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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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두석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 승인 2008.12.26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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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버릴 것이 없는 바다의 황소

 

 

 

 

 

 

 

 지난 90년대 이후 거의 자취를 감춰서 ‘금대구’로 불렸던 대구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떼 지어 돌아오고 있다. 예로부터 명태는 동해를 대표했고 서해는 조기, 남해는 대구가 최고로 꼽혔다.

 대구는 연어와 같이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회귀성(回歸性) 어종이다. 북쪽 오호츠크해에 서식하다가 날씨가 추워지면 발달하는 한류를 따라 동해를 거쳐 남해 쪽으로 내려오면서 암놈은 알을 배고 수놈은 곤이가 차게 된다. 산란기인 12월에서 1월경에는 수심이 얕은 연안으로 찾아들어 200여만 개의 알을 낳는데, 그 산란지가 바로 경남 진해만이다.

 산란기의 대구는 산란을 대비해 영양을 비축하기 때문에 맛이 있어 예로부터 이곳에서 잡은 대구를 ‘거제대구’ 혹은 ‘가덕대구’라 해서 최고로 쳤다. 대구는 궁중의 진상품으로도 빠지지 않았다. 조선 정조 때 간행된 ‘공선정례(貢膳定例)’는 각종 공선(貢膳) 진상품의 물목(物目)을 적은 책인데 물목에는 건대구, 반건대구, 대구어란해(알젓), 대구고지해(이리젓) 등이 포함돼 있다.

 대구는 이름 그대로 입이 큰 물고기(大口魚)이다. 입이 큰 만큼 먹성도 대단해 청어, 명태, 가자미, 오징어, 문어, 새우 등을 통째로 먹어치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자기 몸 크기의 3분의 2정도 되는 것도 그대로 삼키고 만다. 대구는 끊임없이 먹어야하기 때문에 아래턱 밑에 잘 발달된 ‘수염’이 하나 있다. 이것은 감각기관으로 물이 흐려 먹이가 잘 보이지 않을 때 그 촉각으로 먹이를 찾는다. 우리 바다에서 나는 대구는 동해군과 서해군으로 나눌 수 있는데, 서해에서 나는 대구는 50㎝ 미만으로 동ㆍ남해에서 잡히는 60㎝ 이상 되는 대구보다 다소 작은 편이라 ‘왜대구’라고도 부른다.

 우리 한국인의 입맛은 남다른 데가 있다. 소를 잡으면 먹지 않는 부위가 없고 조리방식도 굽고, 삶고, 찌고, 끓이고, 말리는 등 다양성에서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 경남 해안지방 사람들에겐 대구야말로 ‘바다의 황소’이다. 맛있고 버릴 것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비상한 조리방식이 이모저모로 생겨났다는 말이기도 하다.

 대구는 탕과 구이와 조림 외에도 배를 갈라서 아가미와 창자를 빼내고 말린 ‘통대구’, 알이 든 놈을 입을 통해 아가미와 창자만 도려내고 소금을 넣어 말린 ‘약대구’, 배를 가르지 않고 등을 갈라 뼈를 추려내고 머리도 함께 쪼갠 뒤에 햇살이 닿도록 하여 말려 나중에 대구포로 먹는 ‘열짝’등이 있다.

 이외에 아가미, 알, 내장, 그리고 정액 덩어리인 곤이(이리)로는 젓갈을 만든다. 대구를 즐겨 먹는 캐나다, 아일랜드 등지의 서구 사람은 머리를 잘라 버린다지만 우리의 미각에는 머리 살만큼 맛있는 부위는 없다. 머리 중에서도 양쪽 아가미 뚜껑 부위에 붙은 볼때기 살을 최고로 쳤는데 물고기나 네 발 동물들이 모두 쉬지 않고 운동하는 곳의 살이 쫄깃쫄깃하고 맛나다.

 대구의 간에서 추출한 기름인 간유(肝油)도 요긴하게 쓰인다. 대구의 간은 50% 가량이 기름이다. 간유에는 비타민 A와 D가 풍부하다. 대구 간유 1g에는 비타민 A가 2,000IU(국제단위)이상이나 들어 있다.

2007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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