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양산업 위기극복 정부가 나서라
원양산업 위기극복 정부가 나서라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16.05.02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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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욱 본지 발행인
원양어업인들의 목숨 건 헌신 없었다면 조국 근대화도 없었다

5.16혁명 이후 시작된 소위 말하는 조국근대화사업으로 중화학 공업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 수산업에도 천지개벽의 대 변혁이 시작되었던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독일정부로 부터의 차관을 얻기 위해 엘리트 광부와 간호사를 눈물로 떠나 보내야만 했던 1965년의 그 서글픈 역사를 우리 국민들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또 하나의 눈물겨운 역사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 원양산업의 태동기 역사다. 지금도 남태평양 사모아, 세이셀, 키리바시 등등의 외딴 섬나라에 백골이 되어 잠들어 있는 우리 원양선원들의 불굴의 개척정신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그 밑바탕에는 우리 원양어업인들의 살신성인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지난 1957년 참치연승선 ‘지남호’의 시험조업 이후 60년의 역사를 맞이하고 있는 원양어업. 1958년 우리 원양어선원들은 낡아빠진 중고선을 이끌고 남태평양 사모아로 참치잡이에 나섰다. 외국 바다에서 건져올린 최초의 외화획득이었던 것이다. 한국전쟁 후 배고픔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 절박한 과제였던 대한민국의 최대 수출 품목이 바로 원양어선원들이 목숨 걸고 어획한 다랑어, 즉 참치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58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원양산업은 안타까깝게도 존폐의 기로에 서고 말았다.

엄격한 규제만으로는 원양산업 살릴 수 없어

최근 들어 연안국들의 자원자국화 정책이 갈수록 심해지고 조업 경쟁국인 중국, 일본, 대만, EU(유럽연합) 등과의 치열한 경쟁을 겪으면서 남태평양 참치선망 조업수역의 경우 입어료가 최근 수 년 사이 척당 1,000 달러대에서 1만 달러대로 급증하기까지 했으며, 태평양뿐만 아니라 대서양, 인도양 진출 어선들의 경영 여건도 날로 악화되고 있다.

특히 EU의 예비 IUU(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국 지정 해제 과정에서 아프리카 주변 어장과 인도네시아 어장 조업선 등 70여척이 감선됐고, 이로 인해 연간 7만톤에 이르는 어획량이 감소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한계기업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다. 나머지 원양선사들도 노후어선 대체는 엄두도 내지 못한 채 현상유지에만 급급하고 있는것이 현실이다.

반면 중국, 일본, 대만 등 가까운 조업 경쟁국들은 연안국가에 대한 대규모 원조를 통해 자국 원양선단을 지원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 원양어선들은 경쟁에서 계속 밀리고 있다. 참치선망 주력선들이 어렵게 버티는 상황에서 참치연승은 물론, 꽁치봉수망, 오징어채낚기어선들은 어장 축소와 선박 노후화로 채산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태평양과 대서양에 출어 중인 트롤어업도 어려운 상황은 마찬가지다.

원양업계가 어려움을 맞게 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예상보다 더 심각한 어려움이 닥치다 보니 영세한 원양회사들은 그 무게감을 견뎌내지 못하고 도산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예상보다 더 큰 어려움에는 미국과 EU의 IUU 제재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미국과 EU는 국적선의 어업행태를 꼬집으며 문제를 삼아왔다. 그 압박을 견디지 못한 해양수산부는 VMS(선박위치추적장치) 장착, FMC(조업감시센터) 설치 등을 강력하게 추진했고, 우리정부는 처벌이 한층 강화된 원양산업법 개정안을 19대 국회에서 밀어붙였다. 물론 이는 IUU어업 근절을 위한 한국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여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어업인들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예비 IUU 어업국 해제 과정에서 EU측의 요구 등으로 불법어업 12가지 종류에 대한 정부 규제가 지나치게 강화돼 종전 500만원 이하 또는 2,000만 원 이하이던 벌금이 최저 5억 원 이상으로 급등함으로써, 불안해서 못해먹겠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원양업계 종사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지금은 국제 기준에 맞춰 준법조업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다들 깊이 공감하고 있다. 다만 어획량 보고, 전재(轉載) 보고 등등 경미한 사안들까지 너무 지나치게 규제함으로써 마음 편히 어업에만 몰두할 수 없게 되었다는 불만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해서는 투명하고 책임있는 조업, 즉 준법조업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반드시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현행 원양산업발전법에는 위반사항의 경중에 관계없이 무거운 처벌만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산업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원양산업의 관리적 기능도 중요하지만 민간 및 업계의 의견 또한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이러한 사실들을 정부가 잘 파악해 각종 불필요한 규제들을 개선하는 등, 사기 진작책을 강구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정부의 원양어업 육성대책 시급하다

냉엄한 국제 어업질서 속에서 우리나라 원양산업이 도태되지 않고 주변 조업 경쟁국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와 전향적이고 획기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 물론 우리 업계도 원양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행히 업계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투자를 계속 해왔다. 업계는 지난 2005년부터 10년간 정부의 융자 지원과 자부담으로 4억 달러 상당의 최첨단 참치선망선 15척을 건조해 출항시켰다. 이는 어선 건조비와 생산성을 놓고 볼 때 과거 참치연승어선 90척에 버금가는 선단 규모라고 한다. 지난 2월 16일에는 원양업계 선두주자 (주)동원산업의 신조 선망선 한아라호 출항식이 있었다. 한아라호는 2,207톤의 최첨단 선망선으로서 급속동결 시스템과 같은 첨단 설비를 바탕으로 연승선에서 생산하는 횟감용 참치와 동일한 수준의 S.T제품(SUPER TUNA) 및 P.S제품(Purse seiner Special)까지 생산이 가능한 선박이다. 동원산업은 2014년 7월부터 4척의 2,000톤 급 신조선을 출항시켰다. 투자금액은 1,000억원이 넘는 규모다. 원양어업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거금을 투자해 자력으로 선단 현대화에 나선 것이다.

이 회사 대표는 출항식에서 ‘대한민국이 원양수산강국으로서 세계 3위안에 들었었지만 현재는 10위에도 들지 못하게 되었다’며 ‘원양수산업계에 대한 국가의 관심이 줄어들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평소 점잖기로 이름난 사람이 이처럼 강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은 해수부의 안일한 대책을 심각하게 지적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원양업계의 강한 유감(遺憾)이 원성(怨聲)으로 급변하지 않도록 행정부의 현명한 대처가 절실해 보인다. 한계기업을 솎아내고 규제하고, 구조조정과 감척을 통해 원양산업 규모를 줄이는 것만이 능사(能事)는 아니다. 관계부처는 최빈국에서 해외원조 공여국으로 세계 유례없는 변신이 가능케 해준 효자산업, 원양산업을 구하기 위해 FMC 운영 개선과 원양산업발전법 개정 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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