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해수면 정보, 두려움의 바다를 기회의 바다로
디지털 해수면 정보, 두려움의 바다를 기회의 바다로
  • 홍기훈 KIOST 원장
  • 승인 2016.05.0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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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훈 KIOST 원장

최근 구글과 국내 자동차 업체의 무인 주행 자동차 개발 소식이 국내외에서 많이 들린다. 무인 자동차는 충돌사고, 에너지 소비, 오염, 혼잡비용을 크게 줄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네바다 주 정부는 2013년에 무인승용자동차 시범 면허를 발급했고 2014년에는 무인 트럭자동차를 허용했다. 무인주행 자동차는 주위 물체 감식 장치와 도로 정보를 모두 자동화해 무리 없이 자율 주행을 한다.

도로 정보 제공은 위성 산업의 등장으로 가능해졌다. 60년대에 본격적으로 개발돼 정지궤도에 올린 수십 개의 지구위치위성(GPS)은 현재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위치추적 위성은 우리에게 가슴 아픈 역사이기도 하다. 1983년 뉴욕 발 서울행 대한 항공이 사할린 상공에서 항로이탈로 인해 소련 전투기에 격추됐다. 이 사건으로 미국정부는 군사용으로 개발한 지구항법위성시스템을 민간 항공기 운영 등 모든 민간 영역에 무료로 개방했고 그 결과 위치정보산업은 일취월장해 1990년대 말에는 저가의 내비게이션이 탄생할 수 있었다.

물가 즉 수면은 정적인 도로보다는 훨씬 동적으로 위험 요소가 더 많다. 도로는 요동치지 않지만 수면에는 물이 흐르고 파도가 인다. 파도가 일면 배에 가해지는 힘이 변해 배가 앞뒤로 또 좌우로 기울어진다. 파도의 길이와 높이는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영향을 미쳐, 주행선 유지를 방해하고 선박의 균형을 위협한다. 바닷물과 대기는 지각 위에 존재하는 유체이고 지구는 자전을 한다. 조석이 만든 물 흐름인 조류는 지형에 따라 강해지기도 약해지기도 한다.

특히 딱딱한 도로와는 달리 움직이는 유체 위에 떠있는 상태는 더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한다. 현재 수면의 물이 어디로 흘러가고 몇 시간 후에도 이 방향과 속력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더 빠르게 혹은 더 느리게 갈 것인가? 항구를 벗어나면 바람은 얼마나 더 세질 것인가? 파도는 얼마나 일어날 것인가? 이런 정보의 불확실성은 두려움을 낳고 해양을 기피하게 만든다. 이러한 위험요소에 대비하고 해양 활동의 자유를 확장함으로써 해양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도로내비게이션과 같이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에 우리는 주요 지점에 설치한 장비나 인공위성들을 통해 얻은 기상 변수, 해수면 높이, 수온, 염분 등 해양 자료를 동화해 전 지구 해양-대기 순환 수치 모형을 개발하고 수면 유동을 재현한다.

또한 이 전지구적 해양-대기 순환 모형을 기준으로 지역해 수치 모형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수치 모형이란 바다를 격자로 나눠 계산하는 데, 해안에 가까울수록 경제적 이해관계가 크기 때문에 조밀하게 그리고 외해로 나가면서 더 성기게 격자를 짜서 계산시간을 줄인다. 이 모형은 과학적 관찰을 통해 얻은 수면 정보에 수면 역학에 대한 수학적 방정식을 구성하고 이를 다시 컴퓨터를 통해 계산, 그 결과를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사용자에게 공급하는 ‘과학수학ICT 융합’ 기술영역이다.

육상에서는 도로를 건설하고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포장을 해 도로의 변수를 크게 줄였다. 즉 위험을 크게 줄여서 고속도로는 하루에 10여 만대를 이상을 소화할 수 있다. 뱃길에 일어날 변수를 없애는 방법은 파도와 바람과 물살을 예보하는 해양예보능력이다. 이 능력을 확보하면 바다는 육지처럼 이용도가 높아질 것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는 수면의 상태 즉 해양예보능력을 개발해 왔다, 현재 이를 시범적으로 연안 선박 운항에 접목하여 선박항적디스플레이 시스템(K-CID)을 개발하고 있다. 이 수면 내비게이션의 성능은 해역 현장의 해양 자료와 전산자원의 양과 질에 크게 달려있다. 현재 전산능력으로는 72시간 수면 상태 예보를 하고 있고, 이를 계산하는 데 약 12시간이 소요된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해양부문에 대한 전산 투자는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해양의 이용에 대한 국가 경제의 영역 개발이 더딘 것으로 보인다. 육지에서는 1평방미터의 땅도 매우 귀하다. 이제는 보행자 내비게이션이 등장해 골목길도 안내해 주는 세상이다. 해양전용 수퍼 컴퓨팅 설비의 도입이 긴급히 요구된다. 물론 해양 이용의 빈도와 강도가 크게 높아졌으므로 취약해역의 관찰을 더 강화해 나아가야 한다.

바다는 21세기의 기회이고 경제 발전의 국가적 원동력이다. 과학과 기술을 믿고 투자를 할 때이다. 해양부문에 대한 전산자원의 확충이 전제되면 2020년 이전에 무인자동주행 선박의 출현을 우리가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바다 조성에 국민의 관심과 성원이 시급히 필요하다.

얼마 전 바둑기사 이세돌 9단에 1백만불을 걸고 도전한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 고(AlpahGo)와의 바둑 경기는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한국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도 큰 기여를 했다, 디지털 바다 조성에도 우리나라의 우수한 인적 자원과 ICT 기기 제조 역량을 동원해 세계를 리드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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