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NTIER ⑤ 박용준 삼진어묵 관리실장
FRONTIER ⑤ 박용준 삼진어묵 관리실장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6.05.03 1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크로켓 등 고부가가치 어묵제품 개발과 판로 개척
“매출은 정점을 찍더라도 제품만큼은 계속 업그레이드 시키겠다”


▲ 박용준 삼진어묵 관리실장. ⓒ박종면
부산역 대합실에 가면 대전역 성심당(빵집)처럼 손님들이 늘 줄지어 서있는 곳이 있다. 대한민국 어묵업계를 대표하는 삼진어묵 부산역 매장이다. 삼진어묵 앞에 손님을 줄서게 만든 이는 서른세 살의 젊은 청년이다.

1953년 창립해 60년이 넘는 긴 역사를 지닌 삼진어묵(삼진식품)의 기획관리실장 박용준. 박용준 실장은 3대째 삼진어묵의 대를 잇고 있다. 할아버지(고 박재덕)가 창업하고 아들(박종수)이 물려받았고 손자가 대를 잇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60여 년의 긴 역사 중 선대에서는 이런 장관을 연출하지 못했다. 이런 장관을 빚어낸 건 불과 몇 년 전 박 실장 대(代)에 이르러서다.

박 실장은 지난 2012년 부모님을 돕기 위해 합류했다. 미국에서 회계학을 공부하던 그가 공인회계사의 길이 아닌 어묵공장 후계자의 길을 택하게 된 건 삼진어묵 사장인 아버지의 요청 때문이었다. “좀 도와줄 수 있겠냐”는 말 한 마디에 생각지도 못한 귀국을 하게 된 것.

7년간의 미국 생활을 접고 그가 고국으로 돌아왔을 때 사무실 직원은 달랑 한 명. 컴퓨터도 한 대 없이 수기로 회계를 하고 있었다고.

그러던 회사에서 온라인 매장을 열고 회원이 2만 명으로 치솟았다. 그는 또 국내 최초로 베이커리형 어묵매장을 개설하고 70가지 어묵 크로켓 등 약 80가지에 달하는 어묵 제품을 개발해 팔기 시작했다. 이중 50여 가지의 고부가가치 크로켓은 그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어묵의 고급화 이뤄

아이디어 전환을 통한 어묵의 고급화는 곧 대박으로 이어졌다. 가장 잘 나가는 어묵 크로켓(고로케)은 하루 4만 개 이상 팔린다. 전국에서 몰려드는 택배 주문은 당일 처리가 어려울 정도로 밀린다. 2015년 말 기준 매출액 530억원에 종업원 수는 500명(정규직)에 육박, 중견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매출은 3년 만에 1,250% 폭풍성장을 이뤘다. 회사 아이디어 뱅크인 기획관리실 직원만 무려 20명. 다른 부서까지 합치면 사무직만 60명. 여직원 달랑 1명 있던 2012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사무직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29세. 20대 젊은 피 위주로 구성됐다.

박 실장이 삼진어묵에 들어온 게 만 29세 때. 제조원가가 상승해도 일관성 있게 좋은 생선살만 골라 높은 연육함량을 지켰던 할아버지, 아버지가 일궈놓은 신뢰와 품질의 연속성이 그의 젊은 감각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만나면서 60년 만에 보석처럼 빛나게 된 것이다.

박 실장은 입사하자마자 어묵이 비위생 식품이라는 인식으로 인한 소비 감소와 반찬용이라는 인식으로 제한된 시장, 대기업의 어묵시장 진출로 인해 중소어묵업체 간의 가격경쟁 심화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타개할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다. 먼저 부정적 인식 불식을 위해 다양한 간식용 어묵 개발과 생산 공정을 공개하는 매장 형태 개발, 어묵베이커리를 통해 새로운 간식용 어묵시장 개척으로 변화의 60년 동안 변함없던 전통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었던 것.

이를 통해 어묵에 대한 위생 인식이 좋아졌고, 어묵의 간식화, 식사대용식 인식 또한 제고됐다. 또 어묵 베이커리사업 성공으로 전국에 어묵 열풍과 함께 부산의 중소 어묵업체들도 다시일어서는 계기를 촉발시켰다.

이런 공로로 박 실장은 지난해 수산신지식인 대상에 선정됐다. 그는 전국 201명의 수산신지식인 중 최연소자다.

▲ 박용준 실장의 목표는 매출보다 제품 업그레이드다. 매출 성장은 멈추더라도 제품만큼은 계속 개발하고 품질을 높여가겠다고 말한다. ⓒ박종면

‘부산어묵’ 보다 더 높아진 ‘삼진어묵’ 브랜드가치

삼진어묵 브랜드 가치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예전에 사무직 직원 한명을 뽑기 위해 구인광고를 내도 1년 내내 구하기 힘들었던 반면, 지난해 사무직 직원 8명을 채용하는데 1,282명이 몰려 160:1이 넘는 상상하기 어려운 경쟁률을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30년 이상 공장을 경영해온 부모님들도 놀랐다. 이런 날이 올지 상상도 못했다는 것. 부모님은 새벽 4시에 일어나 가게 문을 여는 일과를 30년 동안 했다. 명절 때도 안 쉬었다.

아버지는 기술 장인이자 배달원, 어머니는 장인 겸 회계 담당을 맡아 늘 바빴고 이들이 손을 놓으면 아무도 대신할 수 있는 이가 없었다. 한 마디로 오래는 됐지만 현대화, 체계화 되지 못했던 것.

박 실장은 나이만큼이나 생각이 젊다. 그의 목표는 사실 매출신장이 아니다. 그의 목표는 제품의 업그레이드이다. “매출은 어느 정점에 도달하면 멈출 수 있겠지만 제품만큼은 계속 개발하고 업그레이드 시키겠다”고 그는 밝혔다.

그는 “이 일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지 못했지만 지금은 이 일이 재밌다”고 말했다. “상상이 재미를 낳고 재미가 동기 부여가 돼 또 다시 상상을 낳는 선순환 구조가 되면 일이 재밌다”고 덧붙였다. 그래서일까 그는 재밌는 일을 함께 나누기 위해 아내도 같은 회사에서 일을 하도록 했다. 아내 또한 미국에서 만난 공인회계사다. 두 명의 고급인력이 수산가공식품인 어묵의 재발견을 통해 재밌는 일을 창출하며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박 실장은 “어묵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 어묵 시장의 경계를 새로운 시장으로 계속 확대해 가고 싶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