치 이석.

물고기의 비밀, ‘이석’은 알고있다

이렇게 작은 멸치도 나이가 있다. 그렇다면 물고기의 나이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단단한 뼈를 가진 경골어류는 머리, 엄밀하게 말하면 귀 속에 이석을 가지고 있다. 이석은 칼슘과 단백질이 주성분으로 이루어진 뼈 같은 물체로 몸의 균형을 감지하는 평형기관 구실을 한다. 이 이석을 쪼개거나 갈아서 단면을 보면 나무의 나이테 같은 무늬가 있어 나이를 알려 주는 일일 성장선도 찾아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석에는 비행기의 블랙박스처럼 살아온 여러 정보가 기록되어 있어 물고기의 숨겨진 비밀을 캐낼 수 있으니 과학에는 이처럼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남해 죽방렴

멸치는 권현망, 유자망, 안강망, 낭장망, 연안 들망, 죽방렴 등 30여 가지의 다양한 어업으로 어획되고 있는데, 이중 대표적인 어법이 권현망이다. 배 두척이 그물을 던져 양쪽에서 끌어당겨서 잡는 기선권현망 방식으로 전체 멸치 생산량의 50~60퍼센트 이상이 공급되고 있다.

죽방렴은 말 그대로 대나무로 만든 어살이다. 죽방렴은 독살과 마찬가지로 아주 오랜 옛날부터 고기잡이에 활용된 원시 어구로 기본 적인 원리도 독살과 거의 같다. 죽방렴 멸치는 다른 그물로 잡은 것보다 몇 곱절 비싼 값에 팔린다. 조류를 따라 자연스레 죽방렴 안에 들어온 멸치는 전혀 손상되지 않아 모양이 좋을뿐더러 스트레스를 적게 받아 맛도 더 좋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점수를 쳐줄만한 것은 생태적 어업이라는 점이 아닌가 싶다.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중에서

황선도 지음 / 부키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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