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현 사진전 사태’ 규탄 ‘릴레이 1인 시위’ 화제
‘장국현 사진전 사태’ 규탄 ‘릴레이 1인 시위’ 화제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6.04.18 0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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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년 사진역사상 처음…‘사진가 윤리’ 제정 움직임도
▲ 소나무 사진을 찍기 위해 또 다른 소나무를 무단으로 벌목해 벌금형을 받은 사진가의 사진전이 비윤리적 행위로 지목되며 사진전을 반대하는 사진가들의 자발적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어 화제다.

아름다운 자연사진을 찍는다는 명목으로 자연을 훼손하는 등 자연생태를 담는 일부 사진가들의 윤리가 여론의 도마에 오른 가운데 법을 위반하며 촬영한 사진가가 전시회를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주인공은 대구를 중심으로 소나무 사진가로 알려진 장국현(74) . 장씨는 지난 2011년부터 3년 동안 경북 울진군 서면 소재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서 대왕송 등의 소나무 사진을 찍었다. 그는 웅장한 소나무 자태를 찍는데 방해가 된다며 수령 220년 된 금강송을 비롯, 금강송 11그루와 활엽수 14그루 등 수십 그루의 나무를 무단 벌목했다. 이 때문에 2014년 대구지법 영덕지원에서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에 처해지고 한국사진작가협회에서도 제명됐다.

이처럼 자연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자연을 훼손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비난이 쏟아졌다. 장씨가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된 건 미술비평지 미술과 비평(대표 배병호)이 주최하는 천하걸작 한국영송 사진전이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다는 언론보도가 나가면서부터다. 장씨가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예술의 전당 측은 대관계약 취소통보를 했지만 미술과 비평이 반발해 전시회 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전시회가 강행됐다.

전시가 예정대로 열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단체가 발끈하고 나섰다. 전시가 시작된 지난 12일 녹색연합과 문화연대는 예술의 전당 전시회장 앞에서 미술과비평사와 장씨의 생명경시 등 윤리를 저버린 전시회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나무를 베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국내 유일의 다큐멘터리 사진가 단체인 온빛다큐멘터리(회장 조대연)’도 앞서 온라인 성명서를 발표,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배포 공유하며 주최 측의 각성과 전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이 단체 소속 사진가를 비롯한 사진가, 사진잡지 편집자, 사진기자, 시민 등 사진계 인사들은 12일부터 전시회장 입구에서 비윤리적 소나무 사진전 중단을 위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SNS를 통해 소식을 접한 사진가들이 매일 1~3시간씩 시간을 정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

사진가가 사진전시회를 반대, 규탄하는 시위는 1839년 사진술 공표 이래 180년에 달하는 사진역사상 국내 최초임은 물론 전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로 꼽히고 있다. 더욱이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윤리 문제를 들어 양심에 호소하며 자기성찰의 계기로 승화하는 모습은 주목을 받고 있다.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사진가 등은 “200년 넘은 금강송을 무단벌목하고 찍은 사진전을 반대한다”, “금강송 싹둑 잘라 전시에 판매까지 미안해? 그만해!”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주최 측과 방문객들에게 강력히 호소하고 있다.

1인 시위에 연속 5일 참여했다는 한 사진가는 자연을 찍기 위해 자연을 훼손하는 몰상식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고 제2의 장국현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진가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세상에는 그와 같은 사이비 사진가도 있지만 대다수 사진가들은 양심에 따라 윤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비양심적인 작태에 대해서는 철퇴를 가할 줄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파렴치한 방법으로 사리사욕을 채우려다가는 사회적으로 매장될 수 있음 또한 보여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장국현 사진전은 유료(관람료 1만원)로 진행되고 있으며, 판매를 위한 상업전시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사진전 주최 측은 작품을 팔아 가톨릭교회에 기부하고 사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1인 시위를 접한 시민들은 속죄하려면 소나무 사진작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1인 시위를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릴레이 1인 시위는 사진전이 예정된 오는 26일까지 계속되며 다음 대구 전시 또한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온빛다큐멘터리장국현 사진전 사태를 계기로 국내 최초로 사진가 윤리제정과 윤리위원회 설치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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