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⑬ 전남 신안군 구연배 씨
새로운 기회, 귀어 이야기 ⑬ 전남 신안군 구연배 씨
  • 장은희 기자
  • 승인 2016.05.02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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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무항생제 수산물 인증, 친환경 새우 양식의 리더

 

▲ 전남 신안군 구연배 씨
귀어 전 거주 지역 : 인천
귀어지 : 전남 신안군
귀어 전 직업 : 인천공항 기동타격대
귀어연도 : 2010년 단독 귀어
나이 : 41세
귀어 초기자본 : 2억원
연간매출 : 순수익 약 6억원

친환경 새우 양식의 가능성을 발견하다

국내 첫 번째 무항생제 수산물 인증으로 친환경 양식에 앞장 서고 있는 구연배 씨. 그 이력만 봤을 때는 수십년간 수산업에 종사한 수산인이 떠오르지만, 그는 2010년 인천에서 전라남도 신안군 하의도에 자리잡은 귀어인이다.

친환경 새우 양식의 역사를 쓰고 있는 구연배 씨. 그러나 귀어 전에는 수산업, 바다와의 접점이 없었다. 강남 8학군 출신으로 서울의 유명 대학을 다니고, 인천공항에서 기동타격대로 10년을 일한 구 씨. 합기도 등 무술 5단 유단자인 그에게 검은 전투복과 선글라스를 갖춰 입은 공항기동타격대는 누가봐도 어울리는 선택이었다.

그런 구연배 씨가 새우 양식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사단법인 전국새우양식협회 회장으로 새우 양식업계를 이끌고 있던 이모부의 권유였다. 일을 쉬는 날이면 이모부를 따라 전국의 새우 양식장 구경을 다니던 그는 새우 양식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 시기는 구연배 씨가 인생의 전환점에 선 시기이기도 했다. 그의 뛰어난 무술실력이 증명하듯 체력적으로 밀리지 않았지만, 후배들의 등장으로 현장 타격대원에서는 머지 않아 물러나야할 것이었고 이후에는 보안 관련 사무직으로 일하거나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했다.

구 씨는 이 갈림길에서 완전히 새로운 길인 새우 양식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2007년 협회 사무총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2년여의 사무총장 생활은 그가 새우 양식 현장의 어려움과 동시에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특히 구연배 씨가 주목한 것은 친환경 무 항생제 새우양식과 냉동새우의 발전가능성이었고, 흰다리새우의 친환경 양식과 냉동새우 사업을 이모부와 함께 추진하기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이를 무모한 도전으로 보고 '절대 불가능하다'며 만류했으나 그는 '내 아이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깨끗한 새우를 기르겠다'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준비해갔다. 당시 새우는 친환경 인증 해당 품목에도 포함되지 않아 관련 부서의 관계자들을 직접 찾아 설득했고 수년간의 노력 끝에 친환경 인증 품목에 새우가 이름을 올렸다. 2009년에는 친환경 새우 양식을 이끈 공을 인정받아 국회부의장 표창장을 받을 정도로 열심히였던 것이다.

협회 일을 하며 친환경 새우 양식에 가능성뿐만 아니라 자신을 가지게 된 구연배 씨는 2010년 하의도의 선배 어업인으로부터 양식장 한 칸을 임대 받아 이를 발판으로 본격적인 새우 양식에 뛰어들었다.

▲ 구연배 씨의 첫 양식장에서 새우를 거둬들이는 모습. 인천공항 기동타격대였던 그는 친환경 새우 양식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길러내겠다는 소신으로 신안군 하의도에 내려왔고, 이곳에서 국내 첫 무항생제 새우라는 신화를 탄생시켰다.

신선한 해수 공급으로 무항생제 실현

구연배 씨는 항생제를 쓰지 않는 친환경 양식을 위해서는 새우가 병에 걸리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다. '바다에는 많은 생물들이 어우러져 건강하게 살아가는데 양식 새우만이 병에 걸리는 것이라면, 신선한 바닷물을 공급해 바다와 같은 환경을 만들어 주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단순하지만 명쾌한 발상이었다.

그러나 어려운 도전임에도 분명했다. 많은 새우양식장에서 흰반점바이러스 등 전염병 때문에 항생제와 약품을 사용한다. 대하는 물론이고 비교적 질병에 강한 것으로 알려진 흰다리새우도 전염병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특히 전염병이 퍼지만 며칠만에 한 해를 힘들게 키워낸 양식장의 새우 전체가 몰살하는 것은 물론, 이웃 양식장에까지 피해를 입히니 두려움의 존재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세계적으로 치료방법 조차 개발되지 않은 상황.

구 씨는 소신을 가지고 그가 그리던 양식장 '친환경 새우농장' 을 꾸려갔다. 해수를 끌어들여 환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양식장은 새벽 3~4시에 일어나 신선한 해수를 입수시키고 묵은 물을 빼는 작업을 매일같이 반복했다. 최근에는 복합유용미생물액제, 광합성미생물, 비드 미생물 총 3가지의 미생물을 이용하고 있는데 새우 배설물을 분해해 이틀에 한번 정도 물을 갈고 있으며 특히 노지 양식은 땅을 오염시킨다고 하는데 미생물을 활용하면 찌꺼기가 쌓이지 않아 땅도 나빠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인 면이 더 업그레이드 됐다.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 건강한 어미 새우(모하)가 낳은 어린 새우(치하)가 건강하게 자라는 것은 당연지사, 모하의 무병증명서를 확보했다. 이는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의 친환경 양식 새우 인증 조건이기도 하다.

특히나 양식에서 중요한 것이 사료이다. 친환경 새우농장에서는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받은 친환경사료만을 사용하며 항생제를 비롯한 기타 약품을 일절 넣지 않는다. 특이한 점이 사람들이 먹는 조갯살을 사료로 쓴다는 것인데, 값은 비싸지만 새우의 영양과 육질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또한 평당 150여마리를 기르는 대부분의 양식장과 달리 평당 100마리 정도를 길러 적정 이하의 치하입식량을 유지함으로써 물이 오염되고, 이로써 발생할 수 있는 전염병의 위험성도 낮췄다.

이렇게 2011년부터 친환경 새우를 생산해 온 구연배 씨는 2014년 국내 1호 무항생제 수산물 인증을 받으며 새우양식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 친환경 새우농장에서 생산되는 새우들은 무항생제, 친환경 명품 새우로 불리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동시에 잡힌 흰다리새우들.

대기업, 생협 납품…친환경 새우 널리 알릴 것

2011년 5,000평의 양식장에서 8톤을 출하했던 것이 지난해 3만톤의 양식장에서 60톤을 생산하고 6억원의 순수익을 기록하며 구연배 씨의 '친환경 새우농장'은 순항 중이다. 새우 양식을 시작하면서부터 판로에 확신을 가졌던 그는 친환경 새우농장 홈페이지(http://www.shrimpmall.co.kr)를 개설해 온라인 홍보와 판매를 하면서, 대기업, 생협 등에 꾸준히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친환경 양식의 안전성을 인정받아 현재는 풀무원, 청정원, 두레생협 등에 납품을 하고 있다. 그의 양식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태국,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견학까지 올 정도이니, 구연배 씨의 새우는 이제 친환경 새우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그럼에도 그는 아직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친환경 새우농장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첫 치하 입식과 새우 성장 과정과 같이 앞으로도 관찰과 일지를 기록하고, 미생물 활용, 해수 정화 등 양식 기술을 업그레이드, 내년 이후에는 5만평의 양식장에서 100톤을 생산하겠다는 목표가 있다. 또한 친환경 새우를 더 널리 알려 친환경 급식을 납품, 수출까지 내다보고 있다.

그가 성공한 귀어인, 나아가 주목받는 새우 양식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소신 굽히지 않는 의지였다. 그러나 그의 소신은 고집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많은 목소리와 현실적인 제약들을 모두 받아들이면서 더 단단해졌다. 노지 양식장 주변 농업인들의 농작물 해풍피해 우려에 대해 숨김없이 마을 주민들에게 설명을 하고 이해시켰으며 양식장은 물론 바다 쪽으로부터 해풍피해 예방을 위해 바람막이를 설치하고 해마다 유지보수를 하고 있다. 이런 작은 관심과 노력 덕에 그는 지금의 양식장을 확장해 나갈 수 있었다.

또한 그가 귀어인들에게 조언하는 점은 수산업 선배들의 조언에 귀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친환경 새우 양식을 시작하기까지 구연배 씨는 수많은 양식장을 견학하고 일을 배우며 가능성과 함께 한계점을 파악할 수 있었고, 여기에서부터 성공적인 귀어의 기틀을 다진 것이다.

그리고 친환경 새우 양식의 리더가 된 구연배 씨.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길러내겠다는 그의 소신을 들으며 그려지는 우리 수산업의 미래 또한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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